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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는 영화입니다. 아마도 <매트릭스> 때처럼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싶어하고 그 내용을 가지고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꿈 속으로 들어간다는 소재 자체가 충분히 흥미로우니까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기본적인 지식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Je ne regret pa rien"이라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입니다. "나는 내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 노랫말은 영화 속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인생과 닮았습니다. 그리고 에디트 피아프의 자전적인 영화인 <라비앙 로즈>에서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해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배우는 바로 말 역을 맡은 마리옹 꼬띨라르입니다.

두번째로 엘렌 페이지가 연기한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입니다. 아리아드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테세우스에게 실뭉치를 건내주어 미노타우루스의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오게 도와주는 크레타의 공주입니다. 이 배경지식을 알고 있다면 그녀가 꿈의 미궁을 빠져나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겠죠. 저같으면 이름이 너무 노골적이라서 '아드네' 정도로 바꿨을 것 같은데 어쨌든 놀란 감독은 아리아드네라고 직접적으로 던져주었습니다.

세번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전작 <메멘토>입니다. <메멘토>에서 주인공은 아내가 죽고난 뒤 자책감에 시달리며 범인을 찾으려 애씁니다. 새미 젠킨스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데 마지막에는 그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듣고는 혼란스러워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인셉션>의 코브와 <메멘토>의 주인공은 많이 닮았습니다.



<메멘토>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퍼즐을 거꾸로 맞춰가는 이야기였다면 <인셉션>은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새로운 상상을 계속해서 펼쳐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메멘토>가 직선의 단조로운 느낌이라면 <인셉션>은 무한반복되는 원형을 그리는 느낌입니다.

<인셉션>은 완전히 새로운 영화는 아닙니다. 꿈 속의 꿈을 다룬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꿈 속을 옮겨다니며 싸우는 영화도 있었고, 꿈에서 깨어나면 죽는다는 설정의 영화도 있었고, 꿈과 현실이 혼란스러운 영화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두 가지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첫번째는 꿈 속의 꿈으로 들어가면 시간이 연장된다는 설정입니다. 현실의 10시간이 첫번째 레벨의 꿈 속에서는 1주일이 되고 두번째 레벨의 꿈으로 들어가면 60일이 되며 세번째 레벨의 꿈에서는 10년이 됩니다. 이 설정으로 인해 영화는 더 많은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마치 복잡한 미분을 푸는 것처럼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그 안에서 더 넓은 공간을 찾아 들어갑니다. 그 속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또 무의식으로 점점 다가간다는 점에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레벨 사이의 시간의 다르다는 점은 새로운 영화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레벨1의 꿈 속에서 난간에 부딪혀 물 속으로 추락하는 밴이 그렇게 짧은 순간 속에서도 긴박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무중력입니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액션씬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안된 설정인 것 같습니다. 꿈을 꾸는 사람의 몸이 심하게 흔들리면 꿈 속에 있는 사람들은 무중력 상태에 빠집니다. 시간이 연장되기 때문이지요. 사실은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지구상이기 때문에 중력이 없는 것은 아닐텐데 놀란 감독은 그런 장치를 집어넣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그럴 듯합니다. 아서가 호텔에서 벌이는 액션 씬이 정말 멋있어졌으니까요. <매트릭스> 이후에 최고의 창조적인 액션씬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밖에도 킥을 통해 꿈에서 빠져나온다는 것과 강력한 진통제를 맞은 상태로 꿈 속에서 죽으면 림보 상태로 간다는 것 등 흥미로운 설정들이 있고 이로 인해 영화는 관객들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전작 <다크 나이트>에서도 느꼈지만 그는 작품을 만들수록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감독입니다. <인셉션>에서 제가 감탄한 부분은 레벨2와 레벨3을 거쳐 림보로 들어가면서 그 복잡한 상황을 정리해내는 편집 솜씨입니다. 다양한 배경의 수많은 장면들이 한스 짐머의 웅장하고 스릴 넘치는 음악과 겹쳐져 교차편집되어 있는데 모든 레벨의 긴장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전달됩니다. 마치 복잡한 수학공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결말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나와 있고 또 감독도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을 의도했을 것입니다. <메멘토>에서 이미 열린 결말에 대한 시도를 한 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코브의 토템은 계속 돌아가면서도 멈출것 같은 순간에 영화는 끝나버립니다. 코브가 림보 속에서 꾼 꿈인지, 아니면 해피엔딩인지, 그것도 아니면 유서프의 창고에서 꾸는 꿈인지, 코브의 장인이 코브에게 인셉션을 한 것인지, 혹은 이 모든 것이 평범한 샐러리맨인 코브가 비행기 안에서 꾼 꿈인지 등등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명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엄청난 흥행성적을 이끌어내면서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영화. 그 절묘한 조합이 아마도 많은 영화감독들의 꿈일테니까요. 다른 감독들이 꿈꾸던 세계를 창조하고 이미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감독. 벌써부터 <배트맨>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기다려집니다.


PS) Inception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시작'으로 번역됩니다. 두번째로는 '학위를 수여하다'라는 뜻도 있고요. 막연하게 Insertion이라는 단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는 좀더 포괄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Conceiving이라는 단어와 혼용되어 쓰인다고 하는군요. '생각을 품다' '흡수하다'의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이 영화로 인해 Inception의 세번째 뜻으로 삽입(Insertion)이 사전에 들어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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