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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수 2461개, 상영횟수 점유율 75%, 최단기간 300만 관객 돌파… 25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가 쓰고 있는 기록들입니다.


지금 극장가는 '어벤져스'가 점령했습니다. 27일 하룻동안 74만명의 관객을 모았는데 2위 '그날, 바다'의 관객 수는 고작 9166명에 불과합니다. 1위가 95.2%, 2위가 1.1%입니다. 지금 극장에서 다른 영화는 거의 상영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관객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는 다른 대작들이 ‘어벤져스’를 피해 개봉을 미룬 탓도 있지만 관객들의 기호가 ‘어벤져스’로 급격하게 쏠려 있는 탓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요즘 관객들은 ‘어벤져스’ 같은 영화에만 열광합니다. ‘어벤져스’ 같은 영화라고 하면,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대형 스크린에서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제작비를 수억달러 쏟아부은 대작, 둘째, 팬덤을 유발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 셋째,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우리들 중 아주 특별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관객들은 마블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사랑해 스케일이 크면 클수록 더 화끈하게 지갑을 엽니다. 어떻게 보면 마블의 전략은 케이팝의 전략과 매우 흡사합니다. 케이팝의 보이그룹이나 걸그룹 역시 우리들 중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년 소녀들을 선발해 캐릭터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팬질을 유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짐 스탈린의 만화 ‘The Infinity Gauntlet’(1991), 조나단 힉맨의 만화 ‘Infinity’(2013)를 원작으로 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빌런 타노스(조쉬 브롤린)의 영화입니다. 타노스는 인력으로 달을 끌어와 아이언맨을 공격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악당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벌어진 내전 당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으로 인해 슈퍼히어로들은 분열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타노스가 우주를 파괴하려 하자 히어로들은 다시 뭉칩니다.


마블의 모든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이 영화는 그러나 타노스를 중심축으로 놓고 전개됩니다. 타노스의 입장에서 그가 어떤 계기로 사람들을 죽이려는 뜻을 품었고, 왜 인류의 절반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시간을 꽤 할애해서 묘사합니다. 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인피니티 스톤 중 영혼의 스톤을 얻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악당이 주인공인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겁고 엄숙한 편입니다. 반면 집중력은 꽤 높아서 수많은 슈퍼히어로가 등장해 난삽해질 수 있었던 우려를 많이 커버해주었습니다.



이 영화가 공개되기 전 최대의 관심사는 과연 누가 죽을까였습니다. 케빈 파이기 사장이 예고편이 공개될 때 “초반부에 누군가 죽는다”며 “깜짝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죠.


결과적으로 영화는 파이기의 예고가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줄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다만 그 충격은 초반부가 아니라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슈퍼히어로들의 절반이 사라집니다. 인피니티 스톤 여섯 개를 다 모아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된 타노스가 손가락을 튀기자 인류의 절반이 아무 이유없이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때 악당, 히어로 가릴 것 없이 무작위로 절반이 사라지는 것이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마블 스튜디오 10년을 기념하는 영화입니다. 그동안 마블 영화들은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한편으로는 엇비슷한 이야기 전개로 인해 식상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마침 이 영화는 그런 관객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대전환점이 되어주기 위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히어로들 절반을 죽인다는 대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장엄한 엔딩을 보면서 ‘신세기 에반게리온 -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1997)의 그 유명한 카피 “모두 다 죽어버리면 좋을텐데”가 떠올랐습니다. 그토록 자기반성적이던 에바의 신지가 바랐던 꿈이 20년 만에 실현된 버전이 ‘인피니티 워’가 아닐까 싶었거든요. 4억 달러가 투입된 할리우드 영화로는 꽤 모험적인 엔딩이고, 디즈니 영화로서도 낯선 엔딩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든 엔딩이었습니다. 이런 새롭고 대범한 시도야말로 계속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유지하게 해주니까요.



죽은 영웅들과 살아남은 히어로들을 살펴볼까요?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블랙 팬서, 스칼렛 위치, 버키 반스, 워머신, 스타로드, 그루트, 맨티스, 드랙스, 닉 퓨리, 마리아 힐 등이 인피니티 건틀렛을 갖게 된 타노스의 스냅에 의해 사라집니다. 또 비전, 로키, 가모라 등은 그 전에 타노스에 의해 죽습니다.


살아남은 히어로들은 아이언맨, 토르, 스티브 로저스, 헐크, 블랙 위도우 등인데요. 이들이 2019년에 공개될 ‘어벤져스 4’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어벤져스’ 3편과 4편은 한꺼번에 기획된 영화입니다. 4편에선 살아남은 어벤져스가 다시 뭉쳐 타노스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릴 예정입니다. 3편의 쿠키 영상에서 닉 퓨리가 죽기 직전 소환한 캡틴 마블(브리 라슨)이 새롭게 등장해 타노스와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빌런이 막강할수록 영화는 힘을 얻는다. 장엄한 엔딩이 인상적.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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