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991년 양띠해에 태어난 개성 강한 여배우들이 2015년 양띠해 스크린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고은, 박소담, 류혜영이 그 주인공이다.


셋 중 김고은이 <은교>(2012)로 가장 먼저 유명세를 얻었지만, 박소담과 류혜영 역시 <잉투기>(2013)로 함께 얼굴을 알린 이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의 출연작들만 나열해도 최근 한국영화의 흐름을 꿸 수 있을 정도다.


김고은이 <성난 변호사들>, <협녀 - 칼의 기억>, <차이나타운> 등 2년간 5편의 상업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충무로 대세 여배우임을 입증하는 동안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 <마담 뺑덕>을 비롯해 2년간 9편의 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다. 이는 ‘어디에나 있는 배우’ 이경영의 2년간 출연작 12편 못지 않은 수치다. 이에 반해 류혜영은 <그놈이다>, <나의 독재자> 등 2년간 2편으로 편수는 많지 않지만 두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합류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세 배우의 공통점은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개성 강한 얼굴에 있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외모라는 희소성이 강점이다. 그중 김고은과 박소담은 쌍꺼풀 없는 작은 눈과 얼굴형이 닮아서 두 사람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많다. 박소담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제2의 김고은’이라는 호칭이 붙었을 정도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10학번 동기다. (그러나 수업을 같이 들은 적은 없다고 한다.)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베테랑>의 박소담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의 박소담


김고은이 <은교>로 학창시절부터 일찌감치 스타가 된 반면, 박소담은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꾸준하게 연기력을 키워나갔다. 박소담은 학창시절 ‘단편영화계의 전도연’으로 불릴 만큼 연기력을 인정 받아 감독 지망생들이 가장 캐스팅하고 싶어하는 배우기도 했다. 그래서 한예종 졸업작품 중 무려 15편에서 박소담의 연기를 볼 수 있다.



최근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강동원을 보러 갔다가 박소담을 발견하고 나오는 영화다. 박소담은 이 영화에서 5000년 묵은 악령에 씌인 여고생을 연기했는데 4개국어로 김윤석, 강동원과 대결하는 그녀의 섬뜩한 눈빛은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 역할을 위해 삭발까지 감행한 박소담에 대해 장재현 감독은 "1인 5역을 맡은 것 같은 다층적인 연기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오컬트 영화의 걸작 <엑소시스트>(1973)에서 14살 소녀 린다 블레어가 연기했던 전설적인 악령 연기 못지 않은 한국판 엑소시즘 연기에 관객과 평론가들의 호평 역시 이어지고 있다.


<검은 사제들> 이전 박소담이 맡은 역할들은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의 연덕처럼 얌전하고 마음 여린 소녀가 대부분이었다. <베테랑>에선 유아인이 주는 마약을 받아먹는 신인 여배우를 연기했고, <사도>에선 영조의 총애를 받는 후궁 문소원이었다. 그러나 <검은 사제들>의 악령 연기로 박소담은 마냥 여린 소녀가 아니라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을 입증했다.


<성난 변호사>의 김고은


<협녀 - 칼의 기억>의 김고은


<차이나타운>의 김고은


이미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없는 스타인 김고은은 지난달 개봉한 <성난 변호사>에서 잘나가는 변호사를 연기한 이선균에게 사사껀껀 딴지를 거는 당찬 검사 역할을 맡았다. 최근엔 할머니와 손녀 딸 이야기인 <계춘할망>의 촬영을 완료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또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의 주연을 맡아 내년 방영을 앞두고 있다.


전형적이지 않은, 하얀 도화지 같은 얼굴로 다양한 배역을 흡수하는 김고은, 박소담과 달리 류혜영은 당돌해 보이는 이미지로 인해 비교적 센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응답하라 1988>의 류혜영


<그놈이다>의 류혜영


<나의 독재자>의 류혜영


2007년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로 데뷔한 류혜영은 2011년 옴니버스 영화 <애정만세> 중 양익준 감독의 <미성년>에서 거침없는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잉투기>에서 '먹방 BJ' 여고생 영자 역할을 맡았는데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당돌한 연기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류혜영이 충무로에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영화는 작년 개봉한 이해준 감독의 <나의 독재자>였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박해일을 짝사랑하면서 결국 그의 아이까지 임신하는 당찬 20대 여성을 연기했다. 이후 그녀는 최민식, 이정재 등이 속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매니지먼트를 받으며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올 봄 방영된 KBS 드라마 <스파이>에선 김재중의 국정원 동료 역할을 맡았고, 최근 개봉한 <그놈이다>에선 어두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쾌활한 소녀 역할로 극의 초반 흐름을 이끌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맡은 배역도 만만치 않다. 이 드라마에서 감정기복이 심한 서울대생 엘리트 성보라로 분한 류혜영은 여동생 성덕선(혜리)과 육탄전을 벌일 예정이다.


개성 있는 외모에 연기력까지 갖춘 동갑내기 세 여배우들. 이들의 등장은 지금 한국영화에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