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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경구 ‘Ad astra per aspera(역경을 넘어 별을 향하여)’에서 제목을 따온 ‘애드 아스트라’는 야심 가득한 SF영화입니다. 이야기는 오디세우스를 찾아 떠난 아들 텔레마코스의 여정 혹은 ‘지옥의 묵시록’(1979)의 우주 버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운명을 거스르고 길을 떠난 영웅이 미치광이가 되어 은둔하고 있는 절대자를 만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SF에 처음 도전한 브래드 피트는 사색 가득한 클로즈업에서 광활한 우주를 홀로 유영하는 인간의 고독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작 '잃어버린 도시 Z'(2016)에서 아마존 미지의 정글을 탐험하던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이번엔 우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인물의 깊은 내면을 통찰력 있게 포착하는 연출력은 우주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다만 단순한 플롯을 만회할 이야기의 파고가 약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


기술적인 면에서 영화 ‘애드 아스트라’는 기존 SF영화와 차별화되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극사실주의를 표방한 영화는 우주비행사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를 따라 지구에서 달 기지, 화성을 거쳐 해왕성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이 마치 비행기를 갈아타고 세계 여행하듯 자연스럽게 묘사됩니다. 데뷔작 ‘리틀 오데싸’(1994)에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여주며 호평받았던 감독답게 이 영화에서 낯선 우주여행은 마치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 같습니다. 이는 리얼리티를 강조한 연출에 꼼꼼한 과학적 고증이 겹친 결과물입니다.


6년 전 ‘그래비티’ 개봉 당시 이 영화가 과연 SF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었는데(모든 장면이 실제 우주에 존재하는 인공 구조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비티 이후 웜홀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인터스텔라’ 등 우주영화에 과학적 고증을 철저히 하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하나의 경향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그만큼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이유겠죠.


영화 '애드 아스트라'는 도입부에서 '근미래'를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 달과 화성에 기지를 세울 정도로 문명이 발달하려면 현대과학의 발전 속도로 볼 때 21세기 말 정도가 되어야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 많은 과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이 글에서는 주인공 로이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우주여행에 대한 궁금증과 현재 기술 발전 수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교수가 쓴 책 '인류의 미래'를 참고했습니다.



1. 달로 향하는 여객용 로켓은 언제 상용화될까?


갑작스런 전자기장 교란인 우주 써지(surge)로 태양계 전체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우주비행사 로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지금 당장 화성으로 가서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를 향해 메시지를 발송하라는 압박 섞인 부탁을 받습니다. 클리포드는 전설적인 우주비행사로 외계생명체를 찾아 떠났다가 16년 전 해왕성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클리포드가 여전히 살아 있고 해왕성에서 핵으로 태양계에 써지를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로이는 클리포드의 행위를 막기 위해 비밀 임무에 투입된 것입니다.


로이는 민간기업이 개발한 여객용 로켓을 타고 달로 향합니다. 우주복을 입은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맨 채 앉아 있고 스튜어디스가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이면서 승객들을 돕습니다.


블루 오리진의 여객용 로켓 '뉴 셰퍼드' 내부 모습


이 여객용 로켓의 내부 구조는 2015년 블루 오리진이 공개한 '뉴 셰퍼드' 내부와 닮았습니다. 블루 오리진은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2000년에 설립한 회사로 우주여행사를 모토로 하고 있습니다. 뉴 셰퍼드는 6인용 우주관광 로켓으로 지구 궤도를 벗어나는 것까지는 아니고 민간인 승객들이 아주 잠깐 동안 우주 체험을 하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블루 오리진은 이밖에도 화물 운반용 로켓 뉴 글렌, 달까지 가는 로켓 뉴 암스트롱, 달 탐사선 블루문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블루 오리진 외에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등 민간 사업자들이 우주로 로켓을 쏘아올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향후 몇 년 내에 인간을 달로 보낼 여행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


2. 달에 지구 수준의 생활시설을 만들 수 있나?


달에 도착한 로이의 눈으로 보여지는 달 기지는 휘황찬란합니다. 마치 잘 갖춰진 국제공항 같습니다. 모노레일, 엘리베이터, 쇼핑몰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정도 규모의 달 기지를 지으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현재 달 기지 건설은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4년 달 궤도 우주정거장을 짓고, 2028년 달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 1월 창어 4호를 달 뒷면에 착륙시킨 중국은 2030년까지, 유럽은 2040년까지 달 기지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기지를 지으려면 건설업, 제조업, 운송업, 유통업 등 다양한 업종이 동원되어야 하기에 훨씬 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


기지를 지으려면 장비와 재료가 필요합니다. 처음엔 이를 지구에서 배송해오겠지만 대규모 공사가 되면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므로 달에서 원재료를 찾아 제조하거나 3D 프린터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달에는 흙과 물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 벽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산소가 부족해 용광로 건설은 불가능하므로 철제는 지구에서 실어오거나 3D 프린터로 제조해야 합니다.


나노기술이 발달하면 우주에서 제조업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꿈의 소재라 불리는 가볍고 강력한 그래핀 기술이 진화하면 우주에 구조물을 짓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될 것입니다.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그래핀을 원통 모양으로 돌돌 만 구조)로 지은 고층건물은 부분적으로 투명하고 우주복은 종이보다 얇아서 입은 티조차 나지 않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우표만한 크기로밖에 만들 수 없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가 달과 화성의 황량한 사막에 나노 기술로 만든 도시가 들어설 것입니다.


장비와 재료가 있어도 이를 실행할 노동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인간 노동자가 직접 투입될 수도 있지만 저중력 상태에 적응해야 하는 등 난관이 많습니다. 이때 인공지능 로봇을 대규모로 투입하면 더 간편하게 기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인간보다 훨씬 안정적인 로봇은 우주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을까봐 걱정하지만 그건 현재 단계의 기술로는 너무 앞선 걱정입니다. 해가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해가 진 뒤를 걱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달과 화성에 기지를 다 짓고 나서 걱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3. 왜 달의 뒷면에 우주 터미널을 건설할까?


로이는 시끌벅적한 달 기지를 떠나 화성으로 가는 로켓을 타기 위해 달의 뒷면으로 갑니다.


과학자들은 달의 뒷면에 우주로 가는 터미널을 세우는 것이 지구에서 직접 쏘아올리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 달은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해 추력 에너지가 그만큼 적게 들고 지구와 반대 방향이어서 충돌 위험 없이 언제라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달 남반구에는 6억톤가량의 얼음이 존재하는데 이 물은 산소와 수소로 분리해 로켓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


달은 지구를 공전하지만 지구에선 항상 한쪽 면만 볼 수 있습니다. 달이 지구를 향해 한쪽 면만 보여주는 이유는 지구의 중력 때문입니다. 달의 중력은 지구에 파도를 만드는 반면, 지구의 중력은 지구 지름의 4분의 1 크기인 달을 더 강하게 끌어당겨 다른 곳을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지구에서 보름달이 뜰 때 달의 뒷면은 태양빛을 전혀 받지 못해 암흑기가 됩니다. 영화 속 달 기지에 수많은 태양광 집광판이 보이는데 이는 에너지를 비축해두기 위함입니다. 태양계에서 태양은 가장 세고 가장 깨끗하고 가장 오래가는 에너지원이어서 행성간 교통 수단을 만들거나 기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하지만 해뜨는 시간이 짧은 달의 뒷면보다는 해가 지지 않는 달의 북극 지역에 집열판을 설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영화 속에서 달의 일부 구역은 분쟁지역으로 묘사됩니다. 해적질도 벌어져 로이는 달에서 뜻하지 않게 카체이싱을 벌이기도 합니다. 달에는 물뿐만 아니라 귀한 자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자산업에 필요한 희토류, 백금, 핵융합 과정서 사용되는 헬륨-3 등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달의 소유권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머지않아 민간기업이 달에서 자원을 채굴해도 되는지가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


4. 달에서 화성까지 정말 2일이면 갈 수 있나?


로이는 지구에서 여객용 로켓을 타고 17분 만에 달에 도착하고, 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는 고작 2일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화성에서 해왕성까지는 79일이 소요됩니다. 영화 속에서 로이는 이 시간도 너무 길어서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지만, 현재의 기술로 볼 때 저 속도는 거의 꿈에 가깝습니다.


지금 미국항공우주국(NASA), 스페이스X, 버진애틀랜틱 등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데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해왕성까지 가려면 공전 주기에 맞춰 아무리 거리를 짧게 잡아도 8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해왕성을 찾은 유일한 탐사선인 보이저 2호의 경우 발사된지 12년만인 1989년에 해왕성을 근접통과했고, NASA의 명왕성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호는 발사 8년 만인 2014년에 해왕성의 궤도를 통과했습니다. 2년을 2일로, 8년을 79일로 앞당길 만큼 엄청난 속도를 내려면 특급 엔진이 필요합니다.


반물질 자기장 이미지 (NASA 고다드 스페이스 센터 제공)


현재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은 핵융합 에너지입니다. 우주 공간에 무한히 흩어진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핵융합반응기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램제트 융합엔진이 개발되면 획기적인 속도 단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 가공할 만한 에너지원으로는 '반물질'이 있습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모든 질량이 사라지면서 순수한 에너지로 변환되는데 이는 핵의 100배 이상 효율을 냅니다.


만약 인간이 탑승하지 않고 인공지능 로봇을 보낸다면 에너지원을 찾기는 더 쉬워집니다. 우주선을 엄지 손톱만한 크기로 줄인 나노십을 우주로 발사하면 레이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노십에 1천억 와트 레이저를 2분 동안 쏘면 광속의 5분의 1로 비행해 지구에서 달까지 5초, 화성까지는 1시간 30분이면 도달할 수 있습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4광년 떨어진 센타우리까지는 20년내 도착합니다. 이같은 효율성 때문에 나노십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버커그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5. 해왕성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나?


영화 속에서 로이의 아버지 클리포드는 드레이크 방정식에 따라 지적 생명체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것으로 믿고 거기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이란 1960년대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고안한 우주에 존재 가능한 지적 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입니다. 우리은하에서 1년간 탄생하는 별의 수, 별이 행성을 거느릴 확률,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행성의 수, 행성에 생명체가 탄생할 확률, 생명체가 지적 문명체로 진화할 확률, 지적 문명체가 다른 별과 교신할 통신 기술을 가질 확률, 지적 문명체가 자멸하지 않고 존속할 수 있는 기간 등을 모두 곱한 결과값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지적 문명체인 인간이 얼마나 자멸하지 않고 존속 가능한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 방정식의 값도 천차만별입니다.


트리톤에서 바라본 해왕성


지적 생명체가 생존 가능한 행성인 소위 '지구형 행성'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 수천 광년 떨어져 있어서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단순 생명체로 범위를 넓히면 태양계 안에서 지구형 행성인 화성, 목성의 위성 유로파, 토성의 위성 타이탄, 엔켈라두스 등이 후보로 꼽힙니다. 해왕성은 기체형 행성이기 때문에 생명체가 거주할 수 없지만 해왕성의 위성 중 가장 큰 트리톤은 얼음으로 되어 있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있다고 해봐야 얼음 속 박테리아 정도일 가능성이 큽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지적 문명체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클리포드가 정말로 지적 생명체를 만나고 싶다면 태양계를 벗어나 최소한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리까지는 가야 할 겁니다. 그런데 가깝다고 해도 태양계에서 센타우리까지 무려 4광년이나 걸리는 여정입니다. 화성에서 해왕성까지 43억km를 79일만에 갈 수 있는 영화 속 우주선으로 해왕성에서 센타우리까지 37조km를 가려면 1860년이 걸립니다. 일단 이 여행을 시작하려면 클리포드는 영생을 얻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19/09/26725/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댓글
  • 프로필사진 게스트 집열판이 아니라 집광판이겠죠. 집열판은 열을 모으는 판, 즉 태양열을 사용할 때 쓰는 것이고, 위에 쓴 글은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든다는 의미이니 집광판이 맞습니다 2019.09.29 20:11
  • 프로필사진 Youchang 그렇네요~ 수정했습니다. 2019.09.30 2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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