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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매칭 연구소에서 일하는 조(레아 세이두)는 로봇을 만드는 동료 콜(이완 맥그리거)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컴퓨터가 알려주는 둘의 매칭 확률은 0%. 혼란스러운 조는 콜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콜은 조가 3개월 전 자신이 만든 로봇임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 뚱뚱했던 기억, 학교 다니던 추억이 생생한 조는 혼란에 빠진다. 기억이 주입된 것이라면 지금 느끼는 사랑의 감정 역시 프로그램된 것일 수 있어서다. 조를 지켜보는 콜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조가 느낀다고 말하는 감정들은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의 고백을 계기로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로봇과 인간은 혼란을 극복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나요? 생김새가 다르다고요? 만약 제가 로봇이라면요?"
영화 '조'에서 콜이 만든 또다른 로봇 애쉬(테오 제임스)가 연구소 방문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동안 많은 SF 작품들이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 '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전유물인지 묻는다.
외모가 변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더 뷰티 인사이드' 광고(한국판 '뷰티 인사이드'의 원작)를 비롯해 순식간에 달아오른 뒤 식어버리는 사랑을 그린 '라이크 크레이지', 감정통제구역에서 사랑에 빠져 도주하는 커플 이야기 '이퀄스', 소셜미디어 시대 인스턴트 사랑 '뉴니스' 등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영화로 풀어온 드레이크 도레무스 감독은 신작 '조'에선 사랑에 빠진 로봇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그리는데 집중한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이 조를 통해 설명되고 표현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다.
영화 '조'에는 인간과 로봇의 사랑을 대비시키기 위한 서브플롯이 있다.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사랑의 묘약 '베니솔'을 연구소가 개발한다는 설정이다. 인간은 베니솔을 먹어야만 뜨거운 사랑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이 메마른 반면,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은 교감에 능숙하고 감정에 예민하다. 사랑에 빠져 방황하는 조뿐만 아니라 콜이 만든 또다른 로봇 애쉬는 조의 사랑을 독차지한 콜을 질투하고 외로움을 느끼다 스스로 생명정지를 선택하기까지 한다.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 로봇은 조에게 인간 남자들이 의외로 섹스보다 대화를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해준다.
우리는 감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현대 문명은 감정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언택트' 기술이 보편화되고 있고, 친구 관계는 소셜미디어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감정 표현에 서투른 사람들을 위한 대리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모바일 이모티콘을 비롯해 TV 예능 프로그램은 패널의 리액션과 자막을 통해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고, 사랑까지도 데이팅앱이나 매칭 서비스에 의존한다.
영화는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인물에 집중한 심도 깊은 앵글은 조를 로맨틱하게 담아내는 반면 콜은 계속해서 의심하고 머뭇거리는 존재로 그리면서 대비시킨다.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영화들은 점점 더 섬세해져가고 있다. 20년 전 '바이센테니얼 맨'이나 'A.I'가 나올 때만 해도 로봇과 인간의 정서적 교감에는 한계가 있었다. 두 영화 속 로봇들은 인간 가족의 구성원이 되길 원했으나 결국 버림받고 나홀로 길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최근 영화 속에서 로봇은 더 이상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영화 '그녀'(2013)의 운영체제 사만다는 여러 남자들의 연인이 되어주었고 '조'의 로봇은 인간보다 더 깊은 관계를 맺는다. 어쩌면 나중엔 감정을 잃어버린 인간이 로봇에게서 감정을 재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개성적인 마스크로 인기를 얻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007 스펙터' 등 할리우드 영화에 도전한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가 조 역할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규모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늘려온 이완 맥그리거가 로봇의 사랑 고백을 받는 콜 역할을 맡아 '그녀'의 호아킨 피닉스와는 또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7월 11일 개봉.
조 ★★★
섬세하게 그린 로봇과 인간의 사랑.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19/07/26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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