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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극장에 대작 세 편이 나란히 걸렸다. 두 편의 한국영화와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 중 어떤 영화가 내 취향에 맞을지 고민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결정에 참고할 만한 포인트를 준비했다.



스윙키즈


어떤 내용?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가 배경이다. 남북한, 중국인으로 구성된 스윙키즈가 흑인 미군 병사 잭슨의 지도 하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탭댄스 공연을 준비한다. 창작뮤지컬 ‘로기수’가 원작이다.


평가?


유쾌하고 발랄하다. ‘과속스캔들’, ‘써니’를 만든 강형철 감독의 유머를 다시 한 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배경이 전쟁이다보니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슬픔이 밑바탕에 깔린 코미디로 페이소스가 있다.



기억할 장면?


한국 남자와 중국 남자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춤으로 대화한다. 철조망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장면은 감독의 따뜻한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장면이다.


영화 속 음악은 탭댄스 시대의 빅재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 배경을 무시한 선곡으로 판타스틱한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가 흘러나오는 장면에선 로기수(도경수)와 양판래(박혜수)가 영화 ‘나쁜피’의 드니 라방이 춤추며 질주하는 트래킹 쇼트를 재현한다.


볼까? 말까?


네 편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 발 구르며 웃다가 울면서 나오는 영화다. 단, 시대 고증에 까다로운 관객이라면 너무 따지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영화의 엔딩은 과속스캔들, 써니와 전혀 달리 충격적이다. 네 편 중 가족이 함께 보기에 가장 좋은 선택이다.




아쿠아맨


어떤 내용?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에 이어 이번엔 DC의 비밀병기 아쿠아맨이다. ‘아쿠아맨 비긴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자랐고, 어떻게 아틀란티스의 왕이 되었는지를 그리고 있다.


평가?


마블의 ‘토르’와 ‘로키’처럼 아쿠아맨 아서(제이슨 모모아)에게도 이복동생 옴(패트릭 윌슨)이 있다. 토르와 로키가 티격태격한다면 아서와 옴은 사생결단하며 싸우는데 이런 형제 관계가 마블과 DC의 차이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서가 유머 드립을 꽤 많이 하지만 그럼에도 DC는 여전히 무겁고 진중하다.



기억할 장면?


배 위에서 고립된 아서와 메라(엠버 허드)가 트렌치 무리를 따돌리기 위해 붉은 빛을 내뿜으며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붉은 빛 주위로 수많은 바다 괴물들이 몰려드는 이 장면은 말이 필요없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틀란티스 왕국의 공주인 메라는 아틀라나 여왕(니콜 키드먼)의 장남인 아서와 함께 삼지창을 찾기 위해 이탈리아 시실리로 온다. 그곳에서 블랙 만타(야햐 압둘 마틴)에게 쫓긴다. 시실리 건물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은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가 보여준 유사한 추격전을 뛰어넘는다. 특히 벽을 부수면서 달리는 악당의 모습이 압권이다.


또 아쿠아맨이라고 해서 바다 속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사막에도 의외의 장소가 있다. 그곳은 한때 데저트 왕국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땅과 바다를 잇는 상상력은 감탄스럽다.


볼까? 말까?


신화에만 존재하는 바다 속 왕국 아틀란티스를 환상적으로 재현했다. 거대 바다 괴수도 등장해 사이즈와 파워에서 느껴지는 액션의 쾌감이 있다. 아쿠아맨은 투박한 외모와 달리 빈틈이 많은 허당 캐릭터로 그려져 나름의 반전매력이 있다. ‘배트맨 포에버’에 이어 정말 오랜만에 슈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한 니콜 키드먼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만의 장점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지나치게 교훈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DC의 혈통에 대한 집착은 여전해서 (슈퍼맨, 원더우먼에 이어) 혈통이 아니면 이야기를 못 만드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마약왕


어떤 내용?


1970년대 금 밀수업자 이두삼(송강호)은 감옥에서 출소한 뒤 마약 제조와 유통으로 거부가 된다. 그는 붙잡히지 않기 위해 정관계에 돈을 뿌리고 수십개의 직함을 갖는 등 오히려 양지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뒷배를 봐주던 박정희 정권이 몰락하자 1980년 결국 붙잡힌다. 전설적인 마약왕 이황순과 신상호의 실화를 모티프로 재구성했다.


평가?


한국사회에 대한 직설화법 ‘내부자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건조하고 빠르게 진행됐던 ‘내부자들’과 달리 ‘마약왕’은 이두삼의 폭주에 주목해 송강호의 연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스카페이스’의 알 파치노를 연상시킨다.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를 잃지 않았던 ‘내부자들’과 달리 ‘마약왕’ 스토리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어서 뒷심이 달린다.



볼까? 말까?


금지된 욕망을 좇는 인물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도 관심을 끄는 요소다.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이 한때 마약 무법지대였다는 흑역사도 호기심이 간다. 송강호는 명불허전 연기를 보여준다. 배두나, 조정석 등도 제 몫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의 흥미 요소는 139분의 러닝타임을 지탱하지 못하고 금세 소진된다. 전반부는 간결하고 빠르지만 후반부는 늘어지는 편이다. 아쉬운 연출력은 관객을 반영웅인 이두삼에게 몰입하게 만들지 못한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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