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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창궐하는 와중에 권력 암투가 벌어진다. 스스로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세상을 흔들어놓는다. 빌어먹을 세상을 사는 17세 소녀는 앞날이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같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모두 이번 코로나 사태 와중에 공개된 최신작들이다. 비자발적 ‘집콕’ 중인 집순이 집돌이들이라면 한 번쯤 챙겨볼 만하다.
‘킹덤 시즌2’ - 역병이 퍼진 조선시대
타이밍 한 번 기막히다. 전염병이 전세계를 휘감고 있는 이때 조선시대 역병이 돌아 왕부터 백성까지 좀비로 돌변한다는 설정의 넷플릭스 제작 한국드라마 ‘킹덤’의 두 번째 시즌이 13일 공개됐다.
전편에서 미드 스케일에 버금가는 좀비 군중 신과 조선시대 ‘갓’을 전세계적으로 히트시켰던 ‘킹덤’은 시즌2에선 생지옥이 된 조선에서 왕권을 노리는 조씨 일가에 맞선 세자의 승부를 그린다.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 좀비들이 빛이 아닌 온도에 영향받는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시즌2에선 낮에도 안심할 수 없는 좀비들이 봉쇄된 상주를 탈출하려는 주인공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임신을 거짓으로 꾸몄던 중전의 계략, 남다른 사격 실력을 가진 영신의 정체 등 시즌1의 궁금증들이 하나씩 해소된다.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김성규 등 전편의 캐스팅이 유지되고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에 이어 '특별시민'의 박인제 감독이 합류했다.
‘아이 엠 낫 오케이’ - 빌어먹을 세상을 사는 17세 소녀
마니아를 양산한 영국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따위’의 원작자와 감독이 다시 뭉쳤다. 제작은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21랩스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주연은 영화 ‘그것’(2017)에서 사라진 친구들을 찾아나섰던 두 아역배우를 캐스팅했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아이 엠 낫 오케이’는 ‘빌어먹을 세상따위’처럼 자발적 아웃사이더인 10대 소년 소녀의 이야기다. 찰스 포스먼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으로 이번엔 무겁고 황량한 느낌을 학교 안으로 가져왔다.
드라마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믿는 17세 소녀 시드니(소피아 릴리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고등학교에서 혼자지만 “그럭저럭 괜찮다”고 말한다. 시드니에겐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절친 디나(소피아 브라이언트)가 있는데 그녀는 인기남 브래드(리차드 엘리스)와 사귄다고 통보하며 멀어진다. 빈 자리를 채워주는 건 동네에 사는 말라깽이 소년 스탠리(와이어트 올레프)다. 처음엔 이상한 아이 같았지만 시드니는 스탠리와 대화할수록 그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어른스러운 말이 마음에 든다. 가령 그는 브래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 녀석은 인기 많은 것 같지만 훗날 동창회에 개근할 거야. 5주년, 10주년, 20주년 쭉... 왜냐하면 이 순간 말고는 내세울 만한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까. 지금이 쟤들 인생의 황금기지. 그래서 쟤들 구경하는 게 좋아. 햄릿 같거든.”
시드니에겐 몇 가지 비밀이 있다. 허벅지에 끔찍한 여드름이 있다는 것, 자살한 아빠를 그리워한다는 것, 그리고 의문의 초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초능력은 새롭게 알게 된 비밀인데 신경이 곤두서고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갑자기 주위를 초토화시킨다. 스탠리가 우연히 시드니가 초능력으로 나무를 쓰러뜨리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25분 분량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비교적 짧은 드라마다. 학교생활이 답답하고 앞날이 불안하기만 한 17세 소년 소녀가 나누는 대사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초능력이라는 특이한 상황이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초능력은 오히려 시드니의 불안한 마음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쓰였다.
메시아 - 자기가 재림예수라 주장하는 남자의 정체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지역에 한 남자가 나타나 모래폭풍을 일으켜 분쟁을 잠재운다. 그는 죽은 아이를 살려내는 기적을 행하고는 자신을 신의 대리자라고 자칭한다. 사람들은 그를 추종하기 시작한다.
미국 CIA에서 중동을 담당하는 겔러 요원(미셸 모나한)은 의문의 이 남자를 주목한다. 그러나 알 마사히(메디 데비)라는 이름의 이 남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없다. 마사히가 사기꾼이라고 확신하는 겔러는 그가 추종자들과 함께 이스라엘 국경을 넘으려고 할 때 체포해버린다.
겔러는 이 남자를 심문하지만 그는 겔러에 대해서도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감옥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미국 텍사스에 나타난다. 거기서도 기적을 행하고 추종자들을 몰고 다니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의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소셜미디어는 그를 절대적인 존재로 만들어준다. 언론은 그를 21세기의 메시아로 주목한다. 과연 그는 정말 현대 사회에 나타난 메시아일까 아니면 겔러의 의심처럼 사기꾼일까.
처음엔 종교적인 색채가 느껴져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종교적인 서사보다는 미스터리의 남자의 정체에 대해 계속 궁금하게 만들면서 소셜미디어, 언론의 영향력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전략이다.
한국에도 자신이 재림예수라고 주장하는 자칭 교주들이 수십명 있어 요한계시록에 나온 것처럼 백마 타고 나타난 모습으로 대중을 현혹해 왔는데 적어도 정말 메시아처럼 보이려면 이 드라마 속 알 마사히 정도의 기적은 행해줘야 혹시 하면서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다.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20/03/27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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