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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름은 꽃(하나), 딸의 이름은 유키(눈), 아들의 이름은 아메(비). 꽃과 눈과 비.

이름 만큼이나 이 애니메이션 영화에는 꽃과 눈과 비가 자주 등장한다. 그 남자에게 하나는 꽃처럼 다가왔고, 아이들은 함께 내릴 수 없는 눈과 비처럼 서로 다른 운명으로 나아갔다.


<늑대소년>에서 박보영이 송중기와 결혼했다면 어떤 아이를 낳았을까? <늑대아이>는 이런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물론 <늑대아이>가 먼저 나온 영화니 오해는 없길) 대학생이던 하나는 어느날 강의실에서 홀로 청강을 하고 있던 키큰 남자에 호감을 갖게 되고 항상 혼자였던 그 남자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가 늑대인간이라는 것은 그녀의 사랑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는 늑대로 변해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 (응? 정말?)


임신한 하나는 혹시 비정상적인 아이가 태어나 의사가 놀랄까봐 홀로 자연분만을 시도한다. 여기서부터 눈치챘겠지만 이 영화는 늑대아이가 나타났다고 떠벌리는 서양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남들과 다른 아이를 감추고 싶고 숨기고 싶은 일본식 (혹은 동양식)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에이리언>이었다면 리플리가 의사와 과학자에게 연구대상이 되는 이야기로 바뀌었겠지만 <늑대아이>의 하나는 스스로 의사에게 가는 것을 거부한다. (인간병원을 가야할지 동물병원을 가야할지 갈등이 되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나는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늑대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그것은 하나의 말에 압축되어 있다. 유키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엄마는 그때 세상엔 원래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알게 된 마코토에게 카즈야 이모는 이렇게 말했다. "네 또래 여자 아이들에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란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세계에서 타임리프나 늑대인간이 이해되는 방식은 이런 식이다. 어딘가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관객인 우리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섹슈얼을 우리 사회가 이제 막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눈 오는 날 태어난 딸의 이름은 유키, 비 오는 날 태어난 아들의 이름은 아메로 짓는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두 아이가 태어나자 하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그리고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육아교육법과 늑대사육법 두 가지를 동시에 배워야 한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자신이 늑대인지 인간인지 헷갈려하고 이때 엄마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어느날 아빠가 사냥을 나갔다가 죽는다. 젊은날 사랑을 잃은 하나. 그녀는 아이 둘을 업은 채 비 내리는 도로에 주저앉아 운다. 지켜보던 누구도 죽은 늑대가 그녀의 남편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순간. 세상에 그녀의 심정을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그때 누군가 그녀에게 우산을 받쳐준다. 그 따스한 손길. 이 영화는 그 따스한 손길을 닮았다. 우산을 받쳐주듯 그녀가 홀로 두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를 묵묵히 응원하는 영화다.


처음엔 늑대아이라는, 늑대이면서 인간 아이이기도 한 남매에 관한 호기심으로 영화를 보게 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이야기는 결국 남들과 다른 아이를 가진 모든 엄마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들. 그녀들도 언젠가는 자신의 아이를 세상에 놓아주어야 한다. 하나에게 비친 마지막 햇살은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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