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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의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이 '해바라기'의 김래원과 함께 목포 배경의 조폭 코미디를 만들었다. 악당은 검사 출신 구악 국회의원 최만수(최귀화)이고, 개과천선한 건달 장세출(김래원)이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해 국회의원에 도전한다는 줄거리다.


영화에는 선악구도가 뚜렷하다.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명확히 구분된다. 소재만 보고 '더 킹' 같은 현실 비판적 정치 영화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이분법에 손발이 오그라들 것이지만, 주먹 대신 선거로 승패를 가리는 새로운 조폭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낄낄거리며 볼 만하다.



지난달 개봉한 조폭영화 '악인전'에선 조폭이 연쇄살인마를 잡는 경찰과 공조하더니 '롱 리브 더 킹: 목포영웅'에선 조폭이 국회의원에 출마해 세상을 바꾸려 한다. 최근 한국 조폭영화 두 편은 이처럼 조폭이 사회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선입견을 뒤집고 있다. 실제 있을 법한 일이라기보다는 판타지 성격이 강한데 영화인들이 조폭 캐릭터를 재해석해 의리, 배짱, 조직력 등 그들만의 특성에서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원작 웹툰 '롱 리브 더 킹'(버드나무숲 지음)은 목포 건달이 사랑에 빠져 시의원, 국회의원, 대구시장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 이야기다. 현실 정치에 대한 풍자가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했다. 김대중, 노무현 등을 연상시키는 전직 대통령, 고공 크레인 농성, 세월호 참사 등 실제 사건이 소재로 쓰였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부터 연재돼 누적 조회수 1억 뷰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는 웹툰을 매우 단순화했다. 목포 건달이 사랑에 빠져 국회의원에 도전한다는 원작의 뼈대만 가져왔다. 목포는 최근 정치적으로 이슈가 된 지역이기에 굳이 목포에서 선거 치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 만하지만 영화는 혹시라도 현실과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전부 차단해버렸다. 장세출이 영웅이 되는 과정도 고공 크레인 농성이 아닌 버스 사고로 바뀌었다. 갈등은 재개발을 둘러싼 전통시장 철거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데 매우 상투적이다.



이처럼 목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굳이 목포여야 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영화의 아쉬운 점이다. 강윤성 감독이 전작 '범죄도시'에서 대림동, 안산 등을 배경이 곧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실감나게 묘사한 것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목포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조폭영화 '목포는 항구다'(2004)와 비교해봐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강윤성 감독의 특기인 재미있는 캐릭터 구축은 영화를 2시간 동안 끌고 가는 힘이다. 김래원은 '해바라기'의 순정남을 답습하고 있긴 하지만, 착한 건달 캐릭터를 그만큼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김래원과 밀당을 벌이는 변호사 강소현 역할의 원진아는 전작 '돈'에서 새침한 증권 중개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데 이어 첫 주연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최만수의 꼬붕이자 장세출의 라이벌로 호시탐탐 욕망을 드러내는 조폭 두목 조광춘(진선규)은 코믹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로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범죄도시'로 스타가 된 진선규는 이후 '완벽한 타인' '암수살인' '사바하' 등에서 맡은 역할마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악인전'에서 조폭이 경찰과 섞이는 과정이 웃음을 유발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장세출의 부하 소팔(주진모)과 호태(최재환) 등 건달들이 정치인들과 뒤죽박죽 섞이는 선거운동 과정이 웃음 제조기다. 조폭보다 더 조폭같은 국회의원 최만수와 얼빵한 보좌관 한만섭(임형준) 콤비도 웃음 포인트다. 영화 에필로그의 기막힌 노래방 자막은 이 영화의 의도가 힘 빼고 그저 즐기는데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선보이는 잔재미를 지켜보며 큰 고민없이 2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다. '범죄도시'처럼 잔혹한 장면은 없지만, 조폭들과 구악 국회의원이 등장하는 만큼 욕설은 난무한다.


롱 리브 더 킹: 목포영웅 ★★

손발 오그라드는 선악구도에도 조폭영화의 새 기능 발견.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19/06/25908/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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