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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고, 나는 마지막 제다이가 아니야.” - 루크 스카이워커


노장이 젊은 '다스 베이더' 카일로 렌에게 하는 이 말처럼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구세대에게 존경을 바치는 영화다. 스타워즈의 새로운 세대가 시작됐음을 선언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끝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루크 스카이워커와 레아 공주는 퇴장한다. 우주전쟁은 계속되고 스타워즈의 세대교체는 이제 시작이다.



뭐가 달라졌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여덟번째 영화다. 감독은 <블룸형제 사기단>과 <루퍼>로 재능을 인정받은 라이언 존슨이다.


영화는 이전 시리즈와 비교할 때 크게 두 가지가 달라졌다. 첫째, 의외의 썰렁 유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는 기존 시리즈와 다른 썰렁 유머가 꽤 많다. 다리미를 마치 우주선처럼 보여주는 장면이라든지, 뜬근없는 사랑고백 같은 장면 등이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등장하기 때문에 어리둥절하다가 제대로 웃지도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썰렁 유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개인의 취향이니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둘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1970년대 오리지널 시리즈의 향수에 기댄 영화라면 이번 영화는 한 솔로(해리슨 포드) 죽음 이후 본격적으로 세대교체가 시작되는 과정을 그린다. 다스 베이더는 카일로(아담 드라이버), 루크 스카이워커는 레이(데이지 리들리), 한 솔로는 DJ(베니치오 델 토로)가 대체한다. 특히 카일로와 레이는 세대교체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고 이는 두 사람을 대척점으로 하는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볼까 말까?


스타워즈 마니아라면 아무리 뜯어말려도 볼테니 넘어가자. 스타워즈에 대한 특별한 팬심이 없는 관객을 위해 이 영화를 즐길 만한 두 가지 포인트를 소개한다.


첫째, 선과 악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보면 좋다. 스타워즈는 밝음과 어둠, 그리고 그 경계에 위치한 자들의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선과 악이 명백하다. 반란군은 선이고, 퍼스트 오더는 악이다. 아주 오래 전 공화국이 주도하던 은하계는 이젠 퍼스트 오더에게 장악되어 있다. 반란군은 일시적으로 퍼스트 오더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지만 다시 위기에 몰리기를 반복한다. 이번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시리즈가 8편이나 계속되고 있지만 반란군은 여전히 반란군이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영화에선 반란군과 퍼스트 오더 내부에서 세대 교체가 일어난다. 반란군의 리더 레아 공주(캐리 피셔)가 쓰러지고, 퍼스트 오더의 슈프림 리더도 무너진다. 새롭게 부상한 퍼스트 오더의 카일로는 기존 세대가 만들어놓은 밝음과 어두움의 공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존 체제를 답습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낡은 세대가 만들어놓은 체제를 갈아엎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한다. 이에 반해 반란군의 레이는 기존 체제에서 밝음이라고 믿고 있는 것을 유지, 계승하고 싶어한다. 둘의 대결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옳은 결정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신기한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 이번 영화는 기존 시리즈에 비해 특별히 더 재미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히 더 나쁘지도 않다. 다만 신기한 장면들은 조금 더 늘었다. 예를 들어 레이가 자기복제돼 일렬로 늘어선 장면. 보통 자기복제가 되면 거울을 보듯 피사체들이 동시에 움직이게 마련이지만 영화 속 공간에선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 그래서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려퍼진다. 이론상으론 이 공간에선 무한대로 그 소리가 들릴 것이다.


또 광속으로 돌파하는 우주선의 무시무시함도 영화에 시각적인 묘사로 등장한다. 우주는 광활해서 우주선끼리 부딪힐 위험이 거의 없다지만 혹시나 궤도가 같아 부딪히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처럼 우주선이 광속으로 움직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아무리 작은 우주선이라도 광속으로 돌파해 부딪히면 거대한 함선을 폭파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준다.



의외의 캐릭터


로즈 역을 맡은 켈리 마리 트란은 이름으로 보면 베트남계로 보이는데 구글링 해보니 엄연한 미국인이다. 전혀 정보가 없고 기존 출연작도 단편영화 몇 편이 전부인 이 무명 배우는 무려 스타워즈에서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반란군의 정비사로 전편의 주연이었던 핀(존 보예가)의 상대역이다. 촬영 당시 그녀는 집에도 스타워즈 출연 사실을 숨겨야 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녀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주연급 역할을 맡은 첫번째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남게 됐다.


전편을 통해 무명의 데이지 리들리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데 이어 스타워즈 시리즈는 이렇게 다양한 인종의 무명 여성배우를 한 명씩 발굴하기로 한 것 아닐까 싶다.



영화 초반 로즈의 언니로 분한 아시아계 여성이 자신을 희생하며 장엄한 죽음을 맞이할 때만 해도 “구색 맞추기로 괜찮네” 싶은 정도였으나 영화는 이를 뛰어넘어 아예 반란군의 주요 캐릭터 중 한 명으로 켈리 마리 트란을 심었다.


영화를 보면서 로즈의 활약이 반가우면서도 꽤 낯설었는데 그 이유는 그동안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에서 아시아 여성 배우를 본 적이 드물어서일 것이다. 할리우드 입장에선 그만큼 아시아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캐스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국계가 아닌 베트남계 여성을 캐스팅했다는 점에선 단지 시장성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가 좀더 진취적으로 다양성을 고려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할리우드의 어떤 프랜차이즈보다 개방적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

스타워즈의 세대교체. 사라지는 구세대에 경의를 표하다. 썰렁유머는 감점.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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