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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맞아 세 편의 한국영화 대작이 19일 동시 개봉했다. 두 편은 사극, 한 편은 현대극으로 모두 100억~200억원대의 큰 돈을 들인 대작이다. 15년 전 영화 ‘클래식’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던 손예진, 조인성, 조승우가 각각 주연을 맡아 ‘클래식 빅매치’라는 이름도 붙었다.


한가위 연휴를 맞아 극장을 찾을 계획을 세워둔 당신을 위해 영화 세 편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봤다.



안시성 - 선악구도 뚜렷한 전쟁 사극


태학도 수장 사물(남주혁)은 연개소문(유오성)의 비밀 지령을 받고 안시성으로 잠입해 성주 양만춘(조인성)을 만난다. 마침 당 태종 이세민(박성웅)이 안시성을 점령하기 위해 20만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 오고, 양만춘은 충직한 장수 및 5천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당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양만춘을 옆에서 지켜보던 사물은 점점 그에게 감화되어 간다.



▷총평

대중영화 문법에 충실하다. 선악구도가 뚜렷하고 감정선이 확실하다. 기쁠 때 웃게 하고, 슬퍼야 할 때 확실히 울린다. 전쟁 장면은 호쾌하다. 무엇보다 우리 역사에서 몇 안 되는 승리한 전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통쾌함이 남는다.


조인성의, 조인성에 의한, 조인성을 위한 영화다. 양만춘을 연기한 그는 지금껏 보지 못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장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약해 보이는 외모과 목소리가 처음엔 단점으로 여겨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빛난다.



사료가 많지 않아 양만춘과 이세민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는 허구의 인물이다. 양만춘을 보좌하는 추수지(배성우), 풍(박병은), 활보(오대환), 파소(엄태구), 백하(김설현) 등은 마치 ‘반지의 제왕’의 캐릭터들처럼 뚜렷한 개성으로 각자의 포지션을 소화한다. 양만춘에게 잠입하는 사물 역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가미된 캐릭터로 신예 남주혁이 연기해 풋풋한 느낌을 준다.


영화에는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양만춘을 제외하면 모든 인물들이 예측가능할 만큼 전형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볼까?

영화에 등장하는 두 번의 공성전과 토산 전투는 각각 성격과 분위기가 다르다. 200억원의 총제작비로 구현한 스케일로는 최대치를 보여준다.


▷말까?

모든 장면이 다 어디에서 본 듯하다. ‘반지의 제왕’ ‘300’ ‘왕좌의 게임’ 등과 유사점을 찾기 아주 쉽다. 그만큼 오리지널리티를 찾기 힘들다. 마지막 장면은 ‘셰인’ 같은 서부영화의 엔딩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옛날영화 같은 느낌이 있다. 또 의상, 무기 등 개봉 전부터 고증 논란이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전투 장면에서 목이 잘려 나가는 등 꽤 잔인한 장면들이 포함돼 있다.



협상 - 지금껏 본 적 없는 손예진과 현빈


태국에서 암암리에 활동하는 무기밀매상 민태구(현빈) 일당을 잡기 위해 파견된 경찰과 신분을 감춘 기자가 납치된다. 특수부대 투입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에 나선 경찰에게 민태구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을 불러오라고 요구한다. 하채윤은 민태구와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 뒤에 권력집단이 개입한 거대한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총평

초반에 약간의 유머 코드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웃음기 빼고 진지하게 달린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처럼 좁은 공간에서 시시각각 반전되는 상황이 재미 요소다. 스토리가 중간에 몇 번 뒤틀리기 때문에 이를 전달하는데 충실하기 위해 쓸데없는 곁가지들은 많이 쳐냈다. 하채윤과 민태구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심리게임을 벌이는 과정에 긴장감이 감돈다.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주로 좁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중간중간 특수부대 작전수행, 권력기관 파워게임 등 모니터 밖의 볼거리도 있다. 다만 후반부 민태구의 동기가 밝혀지면서 진짜 악당이 누구인지 드러나는 과정의 전개는 식상하다.



▷볼까?

믿고 보는 배우 손예진과 현빈이 연기 변신을 했다. 손예진의 경찰 연기, 현빈의 악당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긴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른 손예진은 서서히 감정이 폭발하는 하채윤 역할을 설득력 있게 해낸다.


▷말까?

하채윤, 민태구라는 두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특히 민태구의 정체가 밝혀지는 후반부는 전형적이다. 확실하게 결론맺지 않는 엔딩은 시원함과 동시에 찝찝함을 남긴다.



명당 - 역사가 스포일러인 정통 사극


땅 잘 보기로 소문난 지관 박재상(조승우)은 왕에게 직언을 했다가 왕을 허수아비처럼 주무르던 김좌근(백윤식)의 눈밖에 나 가족을 잃는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 앞에 몰락한 왕족 흥선군(지성)이 나타나 김좌근을 수장으로 하는 장동 김씨 일가를 몰아내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지만 흥선군의 노림수는 따로 있었다.



▷총평

영화 ‘관상’과 거의 흡사한 구성을 갖고 있는 정통 사극이다. 19세기 세도정치 시대를 배경으로 풍수지리로 인한 권력 암투를 다뤘다. 박재상을 중심으로 흥선군과 김좌근 부자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다만 아쉬운 것은 21세기에 풍수지리 이야기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조상 묏자리를 잘못 써서 자식이 망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현대 관객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극의 재미요소 중 하나는 현대사회와 연결고리를 찾는 것인데, 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꼬집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논쟁이 다소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런 지점이 ‘관상’에 비해 아쉽다.



▷볼까?

조승우는 여전히 잘 한다. 공허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만들어낸 것은 조승우라는 배우의 힘이다. 홍일점 문채원도 나름대로 존재감을 뽐낸다. 한국 곳곳 아름다운 땅을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말까?

엔딩이 허무하다. 역사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말이라지만 어정쩡한 타협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김성균이 연기한 김병기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premium.mk.co.kr/view.php?no=23491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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