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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개인 휴대기기 산업에서 가장 혁명적인 등장을 꼽아볼까?

애플의 아이폰, 리서치인모션의 블랙베리, 아마존의 킨들 등 쟁쟁한 후보들이 떠오르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대만 아수스텍사의 Eee 넷북을 첫손가락에 꼽고 싶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처음 등장한 넷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화면은 작고 속도는 느리고 성능은 낮다. 무엇하나 노트북보다 좋은 게 없다.
단지 작고 가볍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일 뿐이다.

하지만 넷북의 등장은 컴퓨터산업의 흐름까지 바꾸어놓았다.
인텔은 아톰 CPU를 생산하며 넷북의 붐 조성을 도왔고,
구글은 넷북을 위해 크롬 OS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넷북을 의식해 오피스를 가볍게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고 단순한 기능만 갖추고 있으면
그것으로 왠만한 작업은 다 할 수 있다.
바로 그 틈바구니 생각을 파고들며 넷북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넷북의 아이디어는 매사추세츠 공대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에게서 나왔다.
그는 아이들에게 1인 1랩탑을 주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싼 비용으로 최소한의 기능만을 탑재해 저개발국 아이들에게 제공하려고 했다.
이 계획에 의한 랩탑은 대만의 콴타라는 회사에 의뢰되었는데
그 계획을 보면서 아수스텍사는 넷북이라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굴해낸 것이다.

초창기 넷북은 7인치의 아주 작은 모니터에 리눅스를 탑재해 인기를 끄는데 실패했지만
모니터의 크기를 10인치로 키우고 윈도XP를 탑재하면서 판매량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대만의 작은 중저가 메이커에 불과했던 아수스텍은
델, HP가 휘어잡고 있던 전세계 PC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가격경쟁에서 앞서면서 다른 메이저 회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일 것이다.
윈도 비스타로 전세계의 PC를 고사양으로 업그레이드시키려고 했던 그들은
넷북의 갑작스런 인기에 당황했고 결국 비스타를 포기하고 XP를 넷북에 탑재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지금도 넷북을 PC와 노트북에 이은
그저 또하나의 서브 컴퓨터 혹은 제3의 컴퓨터로 인식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넷북의 성능은 점점 좋아질테고 또 인터넷과 문서 작업 외에
특별히 컴퓨터를 쓸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넷북은 단 하나의 컴퓨터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김치냉장고의 등장 원리와 비슷하다.
업체에서는 기존의 냉장고를 보완하기 위해 하나 더 사야한다고 홍보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들은 어떤 것이 더 필요한지를 금방 구분하고 결정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넷북을 무시하지 못하고 윈도7이라는 새로운 OS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9월 세상에 태어날 윈도7은 넷북에 맞게 좀더 가볍고 심플한 스타일이 될 것이다.

애플 역시 넷북의 성장에 위협받고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키보드 없이 터치스크린으로 가능한 새로운 컴퓨터라고 한다.
항상 유행을 선도해왔던 애플의 도전이라서 더 눈길이 간다.
애플의 새로운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문제는 가격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좀더 싸고 가볍고 심플하면서도 인터넷 연결에 문제 없는 제품을 원한다.
나는 왜 그들이 맥-넷북을 만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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