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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hive #봉하이브 (hive, 벌집) 해쉬태그가 생길 정도로 전세계에서 인기를 몰고 다니는 봉준호 감독이 각종 시상식과 인터뷰에서 남긴 촌철살인 말들을 모아봤습니다.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때론 진지하게 자신의 영화세계를 설명하는 그의 어록을 살펴볼까요?



(그동안 한국영화가 오스카 후보에 지명되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잖아요. 지역 행사죠.”

- 벌처(Vulture)와의 인터뷰 중


2020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라는 언어.”

-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소감 중



“오늘 또 이렇게 비건 버거를 맛있게 먹으면서 재미있는 시상식을 즐기고만 있었거든요.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도 많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듯이 그런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이제 내려가서 아직 반쯤 남아 있는 비건 버거를 마저 먹도록 하겠습니다.”

- 크리틱스 초이스 감독상 수상소감 중



“우리가 어워드 시즌에 레이스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오스카 예측 이런 걸 떠나서 동료 배우들이 인정한, 배우들의 투표로 상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게 더 기쁘고, 최고의 배우들로 앙상블을 인정받은 기쁨이 제일 큽니다. 오스카는 뭐 모르겠어요. 가보면 알겠죠.”

- 영화배우조합 캐스트상 수상 후 기자회견 중



“미국 인디펜던트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많이 틀고 직접 자막도 넣고 했단 말이죠. 제가 자막한 영화는 ‘정글 피버’와 ‘똑바로 살아라’였어요. 그때도 영어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막을 넣었는데 그렇게 다양한 욕들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스파이크 리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 아프리칸아메리칸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수상소감 중


2020년 산타바바라 영화제 아웃스탠딩 감독상


“나 자신이 진정 아웃스탠딩한 감독인가, 상의 이름처럼, 자꾸 돌이켜보게 되더라고요. 여기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그러나 저에게는 아직 기회가 더 있는 것 같아요. 나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에 자주 뵙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을 보니까 25년 후에 제가 그 분의 나이가 되거든요. 오늘 이후 25년간 진정한 아웃스탱딩한 감독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산타바바라 영화제 아웃스탠딩 감독상 수상소감 중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못 쓰고 카페나 커피숍에서 쓰거든요. 막상 시나리오를 썼던 커피숍이 영화 개봉 후 가보면 망해서 없어진 경우가 많아요. 조용한 카페만 찾아가서 쓰다보니까 조용하다는 것은 장사가 잘 안 된다는 말이잖아요. 제가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해준 커피숍 주인들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각본상 수상소감 중


2020년 영국 아카데미(BAFTA) 각본상


“혼자 외롭게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어요. 시나리오를 커피숍에서 쓰는데 이렇게 런던 한복판 로열 앨버트 홀에 서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거죠.”

-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소감 중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줬던 우리 배우들이 없었다면 이 상도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 우리 위대한 송강호 배우님도 와 계십니다.”

- 영국 아카데미 비영어영화상 수상소감 중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요. 히어로 영화들의 많은 창의적인 부분들을 존중하는데 실생활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그렇고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은 상태를 되게 못 견뎌하고 나도 물론 그런 걸 입을 일이 없지만 누가 그런 걸 입은 상태를 봐도 되게 힘들거든요. 마음이 질식하는 것 같고 그런데 히어로 영화들이 대부분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기 때문에 도저히 못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누가 저에게 제안을 하지도 않겠지만. 박시한 옷을 입은 슈퍼히어로가 있다면 시도해 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너무 숨막혀서 보기 힘들어요.”

- <버라이어티> 인터뷰 중



(칸영화제서 송강호에게 트로피를 바치는 포즈에 대해)

“제가 그분에게 바치는 남우주연상이었어요. 최고의 배우다.”

- 비욘드 페스트(Beyond Fest) Q&A 중


2019년 칸영화제


(칸영화제에서 ‘팜도르’를 받은 이후 ‘봉도르’라고 불렸다는 질문에 대해)

“제 성인 ‘봉’은 한국에서 드물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성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봉을 섞은 이상한 별명이 많았어요. 성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죠. 그게 지금도 끝나지 않네요. 사실 저는 봉에 무슨 특별한 뜻이 있는지 몰랐어요. 제 친구인 톰 퀸이 몇 년 전 ‘괴물’을 배급할 때 말해주더라고요. 제 성이 어떤 물건을 뜻한다고요. 실제로 선물을 줬어요. 봉을. 봉에게 봉을 준거지.”

- 비욘드 페스트(Beyond Fest) Q&A 중



“원래 인간이 희로애락이 다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다 섞어서 하는 건데 보는 분들은 희한한가봐요. 칸영화제에서 어떤 미국 기자분이 봉준호 장르다. 딱히 고민하지 말자 그래서 저는 속으로 되게 기뻤습니다.”

- 피트 해먼드와의 인터뷰 중 (LA 랜드마크 극장)



“정치적인 주제나 사회적인 코멘트를 하려고 영화를 만든 적은 없고요. 장르적 재미가 있는 영화를 하려고 하는데 대신 인물들에게 관심이 많다 보니까 인물들에 대해 파내려가다 보면 개인을 파내려갈수록 사회, 역사와 저절로 연결이 돼요. 무인도에서 평생 사는 사람의 영화를 찍지 않는 이상은요.”

- 피트 해먼드와의 인터뷰 중 (LA 랜드마크 극장)



“설국열차나 옥자에 비해 예산도 적고 장소 두 곳으로 집중된 영화지만 주제적인 스토리적인 욕심은 더 있었죠. 어릴때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서 종이를 태우면 연기가 나면서 타잖아요. 작은 초점이 모이면서... 그때 종이가 탈 때의 쾌감 같은 집중력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 산타바바라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중



“일요일 아침에 많은 분들이 와서 영화 약간 무서운데 봐주셔서 저도 감동적이에요. 일요일 아침에 영화 보시는 분들이 진정한 시네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산타바바라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중


2019년 산타바바라 영화제 시네마 소사이어티 Q&A


“저는 사실 저 자신이 장르영화 감독이라고 늘 생각하고요. 영화를 볼 때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장르적인 흥분 이런 걸 되게 좋아하고 항상 저도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자랐던 것 같고요. 눈앞에 정치적인 깃발을 들고 휘두르는 그런 영화들은 싫어하는데 대신 영화적인 아름다움이나 흥분을 두 시간 동안 즐기고 집에 돌아갔는데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자꾸 뭔가가 생각이 나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리고 그것이 인간에 관한 이야기, 그런 쪽으로 점점 머릿속이 뱅뱅뱅, 잠이 잘 안 오게 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 같아요.”

- 산타바바라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중



“영화의 역사, 장르의 컨벤션을 사랑하는데 동시에 저는 한국 감독이고 저를 둘러싼 현실이 있어요. 제가 장르의 컨벤션을 깨뜨리거나 어기거나 다른 길로 갈 때 한국적인 공기나 현실 같은 게 쑥 들어오죠. 그렇게 되면서 영화의 분위기가 기묘해진달까요.”

- 산타바바라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중



“감독들이 다들 정말 기억에 남는 비 신을 찍고 싶은 욕망이 있죠.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같은 장면이요. 저랑 촬영감독이 욕심을 많이 냈어요. 영화에서 하나의 이어지는 길처럼 나오지만 사실 한 샷 한 샷 서울시내 떨어져 있는 여러 로케이션을 조합한 거고요. 물이라는 게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잖아요. 그 반대는 불가능하죠. 부자에서 가난한 자를 향해서 물이 흐르는 거죠. 그 느낌을 꼭 찍고 싶었어요.”

- 산타바바라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중



“제가 이 영화에서 제일 잘했던 일이 (10명의 앙상블) 캐스팅인 것 같아요.”

- 산타바바라 영화제 스콧 페인버그와의 인터뷰 중



“전혀 예상을 못했어요. 그냥 평소 하던 대로만 했어요. 대신 그런 건 있었어요. 작년 3월 영화를 완성했을 때 별로 후회가 되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항상 영화를 완성할 때 여러가지 후회가 뒤범벅되는데 상대적으로 후회가 적었어요. 그 느낌은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칸에서 오스카까지, 산타바바라까지 이런 일들이 펼쳐지리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었고 되게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느낌이죠.”

- 산타바바라 영화제 스콧 페인버그와의 인터뷰 중


2020년 산타바바라 영화제 인터뷰


“왜 이렇게 잘된 것 같냐고 물어봤잖아요? 잘 모르겠고 아마 그날 비오는 날 밤 가정부가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잘 된 것 같아요.”

- 산타바바라 영화제 스콧 페인버그와의 인터뷰 중



“넥스트 프로젝트로 한국어 영화와 영어 영화 하나씩 준비하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것들이고 그걸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에 기생충과 관련한 상황 때문에 바뀐 것은 전혀 없고 원래부터 준비 하던 걸 준비하고 있는데 둘 다 작은 규모의 영화예요. 드라마에 집중하는 영화고. 이 어워드 시즌이 끝나야 빨리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산타바바라 영화제 스콧 페인버그와의 인터뷰 중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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