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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봉 영화들 중 나만의 베스트 10을 꼽아봅니다.
올해도 틈나는대로 많은 영화들을 보았네요.
하지만 주요 개봉작 중 <7광구> 같은 몇몇 작품은 차마 끝까지 못보겠더군요.
그래서 올해엔 실망했던 영화들은 꼽지 않고 베스트만 꼽아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기준은 첫째, 새로운 것이 있는가, 둘째, 울림이 있는가 입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꼽은 아래의 영화들을 살펴보시고
못보신 영화가 있다면 챙겨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BEST 10

1. 파수꾼

<파수꾼>은 고등학생을 다루었던
 기존의 한국영화들과 전혀 다릅니다. 이 영화의 소재는 자살한 학생이지만, 교사가 등장하지도 않고 교육현실이나 성적 같은 문제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일종의 은유입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그 속에 담긴 일종의 권력구조를 세 남자 사이의 사소한 감정변화를 통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남자, 이제훈은 물론 올해의 발견이 분명합니다. 그는 <고지전>에서도 빛났죠. 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을 이런 물건으로 만든 윤성현 감독의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2. 네버 렛 미 고
Never Let Me Go

이 영화는 SF일까요? 클래식일까요? 아니면 애절한 로맨스일까요? 제목으로 봐서는 클라크 게이블이 나왔던 1953년작의 리메이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남아있는 나날>로 유명한 카즈오 이시구로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복제인간이 살고 있는 섬,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을 하면 죽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 캐시와 토미. 둘을 질투해서 토미를 뺏는 루스. 체념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삼각관계가 차분하고 감성적인 화면에 담겼습니다. 배경은 1970년대지만 특이하게도 그곳은 지금껏 온 적이 없는 과거입니다.

3. 만추


현빈과 탕웨이, 그리고 안개 낀 시애틀이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최근 한국의 로맨틱 영화 중에 가장 잘 만든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카페에서 기다리는 탕웨이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4.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Exit Through the Gift Shop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직접 감독한 재치있는 다큐멘터리. 사기꾼에서 아티스트로 변해가는 티에리의 과정을 보여주며 돈으로 미술을 사는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의 뒤통수를 치는 솜씨가 일품이죠. 제목 자체에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 있군요.

5.
세 얼간이 3 Idiots

발리우드의 영화기술을 한번에 보여주는 인도영화 최대 흥행작. 인도영화에 꼭 들어간다는 뮤지컬 장면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스토리 맥락에 딱 맞춰져 있으며 안무 또한 훌륭합니다. 보편적인 주제 속 화려함과 감정이입.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을 다 갖춘 착한 영화.

6.
도가니

2011년에 가장 뜨거웠던 한국영화. 우울한 시대상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한국사회는 별로 나아진 게 없어요. 공유 같은 톱스타가 이런 사회고발 영화에 더 많이 출연하기를 바랍니다.

7.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세 얼간이>가 착한 상업영화의 답안을 보여줬다면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블록버스터 속편이 갖춰야 할 모범답안을 알고 있습니다. 프리퀄인 만큼 관객들 모두 결말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처음부터 끝가지 긴장감을 잃지 않습니다.

8.
내가 사는 피부 The Skin I Live In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이후 가족관계에 천착하면서 얌전해진 듯 보였습니다. 성숙한 거장이 된 것인가 싶었는데 <내가 사는 피부>는 그가 아직 예전의 천진난만한 감성 - 일종의 변태 퍼포먼스 - 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어떤 스토리를 말하더라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만, 단순화한다면 <올드보이>의 트랜섹슈얼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 가족 이야기까지 겹치니 어떻게 보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 같기도 합니다. 얌전했던 알모도바르도 감동적이었지만 변태 알모도바르도 좋습니다. 어떻게든 그는 영화 하나는 정말 잘만드니까요.

9.
무산일기

절친이었던 탈북자 친구가 죽은 뒤 그를 옆에서 지켜보던 과정을 기록해 그를 추억하며 영화로 만든 박정범 감독. 그는 자신이 직접 주인공으로 탈북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어떤 탈북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보다 사실적입니다.

10. 고백
Confession

일본에서 흥행 1위에 올랐던 이 논란 속 영화는 선생이 학생에게 복수한다는 일본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저는 스토리보다도 이 영화의 만듦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네 명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방식과 메탈 느낌으로 탈색한 영상이 너무나 강렬하고 스타일리쉬합니다.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같은 반짝이는 영화들을 만들었던 나카시마 데츠야의 솜씨입니다.



그외 2011년 기억해야할 작품들

127시간
고지전
드라이브
아이 엠 러브 

안티크라이스트
인사이드 잡
일루셔니스트
트루맛쇼
트리 오브 라이프


생각보다 괜찮았던 영화들

마당을 나온 암탉
마셰티
모비딕
북촌방향
블랙 스완
소스코드
아이들...
악질경찰
위험한 상견례
인 타임
최종병기 활
푸른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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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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