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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한 우연이예요. 15년 동안 잘 커서 서로 각자 위치해서 잘 해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동료로서 동병상련이랄까, 신기하고 재미있고 세월의 흐름도 느껴요.”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협상’의 손예진 배우에게 조인성(안시성), 조승우(명당) 배우와 맞붙는 소감을 물었다. 공교롭게도 세 배우는 2003년 영화 ‘클래식’에서 만나 비슷한 시기에 스타덤에 올랐다. 15년이 흐른 2018년, 추석을 맞아 같은 날(19일)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세 작품의 주연을 나란히 맡았으니 ‘클래식’ 주역들이 한 시기의 한국영화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세 작품의 총제작비를 합하면 약 500억원, 이름하여 ‘클래식 빅매치’라고 할 만하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세 편의 한국영화 대작이 같은 날 맞붙는 것이 이례적인 만큼 어느 때보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클 손예진에게 ‘협상’만의 장점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더니 그녀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추석 연휴가 기니까 세 편 다 보시면 좋겠어요. 그래도 ‘협상’만의 장점을 꼽자면 유일한 현대극이고, 장르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어요.”
데뷔 18년차 배우인 손예진은 그동안 쉬지 않고 작품을 고르고 출연해왔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만 벌써 30편(영화 21편, 드라마 9편)이나 쌓였다. 그동안 흥행에 대한 숱한 부담감을 견뎌왔을 터. 어느 순간부터 손예진은 한국 여성배우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고, 이번 추석 대작 중에서도 유일하게 여성 주연으로 영화를 책임지고 있다.
“사실 (흥행을 크게) 의식하고 싶지는 않은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책임이 저에게 따라오는 것을 알아요. 그걸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떨 때는 (사람들이) 너무 결과만을 이야기하니까 슬프고 힘들기도 해요. 저는 작품을 자주 하니까 결과를 생각하면 스트레스도 자주 받고요. 그래서 아무렇지 않아요 라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영화를 위해 매번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는 운에 맡겨요. 외면받으면 속상할 거고 잘 되면 기분이 좋겠죠. 다행히 지금까지는 결과가 좋은 적이 많았잖아요. 매번 망했으면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기 힘들었을 테고요(웃음).”
영화 '협상'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협상’은 올해 손예진이 주연한 세 번째 작품이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의 로맨틱한 모습과 전혀 달리, 경찰 협상가 역을 맡아 냉철하지만 뜨거운 마음을 가진 직업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손예진이 경찰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형적이지 않은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톤으로 가면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을까봐 걱정했고요. 그 사이에서 저만의 톤을 찾기 위해 협상가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연구했어요.”
영화의 감독은 ‘국제시장’의 조연출 출신인 이종석 감독으로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손예진은 꽤 자주 신인 감독과 작업하는 편이다. 톱스타가 된 뒤에도 이 경향은 변하지 않아 올해만 해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협상’ 모두 신인 감독의 작품을 택했다. 경험 많은 베테랑이 아닌 신인 감독의 작품을 과감하게 고르는데 망설임은 없었을까?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시나리오예요. ‘협상’ 시나리오는 단숨에 읽었어요. 불꽃 튀는 긴박감이 있고, 그동안 안 해본 캐릭터라서 더 끌렸어요. 사실 (작품을 고를 때) 신인 감독님이셔서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기는 해요. 그래서 일단 감독님을 만나보고 어떤 분인지 성향을 파악하고 결정하죠. 고집스럽게 자기 것을 밀고 나가시는 분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요. 이종석 감독님은 솔직하시고 무척 열정적이셨어요. 앞으로도 이런 선택은 변함 없을 것 같아요.”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멜로 장르로 큰 사랑을 받으며 커리어를 시작한 손예진은 그동안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며 연기의 폭을 넓혀왔다. 무엇보다 18년 간 작품 30편에 출연할 정도로 쉬지 않고 달렸다. 그녀에게 연기의 목표가 있을까?
“저는 오랫동안 배우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앞으로도 많이 쌓아두고 (관객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겹지 않은, 지루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손예진의 이런 모습은 어떨까 새로운 궁금증을 계속 유발할 수 있는 배우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premium.mk.co.kr/view.php?no=2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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