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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그것은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지려 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두려움은 인식과 예측 사이의 시간 차이에서 온다.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수록, 고통을 주는 대상을 잘 모를수록 두려움은 커진다. 두려움은 경험을 통해 쌓이고 또 경험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2017년 가장 무서운 영화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것'이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것'이 무서웠던 이유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페니와이즈 캐릭터에 있었다. 광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자유자재로 차원을 넘나들고 왜 아이들을 괴롭히는지 알 수 없는 정체 불명의 파괴자는 관객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페니와이즈는 단숨에 프레디 크루거, 고스트 페이스, 처키 같은 공포영화의 대표적 악당으로 등극했다.



지난 4일 개봉한 속편 ‘그것: 두 번째 이야기’는 전편에서 27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편이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한 아이들이 뭉쳐 ‘그것’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다면, 속편은 루저클럽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나타난 ‘그것’에 대항하는 이야기다. 전편의 그것은 아이들의 열등감을 공격했고, 속편의 그것은 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미끼로 삼는다.


영화는 1989년 루저클럽 아이들의 맹세로 시작한다. 리더인 빌은 그것이 다시 나타나면 우리도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자고 제안하고 7명의 아이들은 손을 맞잡는다. 27년 후인 2016년 성인이 된 이들은 고향 데리를 떠나 소설가, 패션 디자이너, 건축가, 스탠드업 코미디언, 리스크 분석가 등으로 각자 바쁘게 살고 있다. 유일하게 고향을 지키며 그것을 연구해온 마이크(이사야 무스타파)는 갑자기 늘어난 데리 아이들의 실종 사건이 페니와이즈의 짓임을 알게 되자 친구들을 호출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중국 식당에서 회포를 푼다. 그런데 스탠리만 유일하게 오지 않았다. 스탠리가 겁쟁이라며 놀리던 이들은 그가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공포에 휩싸인다.



마이크는 페니와이즈를 없애기 위한 인디안 의식이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각자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물건을 단지에 담아 불태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5명의 친구들은 각자 자신이 살던 곳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으로 변해 그들을 유혹하는 그것과 마주한다.


영화는 2시간 4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다섯 친구들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그들이 가진 트라우마가 어떻게 두려움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성폭력당한 베벌리(제시카 차스테인), 동생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빌(제임스 맥어보이), 뚱보라서 왕따당하던 벤(제이 라이언), 겁 많고 소심하던 리치(빌 헤이더), 거짓으로 병을 꾸미는 뮌하우젠 증후군에 시달리던 에디(제임스 랜슨) 등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에 맞서야 한다.



2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치 동면 상태에 빠져 있던 것처럼 이들이 잊고 있던 아픈 과거는 갑작스럽게 깨어난다. 아버지처럼 폭력적인 남편과 결혼한 베벌리도, 동생과 꼭 닮은 소년을 만나는 빌도,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변신해 소심함에서 벗어난 줄 알았던 리치도, 다이어트에 성공해 군살없는 몸매를 갖게 된 벤도, 엄마처럼 뚱뚱한 여자와 결혼한 에디도 모두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페니와이즈는 사라졌지만 그것이 지배하는 그들의 삶은 현재진행형이었던 것이다.


전편에 이어 빌 스카스가드가 계속 연기한 페니와이즈는 인간의 두려움을 먹고 사는 괴물이다. 공포, 증오 등이 페니와이즈 힘의 원천이다. 영화에는 페니와이즈의 기원이 살짝 암시되지만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것은 주로 얼굴에 핏자국이 있는 광대 모양으로 나타나지만 이것이 본모습은 아니다. 에디에겐 마녀로 나타나고, 베벌리에겐 친절한 할머니로 나타난다. 그것은 아버지와 두 친구들을 죽이고 정신병원에 감금된 갱두목 헨리(티치 그랜트)를 풀어줘 루저클럽을 공격하도록 조종하기도 한다.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두려움의 원인과 대처 방법을 아는 것이다. 오래전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낸 전염병이 의학의 발달로 원인이 규명되자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게 된 것처럼,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현상도 원인을 알면 두렵지 않다. 성인이 된 루저클럽 아이들이 갖고 있던 트라우마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싸우는 적은 결국 그들 자신이 갖고 있던 두려움이었고 그 두려움을 몰아내자 그것은 결국 힘을 잃는다.



전편이 3500만달러 제작비에 7억달러의 수입을 거둘 정도로 워낙 센세이션이었기에 속편은 기대를 맞추기 위해 제작비를 두 배 늘리고 스케일을 키웠다. 페니와이즈의 존재는 여전히 무시무시하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전개도 짜임새 있다. 무엇보다 성인이 된 캐릭터 7명 각자의 사연을 꼼꼼하게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다만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다보니 군데군데 늘어지는 장면들이 있다는 점은 아쉽다. 두려움과 루저에 관한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직접적인 대사들은 조금 과해 보인다.


원작자인 스티븐 킹이 전당포 주인으로 카메오 출연하고, 감독 앤디 무시에티는 약국 손님으로 깜짝 출연한다.


영화의 배경인 쇠락한 시골마을 ‘데리’는 스티븐 킹의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가상의 지명으로 아일랜드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이름을 따왔다. 싸이코, 샤이닝, 나이트메어, 다이하드 등 유명 영화들의 명장면과 대사를 패러디한 장면을 찾는 재미는 덤이다.


그것: 두번째 이야기 ★★★

어릴적 트라우마가 27년 후 공포가 되어 돌아오다. 7명의 캐릭터 꼼꼼한 구축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19/09/26617/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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