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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른 1919년, 전쟁광 앙리(로랑 라피트) 중위는 공을 더 세우고 싶어서 독일군 진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정찰대를 보냅니다. 정찰대가 사살당하자 이를 핑계삼아 독일군에 포격을 가합니다. 전쟁은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군인들은 의미없는 전투를 계속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우 알베르(알베르 뒤퐁텔)를 구하려다 입이 함몰되는 부상을 입은 에두아르(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는 사회로 돌아와 마스크를 쓰고 살아갑니다. 생명의 은혜를 입은 알베르는 그를 극진히 간호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에두아르는 알베르에게 자신을 죽은 것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에 알베르는 에두아르와 전사자 중 한 명의 증명서를 바꾸고 이제 에두아르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에두아르의 전사 소식을 들은 그의 가족은 슬픔에 잠깁니다. 돈 많은 회장님인 그의 아버지 마르셀(닐스 아레스트럽)은 입대 전 그림을 그리던 에두아르를 못마땅해 갈등을 빚었던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그는 시에서 참전용사들을 위한 조각상을 공모하자 여기에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나섭니다. 이 공모전에 에두아르가 참가하면서 비극적인 가족사는 클라이맥스로 치닫습니다.
주연을 맡은 알베르 뒤퐁텔이 직접 연출한 영화 ‘맨 오브 마스크(Au revoir là-haut)’는 2013년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한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 ‘오 르부아르’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전쟁의 부질없음, 실종된 휴머니즘, 부자 간의 비극 등이 주제입니다.
영화는 프랑스에서 흥행 성공을 거두었고 세자르 영화상에서 주요 부문을 휩쓸었는데요. 원작의 유명세와 2천만 유로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프랑스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때문으로 보입니다. 완성도 역시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고요(특별히 돋보이는 장면은 없습니다만).
영화는 소설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지만 후반부에는 원작과 다른 장면들이 있습니다.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그 장면들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모두 스포일러입니다.)
우선,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에두아르가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이 다릅니다. 영화에선 아버지가 마스크를 쓴 아들을 눈빛만으로 알아보고 용서를 구합니다만 원작에선 두 사람이 살아서 만나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혼자 직접 운전해 아들을 찾아와 차에서 내릴 때 에두아르가 뛰어내려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합니다. 소설은 차갑고, 영화는 뜨겁습니다.
둘째, 마르셀의 사위이자 에두아르의 매형인 앙리는 죽지 않습니다. 영화에선 알베르가 미필적 고의로 앙리를 파묻어 버리지만 소설에선 경찰에 잡혀가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앙리의 아내인 마들렌(에밀리 드껭)은 영화에서처럼 코너에 몰린 앙리에게 당신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카운터펀치를 날립니다. 영화와 소설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셋째, 모로코 장면은 소설에 없습니다. 소설의 엔딩은 알베르가 연인과 함께 리비아의 트리폴리로 가기 위해 리옹역에서 기차를 타고 떠나는 것입니다. 영화가 굳이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택한 이유는 더 이국적인 느낌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맨 오브 마스크 ★★★
한 전쟁광이 만들어낸 끔찍한 비극의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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