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업’ 여성후보 기립시킨 맥도먼드... 제90회 아카데미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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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타임스업’ 여성후보 기립시킨 맥도먼드... 제90회 아카데미 결산

글 양유창 2018. 3. 5. 14:25

"모든 부문 후보에 오른 여성분들 전부 일어나주세요."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오스카 트로피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객석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지금 여기 함께 있습니다. 제 사무실로 오셔서 같이 영화를 만들어요."

제90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여우주연상 수상소감에서 나왔다. '쓰리 빌보드'에서 절대 주눅들지 않는 강인한 여성을 연기한 맥도먼드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로 살아왔음을 상기시키며 여성들에게 연대를 외쳤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객석의 여성들에게 일어서라고 외치고 있다.

지난 1월 레드카펫을 블랙 드레스로 뒤덮었던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달리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의식적인 드레스코드나 메시지를 담은 배지는 없었지만 순간순간이 '미투'와 '타임스업'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고 감독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엠마 스톤은 "감독상 후보는 4명의 남성과 그레타 거윅입니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사회를 맡은 지미 키멜은 "제가 여성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농담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작년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맡은 지미 키멜.

키멜은 오프닝 멘트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을 축출했습니다. 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쫓아내야 할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전 세계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다른 차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없어야겠죠."

이어서 그는 역사상 다섯 번째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그레타 거윅, 역사상 최초로 촬영상 후보에 오른 여성 레이첼 모리슨, 1977년부터 무려 21번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 등을 거명하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이 첨예한 이슈라면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발표 번복 소동은 가벼운 유머가 되어 돌아왔다. 키멜은 이렇게 농담하며 작년의 대실수를 상기시켰다.

"혹시 모르니까 수상자 발표 후 1분 정도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올해 PWC 회장이 제대로 된 봉투를 전달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지난 89년간은 어디에 집중하고 있었던 걸까요?"

장편애니메이션상 시상자로 나선 마크 해밀도 "제발 라라랜드가 아니길…"이라고 중얼거리며 웃음을 유발했다. 작년 실수의 주인공이었던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는 명예회복을 위해 올해 다시 한 번 작품상 시상자로 나섰고, 이번엔 워렌 비티가 직접 실수 없이 '셰이프 오브 워터' 제목을 또박또박 발음했다.

오스카 트로피는 받아야 할 영화들이 골고루 가져갔다. 이변이라고 불릴 만한 수상 결과는 각본상을 수상한 '겟 아웃'의 조던 필레 정도였다(보통은 작품상 수상작이 각본상을 가져간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가장 주목받았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 등 4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며 주인공이 됐다.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쓰리 빌보드'는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샘 록웰) 등 2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남우주연상은 '다키스트 아워'에서 범접할 수 없는 윈스턴 처칠 연기를 보여준 게리 올드만이 가져갔고, 여우조연상은 '아이, 토냐'에서 극강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앨리슨 제니의 몫이었다.

'덩케르크'가 편집, 음향, 음향편집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했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던 주제가상은 '코코'의 'Remember Me'가 '위대한 쇼맨'의 'This is Me'를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색상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제임스 아이보리가 받았다. 89세인 그는 아카데미 주요 부문 최고령 수상자가 됐다.

엠마 스톤이 드레드 대신 바지 차림으로 레드 카펫에 서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깜짝 이벤트가 화제를 모았다. 작년 관광객들을 갑자기 시상식장으로 불러들였던 키멜은 이번엔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및 감독과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을 찾아가 간식을 전달하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했다.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오스카 시상식에 연결된 관객은 환호성을 질렀다. 키멜은 관객 중 한 명에게 다음 시상자를 소개를 부탁하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제90회 아카데미 영화상 수상 내역]

작품상: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여우주연상: '쓰리 빌보드' 프랜시스 맥도먼드

남우주연상: '다키스트 아워' 게리 올드만

여우조연상: '아이, 토냐' 앨리슨 제니

남우조연상: '쓰리 빌보드' 샘 록웰

감독상: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 델 토로

각본상: '겟 아웃' 조던 필레

각색상: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제임스 아이보리

촬영상: '블레이드 러너 2049' 로저 디킨스

편집상: '덩케르크' 리 스미스

미술상: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폴 D. 오스터베리 외 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