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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블록버스터 시즌으로 만든 첫 영화인 1975년작 ‘죠스’는 여러모로 기념비적 영화였다. 미국인들에게 해변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고, 영화에서 사운드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것과 더불어 이 영화로 인해 시작된 새로운 장르가 있으니 바로 ‘샤크영화’라는 장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샤크영화는 4편까지 계속된 ‘죠스’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메가샤크, 메가로돈, 더블샤크, 고스트샤크, 섈로우즈, 샤크나도, 샤크 나이트, 샤크스톰, 다크 타이드, 베이트, 쥬라기 샤크, 변종샤크, 오픈워터, 샤크워터, 스노 샤크, 샤크 어택, 샤크 시커, 몬스터 샤크, 더 리프 등 수백 편에 달한다. 대부분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인 상어에게 쫓기며 생사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그중엔 ‘딥 블루 씨’ 같은 블록버스터도 있지만 대부분 저예산 영화다. CG 제작 비용이 내려가고 바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큰돈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 덕분에 상어는 어느새 할리우드 B급 공포영화의 단골 악역으로 자리잡았다.



2017년에 나온 ‘47미터’는 샤크영화 공식에 충실한 공포 스릴러였다. 멕시코에서 샤크 케이지 투어를 즐기던 두 여성이 케이지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바닷 속에 갇힌 뒤 2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상어를 피해 탈출하려는 모습을 그렸다.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을 제시해 공포심리를 자극한 덕분에 흥행에 성공해 제작비(530만달러) 대비 12배 가까운 수입(6260만달러)을 거둬들였다.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이번에 나온 속편 ‘47미터 2’(28일 개봉)는 제작비 1200만달러를 들여 조금 더 스케일을 키웠다. 케이지를 벗어나(그래서 원제가 Uncaged이다)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 속 고대 마야 도시를 탐험하던 네 여성이 눈먼 백상어를 만난다는 설정이다.



영화는 초반에 개성 강한 네 명의 캐릭터들을 하나씩 소개한 뒤 이들 중 누가 살아남을지 추리하도록 만든다. 플롯은 인과응보, 권선징악 등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수시로 남자친구, 아빠 등 남성 캐릭터들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는데 최근 할리우드 트렌드인 ‘여성 영화’의 결을 유지한다.


전반적으로 큰 효과나 트릭 없이 백상어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영화의 뼈대다. 전편은 후반부가 약하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후반부가 강하다. 전편에 이어 연출을 맡은 요하네스 로버츠 감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격언대로 휘몰아친다.



영화 ‘책도둑’(2014)에서 나치 독일 치하에서 숨어지내는 유태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리젤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던 소피 넬리스가 성인배우가 되어 주연 미아 역할을 맡았다. 미아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소심한 ‘왕따’에서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여전사 본색을 드러낸다.


상어에게 쫓기는 네 명 중엔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있다. 미아의 이복자매 사샤 역할을 맡은 코린 폭스는 제이미 폭스의 딸이고, 니콜을 연기한 시스틴 로즈 스탤론은 실베스터 스탤론의 둘째 딸이다. 둘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알렉사 역할을 맡은 브리안느 츄 역시 이 영화가 실질적인 데뷔작이다. 중국-인도네시아계 미국인인 그녀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그레이 아나토미' '스크림' 등 여러 미드에 출연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 네 명의 배우들은 모두 바다 속 추격전을 위해 7주 이상 체력 훈련을 했다고 한다.



떠나가는 여름이 아쉬워 마지막으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영화를 찾고 있다면 ‘47미터 2’는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영화는 한눈을 팔며 다른 길로 새지 않고 공포심을 자극하겠다는 의도에 충실하다. 공포의 대상인 백상어의 모습이 너무 단순하다는 게 아쉽지만 큰 기대를 내려놓고 테마파크의 공포체험관에 온 듯 스크린을 주시하다 보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47미터 2 ★★☆

마지막까지 심장이 쫄깃해지는 샤크호러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19/08/26500/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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