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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끈적한 막바지 여름 속 다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이럴 때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영화 한 편 어떠세요?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공포영화 3편을 소개합니다.



<장산범> 소리만 들어도 소름끼쳐


무서운 한국영화 하면 <숨바꼭질>(2013)을 기억하는 사람들 많으시죠? 우리 집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설정으로 생활밀착형 공포감을 자극했습니다.


<장산범>은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숨바꼭질>이 훤히 드러난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강조해 공포 심리를 만들었다면, <장산범>의 필살기는 ‘소리’입니다. 영화는 계속해서 귀를 자극합니다. 원래 공포영화가 깜짝 놀라게 하는 사운드를 잘 활용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수준을 넘어서 사람의 목소리가 곧 공포가 됩니다.



영화는 5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 희연(염정아)과 아빠 민호(박혁권)가 딸 준희(방유설), 치매 노모(허진)와 함께 조용한 산골마을 장산으로 이사 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숨바꼭질>과 달리 배경이 외딴 집이라는 것부터 왠지 으스스해지죠? 이 동네에는 앞 못 보는 무당이 살고 있고, 수십 년 전부터 실종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등 분위기가 찜찜합니다. 그러나 희연은 실종된 아들 생각에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비오는 날, 희연은 집 뒤의 숲에서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신린아)를 발견합니다. 정체 모를, 그러나 가엾은 이 소녀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녀는 자기의 이름을 ‘준희’라고 말합니다. 희연의 딸과 똑같은 이름이죠. 이름만 같은 줄 알았더니 목소리도 비슷합니다. 희연과 민호는 누가 딸인지 헷갈려 합니다. 게다가 여자애의 말투는 실종된 아들을 닮았습니다. 불길함을 느낀 민호는 여자애를 당장 경찰에 신고하자고 말하지만 희연은 아들 생각이 나서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녀는 소녀에게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런데 여자애가 집에 들어온 뒤부터 치매 노모가 이상해집니다. 칼을 들고 여자애를 죽이려 합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땐 노모도 여자애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경찰은 희연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사진 속에 여자애의 모습이 보입니다. “맞아요, 이 아이에요.” 하지만 경찰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진은 아주 오래 전 80년대에 찍은 건데요.”



이제 영화는 신출귀몰하는 여자애와 장산 지역에 산다는 전설의 장산범, 그리고 장산범의 기를 받아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변조하는 80년대 무당 등이 등장하는 후반부로 넘어갑니다. <곡성>을 연상시키는 굿 장면에 이어 동굴 속에 울려 퍼지는 다양한 목소리들은 공포영화에 꽤 단련이 된 필자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신들린 듯 접신하는 무당 이준혁의 연기가 대단합니다.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예요. <곡성>에 쿠니무라 준이 있다면 <장산범>에는 이준혁이 있습니다.


<장산범>은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을 뼈대로 전래동화 해님달님,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등의 설정을 결합해 만든 영화입니다. 목소리를 듣고 안심했는데 목소리의 주인이 그 사람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청각 공포’는 사운드가 빵빵한 극장에서만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애나벨: 인형의 주인> 12년마다 깨어나는 악령


<애나벨: 인형의 주인>은 <애나벨>(2014)의 프리퀄입니다. 악령이 깃든 애나벨 인형이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전해내려 왔는지를 그립니다.


영화의 배경은 1943년 미국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외딴 저택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인형 장인 사무엘 멀린스(앤소니 라파글리아)가 이제 막 여자 아이 모양의 인형 한정판 1호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내 에스더(미란다 오토)와 5살 난 딸 애나벨(사만다 리)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데요. 교회에 다녀오는 길에 딸이 차에 치여 죽고 맙니다.



그로부터 12년 후, 고아원의 소녀들이 수녀와 함께 외딴 저택을 찾아옵니다. 사무엘과 에스더가 저택을 갈 곳 없는 고아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것이죠. 사무엘은 소녀들에게 집을 안내하면서 2층에 애나벨이 살던 방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하지만 사건은 언제나 금지된 방에서 터지기 마련이죠. 소녀들 중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는 제니스(탈리아 베이트먼)는 기묘한 느낌에 이끌려 그 방의 문을 열게 되고, 그곳에서 악령에 사로잡힌 한정판 인형과 애나벨의 환영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집안 곳곳에 애나벨의 악령이 출몰하고 마침내 샬롯 수녀(스테파니 시그먼)가 에스더에게 인형과 악령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되면서 수녀와 고아들은 필사의 탈출을 시도합니다.



영화에는 갑자기 커지는 음향효과와 확 잡아당기는 등의 시각효과로 놀라게 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 영화가 정말 무섭다는 평들은 이런 트릭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는 뜻이겠죠. 소녀가 앞에 있는데 뒤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거나, 우물 속에 인형을 버렸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그 인형이 소파에 누워 있다거나, 안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악령의 모습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너무 놀라서 팝콘을 쏟았는데 뒤에서 팝콘이 날아와서 다시 채워졌다” “바닥에 떨어진 팝콘 주워 먹으면 되니 굳이 살 필요가 없다” 등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많습니다. 필자가 극장에 갔을 땐 여성 관객보다 오히려 남자들이 손 가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영화만큼 재미있었네요.



영화는 제작비 1천500만 달러를 투입해 전 세계에서 무려 1억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습니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공포영화는 참 가성비가 높습니다. 한 번 입소문이 나면 폭발력이 대단합니다. 한국에서도 18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컨저링>(226만 명)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애나벨: 인형의 주인>의 후반부는 다시 12년 후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전작 <애나벨>과의 연결고리입니다. 새 양부모를 갖게 된 애나벨의 옆집에 바로 <애나벨>의 부부가 살고 있는 것이죠. 또 영화 중반부에 수녀 사진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사진 속 미지의 수녀는 앞으로 제작될 <수녀>라는 새 시리즈와의 접점입니다. 이 모든 것은 ‘컨저링 유니버스’에 속해 있습니다. 전설적인 공포영화 <컨저링>은 이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세계로 확장 중입니다.



<제인 도> 시체 부검소에서 생긴 일


미국 버지니아주 그랜섬에서 20대 백인 여성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외부에 상처가 전혀 없는 아름다운 시신은 땅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경찰은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에서 3대째 시체 부검소를 운영하고 있는 틸든 가에 시신을 맡깁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 사인을 밝혀달라고 말합니다.


부자지간인 토미 틸든(브라이언 콕스)과 오스틴 틸든(에밀 허쉬)은 그날 밤 익명의 이 여성 시체를 부검합니다. 그런데 시신에 칼을 댈수록 지하 작업실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문이 닫히고 전등이 깨지고 고양이가 죽어 있습니다. 급기야 평소 밝은 음악을 틀어 놓는 라디오가 지직거리더니 이상한 노래가 나옵니다. 그 노래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당신은 절대 떠날 수 없어. 심장을 열고 태양을 맞이해.”



‘제인 도’는 익명의 여성을 뜻하는 말입니다. 남자일 때는 보통 ‘존 도’라고 하죠. (익명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감독이 자기 이름을 ‘존 도’라고 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는 초반 정체를 알 수 없는 제인 도 시신의 강렬한 등장과 이를 부검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줌으로써 시선을 잡아끕니다.


올웬 캐서린 켈리가 연기한 시신의 외양은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답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눈동자가 혼탁하고, 혓바닥이 잘려 있고, 발목이 부러져 있고, 손톱에 토흔이 박혀 있고, 질 내부는 날카로운 흉기로 잘려져 있습니다. 심장 등 장기엔 흉터가 가득하고, 폐는 불에 타 그을렸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렇게 엄청난 고통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보존됐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사람을 죽인 것일까요? 토미와 오스틴은 프로페셔널의 자세로 이 끔찍한 시신을 하나씩 기록합니다. 그런데 부검을 진행하면서 오스틴은 장기 속에서 문서를 하나 발견합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성경 구절이 담긴 문서로 그녀가 죽기 전 삼킨 것입니다. 이제부터 영화는 해부학 교실을 넘어 오컬트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심장을 강타하는 공포가 시작됩니다.



<제인 도>를 보시려면 각오를 단단히 하시는 게 좋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은 보고 싶더라도 자제하시기를 권합니다. 이미 이 글을 읽는 것도 괴로우셨다면 어쩌면 이 영화는 당신과 맞는 영화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장산범>이나 <애나벨>이 시시하게 느껴지는 분이라면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단, 뒷감당은 책임 못 집니다.


영화 초반 오스틴의 여자 친구가 찾아와 시신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때 오스틴이 이렇게 말하죠. “한 번 보면 돌이킬 수 없어.”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제인 도’의 시신을 한 번 보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녀는 어쩌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거든요!



셋 중 어떤 영화에 더 끌리시나요? <숨바꼭질>과 <곡성>을 좋아하시면 <장산범>, <컨저링> 시리즈 팬이시라면 <애나벨: 인형의 주인>, 심화학습(?)을 원하신다면 <제인 도>를 추천합니다.


(SK하이닉스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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