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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개봉했던 영화들 중 베스트 10을 꼽아보았습니다.
더불어 실망했던 영화들도 언급했습니다.

순위는 제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것입니다.




베스트 10

1. 마더

올해의 베스트 10에는 한국영화가 두 편 밖에 없는데 그나마 <마더>가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아주 중요한 영화는 아니겠지만 쉽게 잊혀져서도 안되는 영화일 것입니다. 스릴러와 반전이라는 스토리보다는 김혜자라는 배우에서 뿜어져나오는 아우라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입니다. 마지막 장면 관광버스에서의 춤바람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네요.

2. 디스트릭트 9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이 영화는 실제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작년 <클로버필드>에서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디스트릭트 9>은 이보다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인종차별에 관한 상징적인 장소인 남아공을 배경으로 현실 세계와의 묘한 알레고리에 외계인을 대입한 아이디어가 멋졌습니다. 외계인이 다시 지구로 돌아올까요? 하루 빨리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군요.

3.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2009년 오스카가 한 편의 영화를 선택해야 했다면 <슬럼독 밀리어네어>도 아니고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아닌 바로 <더 리더>였을 겁니다. 오스카가 이 영화를 홀대한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치 시대의 아이러니를 배경으로 문학적 감수성에 우직한 로맨스를 결합한 이 영화는 오랜만에 진한 감동을 주는 영화입니다. 감독은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였습니다.

4.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테리 길리엄은 자신이 아직 늙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상상속 세계는 프로덕션 디자인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저는 파르나서스 박사가 아니라 테리 길리엄의 머리 속에 들어가보고 싶네요. 히스 레저와 그의 친구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토니 캐릭터도 멋졌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성급히 마무리되는 부분은 아쉽네요.

5. 브로큰 임브레이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창작과정을 궁금해하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영화감독은 정말 여배우들을 사랑하게 될까요? 알모도바르는 어떻게 보면 자전적인 이 영화에서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무척 재미있어서 늘 다음 장면이 궁금해집니다. 영화 속 감독의 아들이 하는 말처럼 "얼른 다음 장면을 보여주세요!"

6. 펜트하우스 코끼리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선입견이 심했죠. 제목에서 느껴지는 싸구려 에로틱한 분위기에 장자연의 노출씬으로 마케팅된 언론기사까지.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 만으로 묻히기에는 좀 아쉽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불필요하게 자극적이고 익숙한 클리셰들은 어설프게 나열되어 무척이나 불편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2시간 25분 동안 밀어붙이는 힘 때문입니다. 그것은 요즘 한국영화에서 참 보기 드문 힘이었습니다. 도대체 감독 본인이 아니면 누가 이런 영화에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정승구 감독이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펜트하우스 코끼리>를 비롯해 <추격자>와 <크로싱>에 제작투자한 그의 이력으로 봤을때 돈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겠네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만들기에 대한 진정성을 느꼈고 그것 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7. 체인질링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두 영화 <그랜 토리노>와 <체인질링> 중에 한 편을 고르라면 저는 <체인질링>을 고르겠습니다. <그랜 토리노>의 왠지 삐딱한 시선이 저는 싫습니다. 그대신 <체인질링>의 정공법이 더 좋았습니다. 이 영화는 1920년대 아이가 뒤바뀐 한 여자가 그를 정신병자로 모는 사회를 향해 싸워 승리하는 영화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중 드물게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죠. 그만큼 그는 이 영화의 주제에 맞는 정공법을 택했고 그 정공법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으니 그는 참 복도 많은 감독이네요.

8. 줄리&줄리아

우연히 가벼운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보게 된 노라 에프런의 새 영화. <시애틀에서의 잠못드는 밤> 이후로도 노라 에프런의 필모그래피는 이렇게 가볍고 따뜻한 영화로 채워져 있더군요. 이제 막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유쾌한 영화를 만드는 할머니의 따스함에 한 표 던집니다. 아내의 실제상황과 겹쳐서 더 즐거웠던 영화였습니다.

9. 프로스트 vs 닉슨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도 잘 표현됐었지만 당대의 큰 사람을 만나 그의 적이 되는 것은 정말 손이 부르르 떨리는 일입니다. 그가 이미 무너져서 퇴물이 되었다고는 해도 그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거물이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낙마한 닉슨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에게 자기 죄를 시인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어지간한 배짱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그 인터뷰를 하기로 한 사람이 지역방송에서 몇몇 코미디 프로그램을 진행해본 것이 전부인 호주의 한 무명 방송인이라면 말이죠. 이 영화는 둘 사이의 인터뷰에 관한 영화입니다. 감정 흐름의 변화를 잡아내는 것이 마치 헤비급과 라이트급 복서의 체급이 다른 권투경기를 보는 듯 흥미진진합니다.

10. 2012

올해 블록버스터라고 하면 <해운대>도 있고 <국가대표>도 있었죠. <아바타>도 있고 <터미네이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2012>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전지구를 폐허로 만들어버리는 이 영화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해왔던 것처럼 놀라운 비주얼에 영웅이 등장하는 또다른 <인디펜던스 데이>이자 <투모로우>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색다른 의미심장한 메시지도 던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 미국 LA에서 시작돼 워싱턴을 지나 중국과 티베트를 거쳐 아프리카에서 끝난다는 것입니다. 이만하면 2012년을 앞둔 오늘날 묵시록과 21세기 예언영화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순위에 못들었지만 언급할 만한 영화들

똥파리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박쥐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여배우들
워낭소리
인택토
인터내셔널
작전
잘알지도 못하면서
킬러들의 도시


기대했지만 실망했던 영화들

레볼루셔너리 로드
백야행 - 하얀 어둠속을 걷다
번 애프터 리딩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불신지옥
슬럼독 밀리어네어
아바타
알파독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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