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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공포영화의 고전 ‘샤이닝’ 이야기다. 워낙 무섭기로 소문난 영화여서 공포영화를 못 보는 사람도 대략의 줄거리는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원작자인 스티븐 킹과 영화를 만든 스탠리 큐브릭 사이의 갈등은 영화가 명성을 얻으면서 꾸준하게 회자되고 증폭되어 왔다.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도 막대해 ‘샤이닝’을 패러디한 작품도 즐비하다. 최근 ‘샤이닝’ 30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속편 ‘닥터 슬립’이 개봉하면서 ‘샤이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베스트셀러 소설이자 공포영화 걸작인 ‘샤이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스탠리 큐브릭은 어떻게 ‘샤이닝’을 만들었나


스릴러, SF, 시대극 등 손대는 장르마다 걸작을 만들어온 스탠리 큐브릭은 ‘샤이닝’에 관심 갖기 전부터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샤이닝’ 이전에도 다른 공포영화 프로젝트에 연결됐지만 완벽주의자인 큐브릭은 자신이 영화 제작의 전권을 갖는 조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뗐다. 큐브릭의 조건을 충족해준 곳이 워너브라더스였고 큐브릭은 전편 ‘배리 린든’(1975)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1900만달러를 투자받을 수 있었다.


원작은 스티븐 킹이 1977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이다. 알콜중독에서 회복하고자 콜로라도 산맥의 오버룩 호텔 관리 대행을 맡게 된 작가 잭 토런스의 이야기다. 큐브릭은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헤드'(1977)를 배우와 스태프에게 보여주며 분위기를 참고하라고 했다.


잭 니콜슨과 스탠리 큐브릭


캐스팅 과정에서 잭 니콜슨은 큐브릭의 첫번째 선택이었다. 로버트 드니로, 로빈 윌리암스, 해리슨 포드도 거론됐지만 이들은 스티븐 킹이 거절했다. 스티븐 킹은 잭 니콜슨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큐브릭이 밀어붙였다.



대니 역할의 소년을 찾기 위해 큐브릭은 6개월 동안 시카고, 덴버, 신시내티에서 5000명의 소년을 인터뷰했다. 이 도시에서 소년을 찾은 이유는 아빠 역할 잭 니콜슨과 엄마 역할 셜리 듀발의 발음과 비슷한 아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결국 5살 대니 로이드가 캐스팅됐는데 그는 ‘샤이닝’ 외 다른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샤이닝’ 2년 뒤 TV영화에 출연한 뒤 연기에서 은퇴했다. 이제 40대가 된 그는 '닥터 슬립'에서 야구선수의 아버지로 카메오 출연한다.


잭 니콜슨과 스탠리 큐브릭


촬영은 1979년 영국에서 이뤄졌다. 실내 장면은 대부분 허트포드셔의 EMI 엘스트리 스튜디오에 방음 세트를 지어 놓고 찍었다. ‘샤이닝’ 세트는 엘스트리에서 가장 큰 규모였는데 그해 2월 엘스트리에 큰 화재가 나는 바람에 세트를 복구하느라 제작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 대형 화재는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는데 큐브릭이 화마가 덮치고 간 세트 앞에서 망연자실한 것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 잿더미를 어떻게 살려서 촬영을 이어갈까 고민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원작 소설에는 호텔이 불타는 부분이 있지만 영화에는 호텔이 불타는 장면이 없다.


오버룩 호텔


오버룩 호텔 외관은 미국 시에라 네바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아와니 호텔과 오레곤의 팀버라인 로지에서 촬영했다. 폭스바겐 비틀이 깍아지른 절벽을 달리는 장면은 몬태나주의 글레시아 내셔널 파크의 세인트 메리 호수와 와일드 구스 아일랜드에서 찍었다. 큐브릭은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했기에 미국 촬영 총괄은 영화 기획자인 얀 할란이 맡았다.


큐브릭은 촬영 기간 동안에도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했고 배우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잭 니콜슨은 다 외운 스크립트가 촬영 당일날 바뀌자 격분해 내던져버리기도 했다. 그는 나중엔 촬영 몇 분 전에서야 대사를 확인했다.


잭 니콜슨과 스탠리 큐브릭


니콜슨이 나중에 가장 애착간다고 말한 장면은 바 장면이다. 당시 니콜슨은 여자친구 안젤리카 휴스턴과 런던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는 휴스턴과 이 장면을 6주 동안 연습했고 촬영 당일엔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 30분까지 옷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연기에 몰두했다.


스탠리 큐브릭과 셜리 듀발


웬디 토런스 역할을 맡은 셜리 듀발은 제작과정 내내 큐브릭과 갈등을 빚었다. '세 여인'(1977)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지만 큐브릭은 그녀를 냉혹하게 대했다. 큐브릭은 듀발의 발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사를 대부분 삭제해버렸다. 웬디가 잭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면은 무려 127번이나 재촬영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나중에 듀발은 탈모 증상이 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듀발은 '샤이닝'의 수동적인 연기로 래지 어워드에서 최악의 배우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듀발은 '샤이닝' 이후 198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다. 로버트 알트만의 '뽀빠이'(1980), 테리 길리엄의 '타임 밴딧'(1981), TV시리즈 '셜리 듀발의 동화극장'(1984) 등 대표작을 남겼다. 하지만 정신 건강 문제로 2002년 53세에 은퇴했다.



큐브릭은 영화 포스터도 직접 골랐다. 영화 포스터는 할리우드의 그래픽 디자인 거장 사울 바스가 만들었는데 바스와 큐브릭은 300개의 시안을 검토한 결과 인형 같은 화나고 뒤틀린 얼굴이 제목 속에 담긴 이미지를 선택했다. 이 얼굴은 정작 영화 속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포스터 위에는 'A Masterpiece of Modern Horror'라고 썼다(개봉 전부터 스스로 걸작이라고 쓰는 자신감 혹은 뻔뻔함).


스테디캠 촬영을 준비하는 스탠리 큐브릭


스테디캠을 사용한 최초의 영화


'샤이닝'은 스테디캠을 사용한 최초의 영화 중 하나다. 1976년에 개봉한 '바운드 포 글로리' '마라톤 맨' '록키'에도 스테디캠이 쓰였으나 ‘샤이닝’은 스테디캠을 플롯의 중요한 장치로 만든 첫 영화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스테디캠을 발명한 가레트 브라운이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고전적인 달리와 크레인 쇼트의 제약에서 탈피해 공간과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 스테디캠 쇼트를 사용했다. 울퉁불퉁한 바닥에서 부드러운 트래킹 쇼트는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가장 회자되는 장면은 대니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복도를 달리는 장면이다. 나무 바닥을 달릴 땐 굉음이 들리다가 카페트 바닥으로 오면 갑자기 조용해지는데 이때 불안감이 증폭된다. 이 장면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휠체어 바닥에 특수 마운트를 부착해 스테디캠을 매달았다.


촬영 과정에선 휠체어에 촬영기사와 사운드맨이 함께 앉아 모니터링했는데 타이어가 두 사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결국 하루만에 터져버렸다. 제작진은 다음날 단단한 타이어로 교체해 촬영을 계속했다. 큐브릭은 휠체어에 정교한 스피드미터를 부착해 정확한 템포를 측정해 이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영화 개봉 후 어떤 평가를 받았나


‘샤이닝’은 미국에서 1980년 5월 23일 개봉했다. 이날은 메모리얼 데이로 워너브라더스는 대규모 스크린을 잡으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존 큐브릭 영화들이 소규모 개봉 후 입소문이 퍼지며 점점 상영관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개봉했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 조치다.


하지만 영화는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큐브릭은 전작 ‘배리 린든’으로 미국에서 고작 950만달러(제작비 1100만달러)에 불과한 성적을 냈기에 초조해졌다.


관객이 영화를 알아본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영화는 북미에서 4700만달러 수입(제작비 1900만달러)을 거두며 1980년 흥행 톱10에 들었다.



‘샤이닝’은 많은 평론가들이 최고의 호러영화로 꼽는 작품이다. 2001년 미국영화연구소(AFI)는 '샤이닝'을 최고의 미국 스릴러 영화 29위로 꼽았다. 2018년 미국 의회도서관 국립영화등기소는 ‘샤이닝’을 영구 보존할 영화로 선정하면서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미학적으로 의미있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수학자들은 통계학 모델을 사용한 분석을 통해 '샤이닝'이 완벽하게 무서운 영화라고 결론내렸다. 쇼크 밸류, 서스펜스, 고어, 캐스트 등 다양한 요소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뤘다는 것이 이유다.


로튼 토마토에서 '샤이닝'은 85%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단평은 다음과 같다. "비록 스티븐 킹 소설과는 다르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은 광기를 향한 싸늘하고 바로크적인 여행이다. 잭 니콜슨은 잊을 수 없게 강렬하다."


스탠리 큐브릭


영화의 세 가지 버전


‘샤이닝’은 146분, 144분, 119분 세 가지 버전이 있다. 감독이 편집 전권을 행사했기에 스튜디오의 압력에 의해 잘려나간 것은 아니다. 큐브릭 자신이 개봉 후 영화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버전이 나온 것이다. 이중 144분 버전이 최종이다.


처음 미국에서 개봉할 땐 146분 버전이었다. 그런데 개봉 일주일 뒤 큐브릭은 후반부 호텔에서 벌어지는 2분가량의 신을 들어내고 일부 장면을 재촬영해 144분 버전으로 상영본을 교체했다.


이때 삭제된 장면은 웬디가 침대에서 울만과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울만은 웬디에게 "당신이 호텔에서 본 것들은 다 사라져서 평범하지 않은 것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잭의 시신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의미다. 또 대니에게는 테니스공을 준다. 이 테니스공은 잭이 호텔 안에서 던지던 것이다.



이 장면이 삭제됨으로써 잭의 죽음이 명확해졌다. 잭의 시체는 영화 후반부 미로에서 발견된다. 또 큐브릭은 에필로그 자막을 삽입했다. "오버룩 호텔은 비극에도 살아남았다. 호텔은 지금도 매년 5월 20일부터 9월 20일까지 문을 연다. 겨울에는 문을 닫는다."


평론가 로버 에버트는 이 수정에 대해 이렇게 썼다.


"만약 잭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다른 추측성 해석이 가능해진다. 호텔에 걸린 1921년 흑백 사진 속에 흡수됐다고 믿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웬디의 상상이었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스토리 뒤에 너무 많은 해석이 가능해질 수 있었다. 큐브릭이 이를 제거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오버룩 호텔에 걸린 1921년 7월 4일 무도회 사진


146분 버전은 분실됐고 스크립트만 남아 있다.


큐브릭은 그해 10월 영화가 유럽에 공개될 때 25분가량을 잘라내 119분으로 편집했다. 큐브릭은 호텔 밖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을 대부분 잘라냈다.


유럽 버전에서 잘린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잭이 호텔에서 왓슨과 만나는 장면 일부

- 대니가 의사를 만나는 장면

- 눈보라 속에서 할로란이 호텔 진입을 시도하는 장면 일부

- 웬디가 호텔 로비에서 해골 무더기를 발견하는 장면


소설 '샤이닝' 표지


소설과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영화는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소설과 영화는 캐릭터 이름과 배경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다르다. 당초 킹은 자신이 영화에 각본가로 참여하기를 바랐지만 큐브릭은 킹 대신 또다른 소설가인 다이안 존슨과 각본을 함께 썼다.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초자연적인 능력인 샤이닝에 대한 접근과 캐릭터 설정이다. 소설에선 호텔을 지배하는 악의 기운과 샤이닝 능력이 플롯상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지만, 영화는 외딴 호텔에서의 고립된 생활이 토런스 가족을 파멸로 몰아넣는 것으로 묘사한다. 소설이 초현실적인 반면 영화는 현실적이다.


우선 캐릭터 설정부터 살펴보면, 소설은 잭, 웬디, 대니 등 토런스 가족을 고루 다루는 반면, 영화는 잭에 초점을 맞춘다.


스티븐 킹의 잭이 동정심이 가는 인간적인 캐릭터라면, 큐브릭의 잭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할 혹은 '시계태엽 오렌지'의 알렉스처럼 감정 없는 무자비한 캐릭터에 가깝다.



영화에서 잭은 처음부터 비사교적이고 ‘작가의 장벽’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는 호텔의 기괴한 기운에 사로잡히다가 결국 아내와 아들을 죽이려 한다.


소설에서 잭은 알콜중독자이긴 하지만 웬디, 대니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호텔에 온 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점점 악의 힘에 지배당해간다. 소설 결말에서 호텔은 잭을 파멸로 이끌고 대니와 최후 대결을 벌인다. 웬디와 딕 할로란은 호텔을 탈출한다. 반면 영화에서 잭은 딕 할로란을 죽이고 잭은 미로 속에서 얼어죽는다.



영화에서 잭은 술을 마시긴 하지만 술보다는 고립감이 정신 이상을 유발하는 주 요인이다. 이에 비해 소설은 전반부에 잭이 알콜중독자이고 아버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자세히 묘사한다. 소설에서 잭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환청으로 듣는다. 스티븐 킹은 나중에 TV시리즈를 만들 때 잭 토런스 캐릭터는 알콜중독과 아버지에 대한 이유없는 분노에 빠졌던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


소설는 잭 뿐만 아니라 웬디와 대니도 자세하게 묘사한다. 잭은 대니를 육체적으로 가학해왔고, 웬디는 대니의 샤이닝 능력에 공포를 느낀다. 반면 큐브릭의 영화는 초반 가족 사이 긴장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가족 관계는 잭이 변하면서 점점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 대니는 엄마와 감정적으로 더 끈끈해 둘이 함께 아빠 잭에게 대항한다.



영화에서 웬디는 수동적이고 순종적이고 나약하지만, 소설에선 조금 더 자립심 있는 여성이다. 소설에서 웬디는 히스테리를 부리지 않고 무너지지도 않는다. 반면 영화에서 웬디는 항상 겁에 잔뜩 질려 있다.


딕 할로란과 대니 토런스


소설에서 대니는 의사 등 낯선 사람과 샤이닝 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대니는 조용하고 비밀스럽다. 샤이닝 능력 자체도 영화에선 강조되지 않는다. 딕 할로란 역시 샤이닝 능력이 있지만 암시만 될 뿐이다.


소설 마지막 장면은 호텔이 보일러 폭발로 화재에 휩싸이기 전에 잭이 웬디와 대니를 탈출시키는 것이다. 반면 영화에선 호텔이 폭파되지 않는다.


스튜어트 울만

잭 토런스


영화 초반에 잭을 인터뷰하는 스튜어트 울만은 소설에선 권위적인 속물인 반면 영화에선 잭을 걱정해주는 인간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에서 울만은 잭이 호텔에 머물도록 승인하지 않다가 보스의 지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승인한다. 이런 울만의 존재는 소설에서 잭의 정신을 피폐해지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이다. 반면 영화에서 울만은 해설자 역할에 그친다.


영화에서 호텔이 악의 에너지를 내뿜는 이유는 호텔이 인디안 무덤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반면 소설에서 그 이유는 킹의 전작 '살렘의 롯'과 연결된다. 악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특정한 장소가 있는 것이다.


또 소설에는 살아있는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특수효과를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를 삭제하고 대신 거대한 미로를 삽입했다.



오버룩 호텔의 과거가 드러나는 방식도 다르다. 영화에선 할로란이 대니에게 오버룩 호텔에서 그동안 벌어진 현상들에 대해 말해준다. 소설에선 잭이 스크랩북을 통해 호텔의 과거를 추적한다. 타자기 옆 스크랩북의 존재는 영화에선 아예 생략됐다. 소설에서 잭은 옛날 신문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큐브릭도 스크랩북 장면을 촬영하긴 했다. 하지만 편집 과정에서 삭제해 버렸다. 다이안 존슨은 이 장면을 넣고 싶어했지만 큐브릭은 존슨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또 소설에선 호텔방이 217호였지만 영화에선 237호로 바뀌었다. 촬영 장소인 오레곤의 팀버라인 로지에서 217호가 악령이 씌인 방으로 묘사되면 손님이 들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촬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그 호텔에 존재하지 않는 237호로 숫자를 바꾸고서야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복도의 쌍둥이 소녀, 핏물이 쏟아지는 엘리베이터, 타자기에 치는 반복적인 문구 등은 영화에만 있는 장면이다. 잭이 치는 문구인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는 유럽 버전에선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다른 언어로 나온다. 큐브릭은 다른 나라 관객에게 영화를 더 명확하게 자기 의도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여러 언어들로 바꿔가며 촬영했다. 큐브릭이 직접 타자기를 쳐서 소품을 만들었다는 소문도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은 왜 ‘샤이닝’을 비판했나


스티븐 킹은 큐브릭의 ‘샤이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1997년 자신의 원래 집필 의도를 살려 동명의 TV 미니시리즈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1983년 킹은 플레이보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큐브릭에 대한 존경심으로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결과에 크게 실망했다. 영화 일부분은 냉랭하고, 밀실 공포증의 공포로 채워져 있지만 다른 부분은 평면적이다.”


킹은 영화가 초현실적인 부분을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킹의 소설에서 잭은 호텔에 씌인 강력한 기운에 의한 희생자가 되지만 큐브릭은 잭이 내면의 악에 의해 파멸하는 것으로 그렸는데 킹은 이 부분이 영화가 소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콜중독이 가족을 붕괴시키는 등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소설의 집필 의도 중 하나인데 영화는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잭 니콜슨이 잭 토런스 역할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 스티븐 킹


킹은 캐스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잭 토런스 역할에 잭 니콜슨을 캐스팅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잭은 좋은 배우지만 ‘샤이닝’ 출연은 완전히 잘못됐다. 그는 전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의 정신이상자 맥머피 역할로 유명한 상태였기 때문에 관객은 그가 등장하자마자 그를 미치광이로 인식할 것이다. ‘샤이닝’은 잭 토런스가 오버룩 호텔의 영향으로 서서히 하강하는 이야기다. 그가 처음부터 미치광이로 등장하면 추락하는 전체 비극의 과정은 낭비된다.”


그는 존 보이트, 크리스토퍼 리브, 마이클 모라이어티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에브리맨'이 잭 역할을 맡기를 원했다.


킹은 셜리 듀발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듀발의 연기를 혹평했다. 단지 소리지르고 멍청하게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나는 그런 여자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티븐 킹이 제작에 참여한 TV 미니시리즈 '샤이닝'


소설의 배경은 콜로라도 에스테스 파크의 스탠리 호텔인데 킹은 여기서 촬영하지 않은 점에도 실망했다고 말했다. 큐브릭이 스탠리 호텔에서 촬영하지 않은 이유는 그곳에 눈과 전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킹은 자신이 TV 미니시리즈를 만들 때 스탠리 호텔을 촬영 장소로 택했다.


킹은 큐브릭이 생각은 많이 하지만 적게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킹의 소설은 매우 도덕적인 반면 큐브릭의 영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평론가 마크 브라우닝은 킹은 많이 느끼지만 생각은 적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큐브릭을 옹호하기도 했다. 킹의 ‘샤이닝’에서 괴물은 잭이었지만, 큐브릭의 ‘샤이닝’에서 괴물은 큐브릭 자신이었다.



‘샤이닝’에 대한 평론가들의 다양한 해석


‘샤이닝’이 개봉한 이후 평론가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이 영화를 해석했다. 남성의 위기, 섹시즘, 미국 주식회사, 인종주의 등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다. 로드니 애셔 감독의 다큐멘터리 '룸 237'(2012)는 '샤이닝'에 관한 여러 해석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글을 쓰는 잭과 환영을 보는 대니의 대결에서 영화를 텍스트 문화와 영상 문화 사이의 오이디푸스적 투쟁으로 본 관점이 있다. 파우스트가 영혼을 바친 것처럼 잭은 글자에 영혼을 바친다. 그 결과 잭은 언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동물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굉음을 내며 미로에서 대니를 쫓는다. 잭이 갇힌 미로는 글자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세계다. 영상으로 확인해야만 겨우 탈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텍스트 문화의 패배를 은유한다.



둘째, 영화가 미국 원주민(아메리칸 인디안) 학살에 대한 메타포라는 해석이 있다. ABC 기자 빌 블레이크모어가 1987년에 주장했다.


영화에서 오버룩 호텔은 인디안 무덤이 있던 자리에 지어진 것이다. 스튜어트 울만은 웬디에게 호텔이 지어질 때 이곳이 인디안 무덤이 있던 곳이어서 몇몇 인디안들이 공격했다고 말한다. 엘리베이터에 피가 쏟아지는 장면은 호텔 밑바닥에 있는 인디안들의 피를 상징한다. 잭은 할로란을 죽인 뒤 시체를 인디안 방식으로 뉘어놓는다.


영화 속에 미국 원주민은 등장하지 않지만 곳곳에 간접적인 암시가 있다. 부엌에 미국 원주민 아메리칸 인디안 로고가 부착된 베이킹 파우더가 놓여 있고 호텔에 인디안 수공예품이 놓여 있는 식이다. 잭이 테니스공을 힘껏 던지는 벽은 아메리칸 인디언 아트웍으로 되어 있고 그 옆에는 인디안들이 자주 사냥했던 버팔로 머리가 걸려 있다. 잭이 들고 다니는 손도끼는 아메리칸 인디안의 무기다.



셋째, 평론가 존 카포는 영화가 미국 제국주의의 알레고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웬디와 대니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제국주의의 피해자들이다.


넷째, 역사학자 제프리 콕스는 블레이크모어의 아이디어를 확장해 영화가 간접적으로 홀로코스트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감정, 초자연주의, 히스테릭한 웬디 등이 홀로코스트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폴란드 작곡가 크지쉬토프 펜데레키의 'The Awakening of Jacob'을 잭 토렌스가 가족을 죽이는 꿈 장면에 사용한 것은 홀로코스트 공포를 상징한다.


'샤이닝'의 공동 각본가 다이안 존슨은 콕스의 홀로코스트 견해를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오버룩 호텔을 아메리칸 원주민 무덤 위에 지은 것으로 설정할 때 홀로코스트에 대한 메타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영화가 '핸젤과 그레텔' '아기돼지 삼형제' 등 동화를 암시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잭은 비사교적이고 무의식적이고 탐욕스런 힘을 상징하는 늑대로 보이는데 결국 동화처럼 대니의 에고에 굴복하고 만다는 것이다.



어떤 영화가 ‘샤이닝’의 영향을 받았나


‘샤이닝’이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도 상당하다. 그레이디 쌍둥이 소녀, 욕조에서 일어나는 여자, 237호실, REDRUM, 핏물이 쏟아지는 엘리베이터, 세발자전거, 거대한 미로, Here's Johnny!, 무도회장의 1921년 사진 등은 패러디 혹은 오마주의 단골 소재였다.


존 카펜터의 '괴물'(1982)에서 눈속에 파묻힌 고립된 남극 기지, '양들의 침묵'(1991)에서 한니발 렉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위기, '트위스터'(1996)에서 토네이도가 드라이브인 극장에서 스크린을 찢기 전에 '샤이닝' 상영하는 장면,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에서 그레이디 쌍둥이 소녀를 닮은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자매, '마녀'(2015)에서 청교도 가족이 마녀의 위협을 피해 고립된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 '겟아웃'(2017)의 폰트 컬러와 미로 속에서 길을 잃는 암시, '유전'(2018)의 미로 장면 오프닝과 초자연적인 현상에 고통받는 가족 설정 등이 ‘샤이닝’의 영향을 받은 장면들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2018)


특히 큐브릭의 친구로 큐브릭의 미완성작 ‘A.I’(2001)를 직접 연출했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을 만들면서 아예 시퀀스 하나를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로 채웠다. 영화 속에 오버룩 호텔, 237호실, 거대한 미로, 피 쏟아지는 엘리베이터 장면 등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샤이닝'의 영향을 받은 '토이 스토리'의 바닥 무늬


‘샤이닝’과 전혀 다른 장르에서 ‘샤이닝’에 오마주를 바친 뜻밖의 작품도 있다. ‘토이 스토리 3’의 리 언크리치 감독은 오랜 샤이닝 마니아로 샤이닝 관련 자료를 수집해 직접 팬사이트를 운영해 왔는데 ‘토이 스토리’를 만들면서 의도적으로 샤이닝스러운 장면을 집어넣었다. ‘토이 스토리 3’(2010)의 한 빌딩은 오버룩 호텔을 닮았고, 237이라는 숫자가 곳곳에 등장한다. 또 언크리치가 스태프로 참여한 '토이 스토리'(1995)에도 샤이닝 특유의 카펫 무늬가 삽입돼 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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