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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걸작 <동경이야기>가 60년만에 리메이크됐다. 감독은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로 유명한 야마다 요지. 그는 10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온 '일본의 임권택'이다. <동경가족>은 야마다 요지의 데뷔 5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위 사진에서 앞줄 가운데 앉아 있는 남자가 야마다 요지 감독이다.


2. 원작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어머니가 동경에서 죽는다는 설정이다. 원작에서는 동경여행이 끝난 뒤 고향에서 자식들에게 부고가 왔다. 또 원작에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었던 노리코의 경우, 리메이크작에서는 철부지 막내 아들(츠마부키 사토시)의 여자친구(아오이 유우)로 바뀌었다. 어머니의 유품인 시계를 선물받는 설정이나 아버지가 발톱을 깍는 마지막 장면은 오마주라고 할 만큼 똑같다.


3. 원작은 전후 일본의 가족상을 그렸다. 자식들은 하나같이 도시에서 힘들게 살아가느라 안정을 찾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부모가 왔어도 무뚝뚝하기만 했다. 이에 반해 리메이크작에서 주목할 대사는 "이 나라에는 희망이 없어"다. 영화는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을 언급하며 가족 이야기가 사회와 호흡할 지점을 만들어낸다.


4. 어쨌거나 늙은 부모를 잘 모시는 착한 아들딸이 되자는 이야기다. 현대사회에서 '효'를 묻는 보수적인 이야기다. 원작은 효를 깨우치면 미망인도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한 데 반해, 리메이크작은 집안에 참한 여자가 들어와야 가족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참한 여자는 첫째 아들의 며느리와 막내 아들의 여자친구다.


5. 때로는 옛날 이야기가 통할 때가 있다. 할아버지의 잔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무릎을 제대로 펼 수도 없는 노인이 자식들에게는커녕 술집에서도 구박받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지 않은가. 잔잔하게 옛 가치를 설득하는 영화다. 그것은 바로 가족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6. 군데군데 오즈 야스지로 특유의 '다다미 쇼트'가 등장한다. 영화의 만듦새는 꽤 훌륭하다. 마틴 스콜세지가 자신의 최고 영화로 꼽았던 원작의 센세이셔널한 명성에 흠집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중간중간 풍경을 보여주는 것도 좋고, 그 사이사이에 점프컷으로 부모의 위치가 이동하는 것도 지루하지 않아 좋다. 세 자식들은 정형화된 '타입 캐스팅'인데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절제하는 아버지 역할을 맡은 하시즈메 이사오의 연기가 좋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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