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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 두 가지에 놀라게 된다. 첫째는 저예산 영화치고는 상당한 수준의 SF 그래픽을 구현했다는 점, 둘째는 블랙 풍자코미디치고는 너무 직접적인 대사가 스토리를 망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기술적인 수준이나 아이디어는 기발하지만 대본이 너무 밀도가 없다. 주제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유머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떠오르게 하지만 위 두 영화와 비교하기에는 스토리가 빈약하다.
<아이언 스카이>는 핀란드, 독일, 호주 합작영화로 6년 간에 걸쳐 기획되었다. 하나의 재미있는 가설로 존재하던 "나찌가 달 뒤편으로 숨었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겨 기본 뼈대를 세우고, 나찌의 반대편에 미국 대통령과 미국 중심의 국제정치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를 가미시켰다. 영화 제작을 위한 투자금이 마련되지 않아 크라우드 펀딩으로 팬들에게 돈을 모았고, 덕분에 첫 예고편이 공개됐을때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감독은 헤비메탈 밴드 보컬리스트 출신의 티모 부오렌솔라라는 핀란드 사람인데, 검색해보니 키가 198cm 거구에 기존에 <스타렉>이라는 <스타트렉> 패러디 비디오를 찍어 B급 영화계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던 감독이다.
나찌가 현대 뉴욕에 등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영화는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미국이 어쩌면 잘 포장된 나찌와 다를 바 없는 게 아닐까? 이런 추론으로 이어진다. 총통의 후계자 아들러가 제안한 나찌식 선전문구가 미국 대선에서 그대로 인기를 얻고, 미국의 여자 대통령은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에서 브루노 간쯔가 연기했던 방식을 패러디해 참모들에게 히스테리컬하게 소리지른다. 히틀러가 동성애자가 아니었을까 하던 의심은 이 영화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차기 총통 아들러에게 미국 대통령의 섹시한 참모가 접근하지만 아들러는 그녀를 내팽개치고 지구정복에만 열을 올린다. 이에 열받은 섹시 참모는 유엔사령관인 미국 대통령의 명을 받아 우주선을 이끌고 나찌의 달기지를 침공하러 떠난다. 거대한 하겐크로이츠 모양의 나찌 달기지를 발견한 그녀는 핵폭탄을 날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저놈 거시기는 정말 작을거야!"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다.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를 단편영화로 알고 있던 여주인공이 그 영화의 검열되지 않은 원본을 지구에서 감상하면서 나찌의 이면을 알게된다. 차기 총통 아들러의 약혼녀이기도 한 그녀의 용기 덕분에 결국 달에 평화가 찾아오는 반면, 나찌가 가지고 있던 '헬륨3'라는 자원을 두고 지구에서는 전쟁이 벌어진다. 이 마지막 장면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이후 가장 흥미진진한 엔딩이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모른다.
<아이언 스카이>는 분명히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는 영화다. 조금만 덜 직접적이었다면 키득거리면서 웃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았을 것이다. 감독의 내공이 부족한 것을 탓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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