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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년 태평양 항해의 은혜 갚는 노예, 1936년 에딘버러에서 온 편지, 1974년 샌프란시스코 핵발전소 살인사건, 2012년 스코틀랜드 요양원 탈출극, 2144년 네오서울 복제인간의 반란, 2346년(109년) 문명이 파괴된 지구에서의 생존극.


6개의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6개의 이야기, 6중주를 배경으로 한 연기자가 평균적으로 여섯 인물을 연기하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2004년 발간된 데이빗 미첼의 동명 소설을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 세 명의 감독이 영화화했다. 운명, 사랑, 용기, 욕망, 진실, 자유 등 거창한 주제를 액션, 스릴러, SF,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담았다. 인물들의 직업도 다양해 의사, 노예, 음악가, 기자, 기업가, 과학자, 출판업자, 간호사, 수녀, 선장, 레지스탕스, 복제인간, 제복을 입은 사람들, 선지자 등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직업들의 면면과 이야기의 구성상 흥미로운 지점은 법률가나 정치인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작가들에게 세상은 법과 정치로 변해온 것이 아니라 자유를 향한 의지와 진실을 밝히려는 용기로 발전해온 것이다. 각 에피소드를 통해 영화는 그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Everything is connected. 이 영화의 헤드카피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영화 속에 직접 등장하는 대사처럼 '카르마' 곧 윤회가 이 영화의 메시지이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윤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윤회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보통 윤회라고 하면 우리는 <전설의 고향>이나 각종 설화에서 억울하게 죽은 자가 원한을 갚기 위해 다시 태어나거나 혹은 불교에서 만물을 같은 생명체로 보고 내세에는 어떤 생명체로도 태어날 수 있다고 배운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확률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비슷한 성질을 갖고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그 시대에 맞는 인물이 된다. 세상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인물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배두나가 과거에 노예해방론자였고 미래에 복제인간 해방을 위한 선각자가 된다는 것, 할리 베리가 아버지의 정신을 잇는 기자에서 미래에 부족을 살리려는 메로님으로 현신한다는 것, 짐 스터게스가 흑인 노예를 도와주는 아담 어윙에서 복제인간을 구출해내는 장해주로 변신하는 것, 짐 브로드벤트가 노예를 선원으로 허용한 술취한 선장에서 제자의 곡을 훔치려는 작곡가를 거쳐 요양원에서 탈출하는 출판업자로 환생하는 것 등을 보면 성별과 연령이 달라도 캐릭터의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톰 행크스가 맡은 역할들에서는 이기적인 인간 종족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지만 6가지 이야기가 교차편집되어 있어 관객은 긴장하며 스토리를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스토리마다 기승전결이 있고 긴장감을 주는 포인트가 비슷해서 3시간의 러닝타임이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즉, 이야기들이 전개될수록 점점 고조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관객은 영화의 리듬을 하나로 느끼게 되고 그래서 더 몰두하면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엔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배경음악이 공통적으로 깔린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후반부로 가면서 영화가 6가지 스토리들을 하나로 꿰둟면서 정리해주기를 바랐지만 거기까지 바란 것은 너무 큰 기대였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흥행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좀더 명쾌한 방식의 엔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매트릭스 3>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절대권력자 혹은 공통의 화두가 필요했다. 하긴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 레이서> <닌자 어쌔씬>이나 톰 티크베어의 <향수> <인터내셔널>을 떠올리면 지금의 완성도로 만족해야 한다. 반짝했던 재능은 아직 다시 타오르지 못하고 있다.


PS 1) 영화 중 명성 있는 노작곡가 비비안 에어스(짐 브로드벤트)와 야망 가득한 동성애자 로버트 프로비셔(벤 위쇼)에 의해 작곡된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는 실제로 톰 티크베어 감독이 만든 곡이라고 한다. 작곡까지 하는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래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게다가 무려 6중주라니.


PS 2연기자들이 소화하는 배역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할리 베리가 남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 휴고 위빙이 간호사로 여장을 하기도 한다. 감독 라나 워쇼스키가 성전환자이기 때문인지 이런 배역 체인지가 더 재미있게 보였다.


PS 3영화 속에 네오서울이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사실 한글을 제외하면 한국의 흔적은 별로 찾아볼 수 없는데 그나마 황병기의 '침향무'가 사운드트랙으로 쓰였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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