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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필연적인(inevitable) 피날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마블 영화 21편을 통해 사랑받아온 모든 캐릭터들을 조금씩 등장시키면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누구의 팬도 실망시키지 않고 장엄하게 한 시대를 마무리한다. 특별한 능력 뒤에 감추어진 그들이 진짜 슈퍼히어로인 이유를 제시한다.


가제가 '인피니티 워 2'였던 '엔드게임'의 스토리는 전편에서부터 이어진다. 초반 1시간은 살아남은 자들의 드라마, 중반 1시간은 과거로의 모험, 마지막 1시간은 대전투 플롯이다. 초반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3시간이나 필요했을까 싶지만 다 보고 나면 결과적으로 납득된다.



'어벤져스'는 영화 사상 최초의 슈퍼히어로 연대 시리즈였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티격태격하고 또 뭉치는 이야기가 이 시리즈의 최대 강점이었다. 적이 강할수록 연대는 필연이었다. 그래서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는 최고의 적수였다. 속편도 이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 영화에서 가장 멋지고 감동적인 장면은 바로 연대의 힘이 절정에 달한 전투신이다. 알란 실베스트리의 메인테마도 이 장면에서 흐른다. 명불허전. 이 장면을 보지 않고는 어벤져스를 말할 수 없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이 영화를 만든지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얼굴에 패인 주름살이 제법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크리스 헴스워스는 아예 망가진 모습으로 등장하기까지 한다. 세대교체 타이밍이 된 것이다. '엔드게임'은 마블 유니버스의 첫 번째 장이 마무리되는 영화인 만큼 퇴장하는 캐릭터들이 있다. 누가 퇴장하는지는 팬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의 퇴장 방식은 경이롭다. 마블은 최고의 예우로 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팬들 역시 각자의 마음 속 슈퍼히어로를 떠내보내면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극장에는 후반부로 갈수록 훌쩍이는 관객이 꽤 많았다.



마블의 슈퍼히어로가 사랑받는 비결 중 하나는 이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졌으면서 동시에 인간적인 매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상실감에 빠진 슈퍼히어로를 보여준다. 소중한 친구 혹은 가족을 잃은 이들은 자괴감에 빠져 있거나 은둔하고 있다.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힘은 동료의식이다.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그들은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히어로들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희생을 무릅쓰기 때문에 히어로다. 영화는 그들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 그들을 슈퍼히어로로 만든다고 설파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로 만난 것은 어쩌면 '우연'이지만 그들이 연대한 것은 '필연'이다. 타노스의 대사인 '필연(inevitable)'은 어쩌면 어벤져스에게 더 어울리는 단어다.



흑인, 여성 등 최근 슈퍼히어로들에게 다양성을 가미해온 마블은 이번 영화에서도 이들의 존재감을 강화했다. 여성들은 캡틴 마블을 중심으로 연대하고, 흑인 캐릭터도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향후 전개될 마블의 새로운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선 성소수자, 동양인 히어로 등 다양성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하니 시대의 흐름에 마블이 호응하고 또 주도하는 것이야말로 피할 수 없는 진정한 '필연'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

모두를 위한 행복한 피날레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premium.mk.co.kr/view.php?no=25414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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