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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즐겨하고 많이 다니는 편이라서 주위에서 여행에 관해 물어올 때가 많습니다. 대개 질문들도 비슷하고 해주는 말도 비슷합니다. 여행지의 느낌이나 무엇을 어떻게 하는 방법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런데 정말 필요한 것들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수 있을지 일곱 가지 팁을 정리해 봤습니다.




1. 한인 민박에 가지 마라


한인 민박은 편리하다. 말도 통하고 밥과 김치도 제공된다. 그런데 마음이 편한 것은 여행이 아니다. 두근두근 설레고 긴장돼야 여행이다. 막막한 호텔방에서, 낯선 현지인 가정에서 묵어야 그때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소규모 한인민박은 그나마 낫다. 한국인들 북적거리는 민박집에선 그들끼리 밤새 술마시고 몰려다닌다. 이럴 거면 뭐하러 여행 왔나 모르겠다. 북한 아시안게임 응원단이 만경봉호에 머물며 당일 경기장만 왔다간다고 한다. 이건 여행이라보단 관광이자 출장이다. 여행을 떠났으면 현지에 몸을 맡겨라. Airbnb 등을 통해 최대한 특색 있는 숙소를 찾는 것도 좋다.




2. 일정을 분 단위로 짜지 마라


아무 대책없이 비행기 표를 오픈으로 끊어서 돌아다니는 여행과 분 단위로 타이트하게 일정을 짜서 숙소는 물론 버스 티켓까지 예약해 놓는 여행. 개인적으로 두 가지 여행을 다 해봤다. 전자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고 후자는 그날 밤 발바닥에 휴족시간을 붙이고 쿨쿨 잠든 것 위주로 기억난다. 뭐, 어쨌든 그날 많은 곳을 돌아다녔기에 알차기는 했다.



여행은 시공간이 완전히 바뀌는 데서 오는 새로운 경험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공간보다는 시간이다. 여행은 미지의 세계를 정복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는 과정에 더 가깝다.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때의 두려움과 긴장에 몸은 더 반응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책없이 무작정 가는 것은 막연하고 쉽지 않다. 일정을 짜되 현지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를 남겨두는 게 좋다. 꼼꼼하게 한다고 플랜B까지 만들지 마라. 닥치면 다 하게 돼 있다.




3. 웬만하면 걸어다녀라


한두 정거장 거리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말고 걸어라. 걷다 보면 그 나라가 더 자세히 보인다. 땅의 울퉁불퉁함이나 도로 위 페인트 자국, 신호등 모양도 나라마다 전부 다르다. 특히 골목에는 삶의 흔적이 녹아 있다. 나같은 '길치'들에겐 구글 지도가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이것은 치안이 괜찮은 도시에 국한되는 말이다. 괜히 남미에 가서 위험한 곳을 무방비로 걸어다니지는 말라.




4. 레스토랑에 갈 돈을 아끼지 마라


맥도날드만 전전하다가 돌아오는 여행자들이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주를 여행하는 학생들이 그렇다. 그러나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면 여행을 한 게 아니다. 어차피 그 도시에 다시 가기는 힘들다. 갔을 때 즐겨라. 식당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너무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적당한 레벨의 레스토랑을 찾아라. 외국 식당에선 혼자여도 눈치 안보고 먹을 수 있다. 맛있는 식사를 했고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면 팁을 줄까말까 고민하지 말고 줘라. 현지인들은 다들 그러고 산다.




5. 죽기 전에 가봐야할 곳에 목메지 마라


요즘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라며 리스트를 소개해주는 사이트들이 많다. 프로 작가가 찍은 멋진 사진을 올려놓고 유혹하는데 대부분 처음 들어본 곳들이다. 사실 그 리스트들은 한국인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대부분 직항이 없어서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길어야 7~10일 휴가가 고작인 한국 직장인들이 거기까지 가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많은 대학생들은 유명한 대도시부터 돌아다녀야 하기에 또 가지 못한다.


한 번 언급했지만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장소보다는 시간이다. 그 순간 무엇을 보았냐보다는 무엇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다. 어디를 갔었는지보다 언제 누구와 갔었는지가 더 기억에 남는다. 남들 안 간 곳에 가봤다고 자랑하는 건 한 순간일 뿐이다. 내가 찍은 풍경 사진보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프로 작가의 사진이 훨씬 더 멋짐에도 불구하고 직접 사진을 찍는 이유는, 셔터를 누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이 사진에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가기 힘든 곳을 찾지 말고 평소에 정말 가보고 싶던 곳을 여행지로 선택하라.




6. 셀카에 목숨 걸지 마라


여행 다니다 보면 사진 찍다가 여행지의 감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물론 나중에 사진으로 추억하게 되긴 한다. 그런데 사진이 주인지 여행이 주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진만 찍어대는 여행자들이 있다. 유명 관광지, 식당에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들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는 정말 소중한 순간에는 사진을 찍지 않는 전설적인 사진작가가 나온다. 사진을 찍는 순간 나만의 소중한 경험은 사라지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순간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사진 찍느라 여행지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순간을 허비하지 마라. 페이스북에 올릴 셀카는 한두 장이면 족하다.




7. 나만의 여행 테마를 만들라


여행 책자에서 추천하는 코스는 대부분 박물관 소개나 유명 관광지 소개다. 하지만 남들 다 가는 곳만 다녀오면 할 얘기가 별로 없다. 자신만의 테마를 만들어라. 요리를 좋아한다면 음식 테마, 영화를 좋아한다면 촬영지 테마, 지하철을 좋아한다면 세계 각국의 지하철 테마 등 테마에 따라 여행 장소를 고르고 일정을 짠다면 더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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