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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진출한 83개국 중 80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전세계로 확장한 ‘오징어게임’의 성공 비결을 꼽아봤습니다.

 

 

  • 1. 서바이벌 게임과 한국적 신파의 결합

 

서바이벌 게임 장르는 ‘배틀로얄’ ‘카이지’ '라이어 게임' ‘헝거게임’ ‘메이즈 러너’ ‘큐브’ 등 크게 흥행한 영화가 많습니다. 예능에서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9부작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뒤늦게 서바이벌 게임 장르를 택하면서 차별화한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적 소재를 택하고 한국적 감성을 녹인 것입니다. 주인공들은 6개의 게임을 하는데 모두 한국에서 오래전 아이들이 하던 게임입니다. 또 인물들이 게임에 참가한 사연에는 한국적 신파가 담겨 있습니다.

 

엄마를 수술해야 하는 성기훈, 서울대 출신 아들 상우만을 바라보는 엄마, 탈북한 뒤 10살난 남동생과 부모와 함께 살고 싶은 강새벽, 아내와 아이를 돌봐야 하는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 알리, 아이를 낳고 이름도 짓지 못한 한미녀 등 인물들의 사연은 매우 한국적입니다.

 

한국인 입장에선 ‘뻔한 캐릭터’에 ‘뻔한 사연’이라고 평가받지만 사실 글로벌 관객 입장에선 뻔하지 않습니다. 그전까지 서바이벌 게임 장르는 주인공이 점점 어려워지는 단계를 통과하면서 살아남는 과정에 주로 신경을 썼지만 '오징어게임'은 다릅니다. 게임의 규칙은 아주 단순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빈 자리를 '오징어게임'은 인물의 스토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채웠습니다. 이런 전개 방식은 기존 영화들과 달라서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 2. 압도적 몰입감을 만든 연출력

 

게임 과정에서 몰입감을 극대화한 연출력은 9부작 시리즈를 단숨에 ‘빈지워칭’ 하도록 만들어준 일등공신입니다.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만들었는데 그 영화들은 ‘오징어게임’과 결은 달랐지만 캐릭터를 탄탄하게 구축해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영상을 잘 구현했었습니다.

 

‘오징어게임’에서 참가자들은 6개의 게임을 하는데 감독은 참가자들이 게임하는 장면을 절대 그냥 보여주지 않습니다. 6개의 게임을 보여주는 방식은 전부 달라서 마치 6편의 다른 장르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얼마나 연출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신주아가 부른 아름다운 노래 ‘Fly Me to the Moon’을 BGM으로 깔면서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보여줍니다. 456명의 참가자들이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관리자인 프론트맨은 위스키를 마시면서 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자체가 갖는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드러내준 장면입니다.

 

두 번째 게임 설탕뽑기는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택해 참가자들의 진땀과 대비시킵니다. 6개의 게임 중 가장 평범한 연출을 택하고 있는데 이후부터는 또 개성이 뚜렷해집니다.

 

세 번째 게임 줄다리기에선 오일남 할아버지가 팀원들에게 알려주는 줄다리기 이기는 방법을 내레이션처럼 깔면서 게임 진행 과정을 보여줍니다. 만약 오일남의 내레이션이 나온 뒤 게임을 처음부터 진행하는 것으로 처리했다면 지금처럼 긴장감 넘치는 줄다리기 장면이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네 번째 게임 구슬치기는 옛날 동네를 아름다운 세트로 만들어 거기서 옴니버스 영화처럼 네 커플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게임을 보여줍니다. 관객은 기훈과 할아버지, 상우와 알리, 조폭과 부하, 새벽과 지영의 이야기를 마치 단편영화를 보는 것처럼 감상하게 됩니다.

 

다섯 번째 게임 징검다리 건너기는 VIP들이 참가자들의 게임 장면을 특실에 앉아 지켜보는 장면과 교차편집하면서 첫 번째 게임에 이어 또다시 부조리함을 강조합니다. 프론트맨은 게임 과정을 생중계하면서 참가자들이 탈락할 때마다 징검다리 모형의 말을 떨어뜨립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한 걸음 한 걸음에 목숨이 달린 상황과 이를 편하게 앉아 지켜보는 사람의 모습은 큰 대비를 이룹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오징어게임은 마치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기훈과 상우 둘만 남은 상황에서 두 사람은 비가 오는 가운데 검은 정장을 입고 데쓰 매치를 벌입니다.

 

이렇게 여섯 게임은 여섯 편의 다른 장르 영화라고 할 정도로 각각 색다른 연출 방식으로 만들어졌기에 관객은 지루할 새 없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또 게임마다 마지막 장면에 꼭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클리프행어’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몰입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한 요인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마지막에서 기훈은 결승선을 앞두고 미끄러져 탈락 위기에 처하는데 이때 알리가 목덜미를 붙잡아줍니다. 그전까지 조마조마해 하며 기훈이 제한시간 안에 얼른 결승선을 통과하기를 바라던 관객은 이 장면에서 심장이 멎는 듯했을 것입니다.

 

설탕뽑기에서도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기훈은 바늘로 우산 뽑기를 포기하고 뒤에 침을 바르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관객을 긴장시킵니다. 줄다리기에선 할아버지의 전략으로 계획대로 이기는 듯했지만 그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면서 위기에 몰립니다. 이때 상우가 세 발만 앞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면서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냅니다.

 

 

구슬치기에서도 마지막 장면에 반전이 가득합니다. 오일남 할아버지가 다 알고 속아줬다고 말하는 장면, 지영이 새벽을 살리기 위해 구슬을 떨어뜨리는 장면, 부하가 던진 구슬이 덕수의 구슬을 치는 장면, 알리가 구슬이 돌로 바뀐 것을 발견하는 장면 등이 긴장감을 배가 시킵니다.

 

징검다리 건너기의 클리프행어는 30년간 유리공이었던 참가자가 쉽게 건너갈 듯하자 프론트맨이 불을 꺼버리는 장면입니다. 이에 유리공이 겁을 먹고 머뭇거리자 상우는 빌런으로 돌변합니다. 마지막 오징어게임에선 게임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기훈이 갑자기 게임 중단을 선언해 버립니다.

 

 

  • 3. 양극화가 심해진 시대 반영

 

사실 서바이벌 게임 소재 영화의 약점은 인물들에 감정이입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배틀로얄’ ‘헝거게임’ ‘큐브’ 등을 보면서 마치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관객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판타지이고 그래서 장르적 쾌감 그 자체를 즐기도록 기획된 영화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다릅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 속에 나오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게임 참가 문의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현실과 드라마를 착각해서 그렇게 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징어게임’ 속 인물들처럼 빚에 시달리면서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로또를 꿈꾸는 심정으로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쓴 이후 양극화가 더 심해졌습니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졌습니다.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까지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의 한 이자카야에도 어느날 국화꽃과 지인들이 써놓은 편지들이 창문에 가득 붙여진 것을 봤습니다. 그날 저는 이토록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고통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는 코로나 이후 인생 역전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슈퍼카와 명품은 이전보다 훨씬 더 잘 팔리고 있습니다.

 

황 감독이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2008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만들어진 것은 당시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던 이야기가 이제는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만든 양극화가 말도 안될 것 같은 서바이벌 게임을 어색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주인공 기훈은 대기업에 다니다 회사가 망해 그만두고(쌍용차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치킨집을 하다가 망해 신용불량자가 된 인물인데 황 감독은 코로나 시대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기훈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오징어게임’ 속 관리자는 게임 참가자들에게 여러분은 이곳에서 모두 평등하다고 말합니다. 공평하게 게임을 해서 여섯 개의 게임을 모두 이기면 인생 역전이 가능하도록 수백 억원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프론트맨은 게임 종목을 미리 알기 위해 진행요원과 결탁한 의사를 공개 처형한 뒤 참가자들에게 사과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실패한 드라마 속 인물들은 모두가 동일선상에 선 오징어게임 속으로 자발적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자발적’이라는 키워드는 매우 중요합니다. ‘오징어게임’은 자발적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2회는 아예 참가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그들이 다시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으로만 한 회를 채웠습니다. 이때 게임을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투표를 할 때 캐스팅 보트를 쥔 오일남 할아버지는 일부러 빨간 버튼을 누르는데 이는 그 자신이 게임의 설계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파란 버튼을 누르면 게임을 강요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9회에서 오일남은 죽기 전에 “난 누구에게도 게임을 강요한 적이 없어”라고 강변합니다.

 

 

집으로 돌아갔던 참가자들은 거의 대부분 자발적으로 다시 게임장에 모입니다. 이때부터 관객은 좀더 인물들에 밀착하면서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나였어도 그런 결정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판타지 같은 다른 서바이벌 게임 장르 영화들과 달리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결정적인 장치입니다.

 

‘오징어게임’의 첫 번째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두고 일본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물론 게임 방식과 절반가량이 죽는 게임의 결과 자체는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신이 말하는 대로’는 참가자들을 강제로 몰아넣고 게임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죽는지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반면 ‘오징어게임’은 인물들의 스토리와 이들이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 동기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물들이 위기를 맞는 방식도 그 인물의 과거 사연과 맞물리도록 꼼꼼하게 설계됐습니다.

 

상우는 구슬게임에서 홀짝 맞히기를 못해 죽을 위기에 처하다가 거짓말로 사기 쳐서 살아남는데 그가 당초 오징어게임을 하게 된 이유는 홀짝 맞히기와 비슷한 선물옵션 투자에 실패해 수십억 빚을 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며 숨어 살고 있었습니다.

 

상우를 형이라며 따르다가 결국 상우에게 사기당해 죽는 파키스탄 이민자 알리는 한국인 사장에게 밀린 월급을 달라고 항의하다가 손을 절단내는 사고를 친 뒤 오징어게임에 합류했습니다. 한국인 사장이 알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리는 돈 있으면서도 월급을 주지 않는 한국인 사장을 믿다가 발등을 찍힌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녀를 배신한 뒤 복수를 당해 죽는 장덕수는 현실에서도 필리핀에서 조직을 배신했다가 칼 맞을 위기에 처하자 오징어게임에 들어왔습니다.

 

기훈이 자리를 비운 사이 홀로 피흘리며 고군분투하다가 외롭게 죽는 강새벽은 현실에서도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삶을 살았던 외로운 여자였습니다.

 

반면 모두가 노인을 무시할 때 오일남에게 선행을 베푼 기훈은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징검다리 건너기에선 3명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죽습니다. 황 감독은 징검다리가 '오징어게임'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게임은 앞사람이 죽어서 길을 터줘야 뒷사람이 갈 수 있다. 이 게임의 승자들은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징검다리 게임이 끝난 뒤 기훈은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반면 상우는 부정하면서 그들이 살아남은 것은 자신이 잘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 순간 마지막 오징어게임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 모릅니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궁금한 것들

 

 

황인호(이병헌)는 왜 프론트맨이 되었을까

 

2015년 대회 우승자인 황인호는 수백 억원이 있을텐데 왜 고시원에 계속 살았고 그 뒤 프론트맨이 되었을까요? 그의 고시원 방 책상 위에 놓여있던 책들은 이에 대한 단서일 것으로 보이는데 ‘자크 라캉의 욕망이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책들이었죠. 이는 수많은 죽음을 목격한 그가 이제 돈보다는 돈을 좇는 사람들의 욕망과 그런 욕망을 가진 사람들을 제어하는데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을 말하기 위한 설정은 아니었을까요? 2015년 대회와 그 이후 과정, 즉 시즌1의 전사가 궁금합니다.

 

 

진행요원들은 누구인가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이루어진 진행요원들의 세계는 위계질서가 명확합니다. 그들은 살인 면허를 갖고 있고 장기 밀매도 서슴지 않습니다. 얼굴이 공개되는 장면에서 보면 나이대는 천차만별입니다. 꽤 어린 친구도 있고 중년인 남자도 있습니다. 이들은 누구이며 어떤 절차를 통해 선발된 걸까요?

 

 

대한민국 오징어게임은 글로벌게임의 일부인가

 

징검다리 게임이 시작되기 직전에 서양인들로 이루어진 VIP들이 헬기를 타고 섬에 도착합니다. 이들은 누가 살아남을지 베팅을 하며 게임을 즐깁니다. 상금 456억원은 이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일 겁니다. 인생이 심심해서 서바이벌 게임 판을 벌여놓고 구경하면서 사는 부자들이겠죠.

 

9회 마지막에 오일남이 오징어게임을 만든 설계자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렇다면 오일남이 만든 것은 글로벌 게임 대회의 한국지사였을까요? 아니면 오일남이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글로벌로 확장된 것일까요?

 

또 글로벌 게임은 한국 게임과 어떻게 다를까요? 나라별 책임자들이 그가 어린 시절에 즐겼던 게임을 종목으로 채택해서 하고 있을까요?

 

경찰 황준호(위하준)가 잠입해 문서를 통해 파악하는 장면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1988년 1회 대회를 시작한 것으로 나오는데 매년 펼쳐지는 대회이고 보안이 생명이니만큼 게임 종목도 매년 달라질까요?

 

시즌2가 얼른 나와서 궁금증을 해소해주면 좋겠네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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