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기생충'에게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드디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현지시간 2월 9일 오후 5시(한국시간 2월 10일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 30분 동안 펼쳐진다.


아카데미 위원들 8469명의 투표는 2월 4일(현지시간) 끝났다. 투표 결과는 회계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에 보관돼 있다. 지난 3일 아카데미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기생충'을 작품상으로 예측하는 내용을 담은 트윗을 올렸다가 삭제하며 실수였다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어 수상 결과에 대한 관심은 더 증폭되고 있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봉준호 감독,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를 비롯해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장혜진, 박소담, 최우식, 이정은, 박명훈 등 8명의 배우가 참석한다. 한국인이 오스카 무대에 오르는 것은 2016년 이병헌이 콜롬비아 출신 여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외국어영화상 부문 시상자로 나선 이래 4년 만이다.


오스카 작품상은 기생충 vs 1917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작품상 '1917' 유력 속 '기생충' 다크호스


현지 매체들은 오스카 작품상 유력 후보로 '1917'을 꼽고 있다. 골든글로브, 프로듀서조합, 영국 아카데미에서 모두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이유다.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되는 영화가 '기생충'인데 영화배우조합과 작가조합에서 수상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각 분야 조합상은 조합원들이 아카데미 위원과 겹치기 때문에 오스카 수상 예측 바로미터로 여겨져왔다. 특히 영화배우조합원들은 아카데미 위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조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아이리시맨'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작품상 레이스에서 상대적으로 한 발 떨어져 있다.


할리우드 전문가와 이용자들의 의견을 모아 시상식을 예측하는 사이트 골드더비(GoldDerby) 집계에선 '1917'이 16.2%의 확률로 작품상 레이스 선두를 달리고 있고 '기생충'이 14.9%의 확률로 바짝 뒤쫓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 29명 중 16명이 '1917'을 선택했고 9명이 '기생충'의 손을 들어줬다. 골드더비는 2003년부터 매년 골드더비 영화상을 시상하고 있는데 올해 2400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선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앙상블 캐스트상, 외국어영화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국 연예잡지 버라이어티는 '기생충'과 '1917' 모두 자격이 있다면서도 전통적으로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전쟁 영화 장르의 '1917'이 수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플래툰' '잉글리시 페이션트' '허트 로커' '지상에서 영원으로' '패튼' 등이 그동안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전쟁 영화들이다.


버라이어티는 '기생충'에 대해서는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지만 작년 '로마'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봤다. '로마'는 작년 대부분 매체가 작품상 수상작으로 예측하면서 아카데미 90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어영화가 외국어영화상과 작품상을 모두 가져가는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그린 북'에게 작품상의 영광을 내줬다.



매거진 GQ 역시 '1917'이 작품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샘 멘데스 감독이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가 골든글로브 작품상 수상 이후 평론가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GQ는 '1917'의 강력한 경쟁작으로 '기생충'을 언급하며 "봉준호 감독이 통역사 샤론의 도움으로 캠페인 내내 매력을 뽐내 영화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했다"고 조명했다.


LA타임스의 평론가 두 명은 각각 '1917'과 '기생충'을 작품상 수상작으로 예상했다. '기생충'의 손을 들어준 평론가 저스틴 창은 "무모한 예측이라는 걸 알지만 기생충이 받으면 좋겠다"면서 할리우드는 프로듀서조합, 감독조합, 배우조합 등 각종 조합들이 조직화되어 있어 어떤 조합에도 속해 있지 않은 '기생충'에겐 힘든 도전이지만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월 19일 영화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앙상블 캐스트상을 수상한 기생충팀


미국 영화사이트 로튼토마토 역시 '기생충'에 베팅했다. 이들은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을 것이고 받아야 한다"며 "내부 토론 결과 '1917'이 안정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시상식 시즌 동안 모든 사람들이 '기생충'에 대해 이야기했고 로튼토마토 사이트에서 '기생충'은 작년 내내 큰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었기에 전문가들의 의견과 다른 베팅을 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9편을 분석하면서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로 탁월한 사회적 풍자, 물샐 틈 없이 탄탄한 스토리 구조, 예측을 빗나가면서도 확신에 찬 장르 변형 등을 꼽았다. 가디언은 '기생충'이 고전적인 스타일을 갖춘 영화라고 평가하면서 봉 감독이 영화의 비관적인 엔딩을 "확인사살"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명확한 결말을 좋아하는 아카데미의 경향에도 들어맞는다고 덧붙였다.


오스카 감독상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샘 멘데스 감독과 봉준호 감독


감독상 샘 멘데스와 봉준호 양강구도


감독상 역시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이 앞서고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뒤쫓는 형국이다. 골드더비 감독상 수상자 예측에서 1위는 23.6%를 얻은 샘 멘데스 감독, 2위는 21%의 봉준호 감독이다.


매거진 GQ는 '1917'이 '버드맨'처럼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만약 아카데미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분리한다면 봉준호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언급했다. GQ는 "지난 10년간 감독상 수상자 10명 중 오직 2명만이 미국 출생이어서 봉준호는 아웃사이더가 아니다"라며 "아카데미는 '기생충'에게 영광을 주고 싶어한다. 만약 작품상을 받지 못한다면 감독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아카데미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각각 다른 영화에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7년간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가져간 영화는 2018년 '셰이프 오브 워터'와 2015년 '버드맨' 두 편 뿐이었다.


버라이어티는 "감독상 경쟁이 샘 멘데스와 봉준호의 대결로 압축됐다"면서 역대급 접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최종 승자는 봉준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그 이유로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을 받을 것이 확실하지만 그것은 봉 감독이 아닌 한국이라는 국가에게 돌아가는 영예이기 때문에 아카데미는 봉 감독에게 그 이상을 주고 싶어할 것"이라고 썼다.


반면 로튼토마토는 샘 멘데스가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내부 토론에서 봉준호 지지자들이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지만 둘다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LA타임스 역시 감독조합상을 받은 샘 멘데스가 오스카에서도 감독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카데미는 롱테이크를 선호하는데 최근 감독상을 받은 영화 '그래비티' '로마' '버드맨' '레버넌트' 등이 모두 멋진 롱테이크를 사용한 영화들이고 '1917' 역시 그렇다는 것이 이유다.


2월 2일 영국 아카데미에서 각본상과 비영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각본상 '기생충' 급부상


각본상 판도는 영국 아카데미 이후 뒤집혔다. 지난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깜짝 각본상을 받았다.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전까지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등 각종 시상식에서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가 휩쓸고 있었다. 타란티노는 오스카 각본상 트로피만 이미 2개를 갖고 있고 이번에도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믿음의 벨트'가 깨진 것이다. 시상식 카메라는 굳은 표정의 타란티노 얼굴을 한참 비춰주기도 했다.


골드더비 수상자 예측을 보면 판도 변화가 한눈에 드러난다. '기생충'이 22.5%로 1위로 올라섰고 2위는 21.8%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이전에는 순위가 반대였다.


LA타임스의 평론가 저스틴 창은 '기생충' 각본의 장점은 "예측불가능함"에 있다며 "작가조합과 영국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것이 오스카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영어 영화가 오스카 각본상을 받은 것은 2002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가 마지막이다. 만약 '기생충'이 받는다면 18년만의 기록이 된다.


로튼토마토는 '기생충'은 마음으로 꼽는 수상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머리로 꼽는 수상작이라면서 '기생충'이 작가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에서 수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스카의 선택은 타란티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작년에도 각본상 분야는 오스카과 영국 아카데미, 작가조합의 선택이 달랐고 할리우드는 할리우드에 대한 이야기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오스카 각본상 경쟁을 펼치고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봉준호 감독


편집상 '포드 V 페라리'와 '기생충' 경쟁


골드더비 편집상 부문 예측 1위는 '포드 V 페라리' 22.5%였고 2위는 '기생충'이 21.4%로 뒤쫓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열린 편집자조합상(ACE Eddie Awards)에선 '기생충'의 양진모가 수상했지만 지난 2일 영국 아카데미에선 '포드 V 페라리'가 받았다.


1월 5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기생충팀


국제영화상 '기생충' 독보적


국제영화상은 거의 모든 매체에서 '기생충'으로 예측했다. 간혹 '페인 앤 글로리'의 손을 들어준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기생충'이 가져갈 확률이 가장 높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매거진 GQ는 "'기생충'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토론토영화제 피플스 초이스, 로튼토마토 2019년 최고 리뷰 영화로 가장 강력하다"고 썼다.


로튼토마토는 "작품상 후보에 오른 외국어영화인데 더 말이 필요할까?"라며 수상을 확신했다.



미술상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1917' 경쟁


골드더비 미술상 부문 예측 1위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23%였고, '1917' 21%, '기생충' 19.35% 순이었다.


지난 2일 열린 미술감독조합상에선 시대극 부문에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현대극 부문에선 '기생충'이 수상했다.


같은 날 열린 영국 아카데미에선 '1917'이 미술상을 받았다.



종합해보면 '기생충'은 2개 이상의 부문에서 오스카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국제영화상은 확실하고 각본상은 유력하고 감독상과 작품상은 간발의 차로 운이 좋으면 받을 수 있다.


한편 이날 오스카 시상식에선 그래미 본상 4개 부문을 휩쓴 빌리 아일리시가 007의 새 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의 주제가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또 엘튼 존, 이디나 멘젤, 신시아 에리보, 크리시 메츠, 랜디 뉴먼이 음악상 후보에 오른 곡들로 무대를 꾸민다.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20/02/27701/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