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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 무아와드의 연극을 각색한 2010년 퀘벡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다.

영화를 보면서 Daresh 다르사, Kfar Ryat 크파 리얏 이런 지명들이 도대체 어디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는데 영화를 본 뒤에 찾아보니 모두 가상의 지명들이었다.
국민당 집권 시절 무슬림과 기독교인들 사이의 죽고 죽이는 보복 테러 속에서
살아남은 나왈 마르완. 영화는 지명과 인명을 빨간 자막으로 삽입해
마치 실화인 것처럼 호기심을 증폭하는데 성공했다. (나중에 허탈해지긴 했지만...)

캐나다의 쌍둥이 남매인 시몬과 잔느. 나중에는 사르완과 자난으로 밝혀지는 이들은
엄마가 죽은 뒤 변호사를 통해 유언장을 받는다.
유언장을 통해 엄마는 편지 두 통을 전해주면서
하나는 아버지에게, 하나는 형에게 전해준 뒤에 묘비명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라고 말한다.
아버지와 형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던 남매는 당황하는데
결국 잔느는 이들을 찾아 중동으로 떠나고 시몬은 거부하고 캐나다에 남는다.

이후 영화는 엄마 나왈 마르완의 당시 상황과 엄마의 행적을 좇는 잔느를 교차편집하면서
참혹한 보복 테러의 비참함에서 살아남았지만 마을에서 수치스런 존재가 된 엄마와
그런 엄마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발견하며 정신적 충격에 빠질 딸 사이의 비극을 예고한다.

이 영화의 원제인 Incendies는 프랑스어로 화재, 폭발 이런 뜻인데
영화는 엄마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남매와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감정에 불을 붙인다.
감옥에서 쌍둥이 남매가 태어나고 그들의 아버지와 형의 존재가 밝혀지는 순간
불붙은 감정선은 결국 폭발한다.

남매에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엄마의 기막힌 인생사.
<엄마를 부탁해>의 전쟁 속 중동 버전이라고 할까.

한편으로는 가상의 중동으로 무대를 옮긴 오이디푸스의 엄마 이야기다.
후반부에서 이 두 사람이 만나는 지점인 크파 리얏이라는 감옥은
괴로워하던 오이디푸스가 최후를 맞이한 성과 같다.


무슬림으로 위장해 올라탄 버스가 기독교 테러리스트 집단에 납치되고
버스가 불타 모두 죽기 전 십자가를 보여주고 홀로 살아남은 나왈.
그 고통스런 장면에서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꽤 잘 어울린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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