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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일이 다가오지만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는 SF 소설가 에디 모라. 하루하루가 괴로운데 여자친구는 잡지 편집장으로 승진해 작별인사를 고한다. 그녀와 헤어지고 스스로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자책하고 있던 중 뉴욕 한복판 길거리에서 우연히 옛 처남을 만난다. 마약 딜러인 줄 알았던 처남은 그러나 에디의 고민을 해결해줄 약이 있다면서 신약 한 알을 꺼내놓는다. "이거 뭐야? 또 약 팔려는 거야?" "인간은 뇌를 20% 밖에 못쓴다고 하지? 이건 100% 쓰게 해주는 약이야." "그런 걸 개발했다고?" "아직 공개 전이야. 한 알에 800달러 짜리야." 손바닥 위에 놓인 것은 아주 조그맣고 투명한 알약. 어차피 되는 것도 없는 인생. 에디는 약을 먹는다.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꿔왔을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NZT-48이라고 이름 붙인 이 알약은 마법 혹은 초능력처럼 에디를 전혀 다른 삶으로 이끈다. 이제 그는 4일 만에 장편소설을 써내고, 하루 만에 외국어를 말하고, 피아노를 치고, 오래 전 한 번 읽었을 뿐인 것도 머리 속에 지식으로 남은 초인이다. 그는 주식으로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고 월스트리트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리고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옛 여자친구도 다시 만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깨닫는다. 글 쓰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해야겠다고. 돈과 권력을 잡아야겠다고.


앨런 글린의 소설 '더 다크 필드 The Dark Fields'를 <일루셔니스트>의 닐 버거 감독이 영화화한 <리미트리스>는 첫 장면부터 화려한 시각효과로 가득하다. '줌인' 기능의 끝없는 확장으로 뉴욕 시내를 질주하는 카메라는 영화 제목처럼 '제한 없는' 욕망을 시각화한다. 알약의 부작용이 밝혀지면서 이제 에디는 약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거물 칼 밴 룬과 M&A 딜을 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약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약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로맨스 영화와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했던 브래들리 쿠퍼가 에디 역을 맡아 약을 먹고 완전히 달라지는 이중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했고, 샤를리즈 테론을 연상시키는 외모의 호주 출신 애비 코니쉬가 에디의 여자친구 역을 맡아 스케이트장에서 강렬한 액션씬을 선보였다. 그리고 요즘 이 영화 저 영화에서 거의 'Special One'으로만 나오는 로버트 드 니로가 월가의 거물 칼 밴 룬 역을 맡아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매력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초반부에 강렬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추진력에 비해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가 갈팡질팡하는 면은 많이 아쉽다. 초반에는 멋진 작품이 될 것 같아 흥분하며 봤으나 결국 범작에 그치고 말았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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