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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는 ‘세슘 133 원자에서 두 초미세 준위 사이의 전이에 대응하는 복사선 주기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요?

1967년 국제도량형총회가 시간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혹시 1초를 지구가 1회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나누고 나눈 단위로 알고 계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현대인에게 시간은 자연의 단위가 아니라 인공적인 단위입니다.

하루는 8만6400원자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세계 전역에 있는 270개의 원자시계를 기준으로 맞춘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합니다.

스마트워치도 스마트폰에 맞먹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시계는 우리가 움직이는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변합니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우리는 어떻게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일까요?



지구 주위에는 인공위성들이 떠 있습니다.

우주에서 보면 지저분할 정도로 많이 보입니다.

그중 낮은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들에 탑재된 24개의 원자시계가 현재 시간에 대한 신호를 끊임없이 지구로 보내옵니다.

스마트폰은 이중 최소한 3개의 시간을 받아 기록합니다. 이를 타임스탬프라고 합니다.


인공위성의 위치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원자시계가 보내오는 타임스탬프의 시간도 제각각 다릅니다.

스마트폰은 세 개의 시간을 삼각측량해서 현재의 위치를 계산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정확한 현재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시계는 여러 가지 기술의 복합체입니다.

1초가 세슘 원자가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규정한 통일 도량형, 세슘 원자 내에서 전자들이 어떻게 회전하는지를 규명한 화학, 인공위성에서 받은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공학,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공학 등 광범위합니다.



여기선 스마트폰 시계로 통칭했지만 GPS 기술을 이용하는 모든 원자시계가 다 똑같은 원리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의심하지 않고, 정확하게 다가오고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생활할 수 있습니다.

TV 뉴스는 8시 정시에 시작하고, 지하철은 예고된 시간에 오며, 기차는 새벽 4시에 정확히 떠납니다.

볼트의 신기록 9초58은 나노초 단위까지 기록되고, 제빵사의 레시피는 딱 그 시간 동안만 오븐에 구워야 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초 단위까지 정확한 시계 덕분입니다.


원자시계가 탄생하기 전에는 어땠을까요?

시간이 지금처럼 정확하지 않고, 도량이 통일되기 전 사람들은 어떤 기준에 맞춰 살았을까요?

지금부터 시계의 발달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1880년~1950년 수정시계


수정시계를 아시나요? 예전 손목시계에 ‘Quartz’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보였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게 바로 수정시계입니다. 요즘에도 널리 쓰입니다.


‘수정’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배타고 가면 나오는 섬마을인 무라노에서 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도 무라노섬에 가면 멋진 유리공예품과 함께 수정으로 만든 시계가 기념품으로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훗날 부인과 함께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 피에르 퀴리는 결혼 전에 수정을 연구하다가 수정이 압력을 받으면 안정된 주파수로 진동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여기서 시계의 정교함을 보완할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수정시계가 나오기 전까지의 시계는 진동시계(pendulum)였습니다. 갈릴레오 갈리레이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시계죠. 갈릴레이는 항상 똑같은 속도로 진동하는 물체가 있다면 그것을 시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다고 처음 생각해냅니다. 갈릴레이는 뒤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선 퀴리가 발견한 수정을 더 살펴보겠습니다.


워런 매리슨 (British Time, London, 1947)


1928년 벨연구소의 워런 매리슨은 수정 결정체를 이용해 최초의 수정시계를 만듭니다. 수정시계는 오차가 하루에 1000분의 1초에 불과할 정도로 정교한 시계였습니다. 기존의 진자시계에 비하면 혁명적 변화였죠.


처음엔 수정이 너무 비싸서 연구소나 기관에서만 쓰였지만 차차 가격이 내려가면서 1970년대에는 손목시계에 쓰입니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수정시계가 부착돼 있습니다. 냉장고나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시간을 수정해본 경험 있으신가요? 수정시계는 원자시계보다는 오차가 있기 때문에 몇 년에 한 번씩 시간을 수정해줘야 합니다.


수정시계 덕분에 인간은 하루의 길이가 생각만큼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조수와 산맥에 부는 바람, 지구 내핵의 운동 때문에 하루의 길이가 짧아질 때도 있고 혹은 길어질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지구의 자전에만 의존해서는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도 이 시기에 밝혀집니다.


1949년의 원자시계


수정시계는 진자시계의 한계를 극복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더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수정보다 더 일정한 속도로 진동하는 물체를 찾으려 했고, 결국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세슘 원자에서 그런 특성을 발견합니다.


1950년대 중반 최초의 원자시계가 만들어졌고, 원자시계는 수정보다 1000배 정확한 나노초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세계는 표준시의 시대로 접어듭니다.



2. 1840년~1884년 시간을 통일한 시대


1840년대 말 영국은 그리니치 평균시를 제정합니다. GMT(Greenich Mean Time)라고 불리는데 그리니치는 1675년 찰스 2세가 설립한 천문대가 있는 곳입니다. 1884년 워싱턴회의에서 GMT는 본초자오선으로 지정됐고, 1925년 1월 1일 0시를 정오가 아닌 자정으로 변경함으로써 ‘세계시’가 표준시가 됐습니다.


시간을 통일하는 문제는 왜 중요했을까요?


그리니치의 본초자오선


표준시가 지정되기 전 사람들은 기차를 타기 위해 적어도 10분 전에 플랫폼에 나와 있어야 했습니다. 지역마다 현재시각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죠. 예컨대 아침 8시에 뉴욕발 볼티모어행 열차를 타려는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뉴욕과 볼티모어는 기차로 3시간 거리였습니다. 뉴욕에서 8시는 컬럼비아 철도 시간으로는 8시 5분입니다. 볼티모어 도착 시간은 볼티모어 시간으로 10시 54분인데 컬럼비아 철도 시간으로는 11시 5분입니다. 따라서 그는 뉴욕에서 8시에 열차를 타서 볼티모어에서 10시 54분에 내렸지만 컬럼비아 철도 시간으로는 8시 5분에 타서 11시 5분에 내린 것입니다.


이처럼 인근 도시라도 시간이 5~10분씩 차이가 났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냐고요? 태양을 기준으로 시간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 정오라면 각 지역마다 정오가 모두 다르지만 그 지역에선 그때가 12시이니 정확한 시간인 거죠.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당시를 배경으로 한 서부영화들의 디테일은 달라져야 합니다. <하이 눈>의 정오는 뉴멕시코주 헤들리빌의 12시일 뿐 같은 주라도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에게 그 시간은 12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결투를 할 때도 최소한 5분 정도는 여유를 주고 총을 뽑아야 다른 도시에서 온 상대방에 대한 예의일 것입니다.


해시계


그런데 생각해보면 너무 답답하지 않나요?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시간이 달라진다니요. 하지만 그 시대 사람들은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에야 도시 간 이동이 자유롭지만 당시만 해도 불편한 도로를 이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또 다른 도시로 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 정도의 시간 오차쯤은 금세 극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국이 GMT를 제정하자 미국에서도 표준시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1883년 철도 공학자 윌리엄 앨런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철도협의회에서 50개로 흩어진 철도시간을 4개의 표준시로 정리하자고 제안합니다. 지금도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동부 표준시(EST)-중부 표준시(CST)-산악 표준시(MST)-태평양 표준시(PST)’의 시초입니다. 표준시를 구분하는 선은 일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앨런이 지도에 시간을 나누는 선을 그릴 때 철도선이 만나는 지점을 따라 그렸기 때문입니다.


표준시 제정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무언가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생기면 언제나 그곳엔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게 마련이죠. 신시내티의 한 신문은 “표준시라니, 가당치도 않다. 신시내티 시민은 태양과 달과 별이 가리키는 진실을 고수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표준시 제정에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1883년 11월 18일 표준시에 맞추기 위해 잠시 멈춘 기차


그러나 표준시를 지정할 때의 편리함이 기존 관습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눌렀습니다. 마침내 1883년 11월 18일, 미국 전역은 4개의 시간대로 통일됩니다. '정오가 두 번 있던 날'로 불린 이 날 도시마다 두 번의 정오를 맞이했습니다.


1884년엔 그리니치 평균시가 국제 표준시로 지정되면서 전 세계가 GMT를 기준으로 여러 가지 시간대로 분할됩니다. 이는 인간 세상이 태양의 지배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더 이상 인간은 시간을 알기 위해 해를 쳐다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진입한 것입니다.


회중시계


3. 1860년~ 회중시계


1860년대 매사추세츠주 구두 수선공의 아들 애런 러프킨 데니슨은 규격 부품을 사용해 무기를 제작하던 방식으로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최상급 시계를 제작하는데 100가지 이상의 공정이 필요했는데요. 쇳조각으로 나삿니를 만들고, 시계판에 글씨를 새겨 넣는 각 공정마다 사람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계는 엄청난 고가의 물건이었습니다.


애런 러프킨 데니슨


데니슨은 부품을 규격화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당시 부유한 사람만 소유할 수 있던 시계가 작고 가벼워져 휴대용으로 들고 다닐 수 있게 됐고 가격도 저렴해져 대중화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계가 바로 회중시계입니다. ‘회중’이란 품속에 넣고 다닌다는 뜻입니다.


회중시계의 첫 모델은 미국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윌리엄 엘러리의 이름을 딴 '윌리엄 엘러리 회중시계'였습니다. 이 시계는 16만개 이상 팔리며 대히트작이 됩니다. 또 이 시계는 카탈로그를 통해 우편통신판매하기 시작한 첫 번째 제품이기도 합니다.


진자시계


4. 1640년~1800년대 진자시계


갈릴레이가 진자시계를 발표한 1641년 이전에는 시간을 정교하게 측정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도시에는 엄청나게 큰 기계식 시계가 있었지만 해시계로 판단해 끊임없이 수정해줘야 했습니다. 하긴 그때는 시간의 정확성은 크게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 꼭 봐야 할 TV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계가 정확하지 않아 불편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항해 시대 탐험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배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두 개의 시계를 비교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하나는 출발점의 시간에 맞춰둔 시계이고 또하나는 바다에서 현재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였습니다. 두 시계를 비교해 대략적인 경도를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출발점에서 맞춘 시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당시 시계가 하루 20분씩 늦거나 빠른 건 예사였기 때문에 몇 달씩 걸리는 항해 도중에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지요. 탐험가들은 변하지 않는 시계를 원했습니다. 탐험가들을 새로운 땅으로 보낸 권력자들도 원했습니다. 간절히 원했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변하지 않는 시계의 해답을 찾아낸 사람이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그가 피사의 사탑에서 발견한 진자는 일정한 주기로 멈추지 않고 움직입니다. 이러한 진자의 움직임을 보며 갈릴레이는 진자시계의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진자시계는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탐험가들은 더 이상 배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노동력의 단위가 시간으로 바뀌며 노동자들은 출근카드에 펀칭한 뒤 규격화된 일정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는 곧 산업혁명으로 이어집니다.


찰스 디킨스는 [어려운 시절(Hard Times)]에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관 뚜껑을 내리치는 망치 소리처럼 똑딱거리며 초 단위까지 측정하는 치명적인 통계적 시계.”


윌리엄 워즈워스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서곡(Prelude)’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 능력의 안내자와 보호자들

우리 노동을 지켜보며 감독하는 사람들

시간을 능숙하게 돈벌이로 삼는 사람들

탁월한 예지로써 모든 우연들을

조정하고, 그들이 고안해낸 바로 그 길로

우리를 기계처럼 몰아가고 구속하는 현자들


이처럼 진자시계의 발명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전까지 작업량에 맞춰 노동했던 인간들은 이후 규격화된 시간에 맞춰 노동해야 했습니다. 일과 휴식이 일정하게 체계를 갖추어지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시간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은 시간에 구속되고, 사람들은 일 년, 한 달, 일주일, 하루를 계획하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스스로 짠 계획이라기보단 시스템에 맞추어진 계획입니다. 나노초 단위까지 정확해진 시계는 인간의 삶을 점점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스티븐 존슨 저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The Bullit County History Museum, Nov. 018, 1883: Railroad Time Goes Coast to Coast [Wired], Greenwich Mean Time (GMT) Riga: 2, UNESCO Heritage Site World Tour: Maritime Greenwich, The Story of Time, Time and Navigation: Timeline Innovation, IEEE: The Evolution of the Quartz Crystal Clock)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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