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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해야겠다. 액션씬이 아주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그리고 회사원이라는 판타지.


판타지. 살인청부업을 하는 회사원이라는 판타지. 금속회사처럼 위장한 건물의 비밀공간에서 살인병기들이 길러진다. 인턴사원이 입사하고, 사수가 인턴을 교육한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현장을 모르는 전무가 있고, 처자식 밥벌이를 위해 회사에 충성하며 월급을 받아야만 하는 직원들이 있다. 단체 MT도 가고 사장님 훈시도 듣고 눈치도 본다. 회사원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곳. 이상하게도 전혀 다르지만 웹툰 [미생]에서 그려진 회사의 향기가 난다. 말하자면 이곳도 결국 회사다. 회사가 말로 서로 죽고 죽이는 곳이라면 이곳에서는 진짜 죽인다. 이런 접근은 재미있다. 일본 영화의 느낌이 묻어 있기도 하다. <배틀 로얄>의 회사원 버전 같다고 할까. 한편으론 <신 시티>의 차가운 영상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과연 <회사원>의 액션 장면에서는 일라이저 우드가 팔다리 잘리면서도 끝까지 저항하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다.


액션 장면. 시크하다. 툭툭 끊어서 가는 편집은 리드미컬하고 새롭다. <아저씨>에서 다양한 홍콩 액션을 이미 선보였기 때문에 제작진은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내놓은 대답은 편집의 리듬. 초반부 인턴의 복도 총격전과 지 부장(소지섭)과 서 대리(장은아)의 도로 위 혈투는 아주 좋다. 그런데 후반부에서는 문제가 있다. 쫓기던 소지섭이 회사로 돌아가서 소탕작전을 벌이는 장면은 많이 아쉽다. 그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이자 엔돌핀이 끌어오르는 곳이어야 했다. 이전까지는 차분했어도 그 장면 만큼은 뭔가 더 보여줬어야 했다. 어차피 판타지 아닌가? 더 날리고 더 뛰어오르고 더 스피디하게 갔어야 했다. 그래서 확실한 인증을 남겼어야 했다. 영화를 보고 난 지금 그 장면이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아쉽다.


<회사원>은 <아저씨>의 짝퉁 영화는 아니다. 설정이 비슷하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런 종류의 복수극은 많다. 다행인 것은 액션 장면에서의 성과다. 차갑고 리드미컬한 액션씬에서 새로움을 봤다. <초능력자>도 건조한 느낌에서는 비슷한 영화였는데 <회사원>이 그 느낌을 더 잘 살렸다. 그러나 액션씬에 비해 매끄럽지 못한 스토리의 비약은 아쉽다. 소지섭은 훌륭한 비주얼에 비해 연기력에서는 그저 그랬고, 이미연은 캐릭터가 애매모호했다. 아마도 두 사람 사이의 감정선을 드러내지 못한 연출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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