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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양유창 2008. 5. 31. 11:24



- 파블로 네루다


말은
피 속에서 태어나,
어두운 몸 속에서 자라,
고동치다가
입과 입술을 통해 튀어나왔다.
저 멀리서 점점 더 가까이
조용히, 조용히 말은 왔다.
죽은 조상들에게서, 정처없이 떠도는 민족에게서,
돌로 변한 땅에서,
그들의 가난한 부족에게 지쳐버린 땅에서,
슬픔이 길을 떠나자
사람들도 길을 떠나
새로운 땅, 새로운 물에 도착해,
그곳에 정착하니
거기서 그들의 말이 다시 자라나,
그래서, 이것이 유산인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죽은 사람들과
아직 동트지 않은 새로운 존재의 새벽과
우리를 이어주는 파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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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제국이 아메리카를 지배할때 가장 먼저 행한 것은
원주민들의 언어 말살정책이었다.

원주민들에 대한 카톨릭 선교를 명분으로
아메리카로 이주한 이들은 고유 언어를 우상숭배 수단으로 보고
문서를 불태우고 아즈텍 문명의 문화재들을 파괴해버렸다.

이들에게 스페인어로 선전포고를 하고
스페인어만 사용할 것을 강제하였다.

하지만 이때에도 이를 반대하고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들은 존재했으니
현재 멕시코 지역에서 카톨릭을 전파하던 라스 카사스 신부의 경우가 그렇다.
라스 카사스 신부는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지배당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발표하여
당시 스페인 국왕과 정계, 종교계를 뒤흔들었다.

라스 카사스 신부의 전통이 남은 그 지역 치아파스는
훗날 스키마스크를 쓴 사파티스타 해방군과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원주민 권익 보호를 위해 봉기하며 라스 카사스 신부의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

LAJONATIK은 마야어의 한 종류인 토홀로발어로
'평등한 우리'라는 뜻으로
당시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언어가 열등한 언어가 아닌
인간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능동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어이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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