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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 한국영화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올해 1월부터 12월 6일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편수는 455편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대략 50%가량 많았습니다. 해마다 개봉 편수가 늘고 있지만 관객 수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올해 한국영화 관객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00만 명 가량 줄어든 9700만 명이었고 점유율도 48.8%로 외국영화에 밀렸습니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밑돈 것은 7년 만에 처음입니다. 관객 수가 줄어드니 흥행에 실패한 영화가 속출했습니다. 일부는 손익분기점은커녕 처참하게 잊혀졌습니다. 흥행 실패하는 영화가 늘어나면서 한국영화의 제작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CJ, 쇼박스, 롯데 등 각 사의 내년 라인업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대작들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은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였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이 더 있었지만 천만 관객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뜻밖에 큰 성공을 거둔 영화들도 있습니다. <공조> <청년경찰> <범죄도시> 등 코미디를 바탕으로 한 액션영화들과 <노무현입니다> <공범자들> 등 정치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입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올해는 정치 다큐와 액션 코미디의 시대였습니다. 전체 박스오피스를 보면 이런 경향이 안 나타나지만, 제작비 대비 수익 비율, 즉 가성비를 따져보면 두드러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하는 박스오피스에서 순제작비와 매출액, 관객 수를 구해 순제작비 대비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린 영화 순위를 집계했습니다. 일명 가성비 갑 한국영화 순위를 15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2월 6일 기준입니다.)



15위 프리즌

- 순제작비 60억원, 매출액 237억원, 관객수 293만명, 가성비 4배


교도소가 새로운 범죄의 산실이어서 경찰이 잠입수사한다는 신선한 발상의 범죄 액션 영화가 3월 비수기에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한석규와 김래원의 연기 대결도 관객을 붙잡은 요인이었습니다.



14위 더 킹

- 순제작비 104억원, 매출액 434억원, 관객수 530만명, 가성비 4.2배


초호화 캐스팅으로 한국사회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비판한 블랙코미디 범죄영화가 설날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설날 1위 자리를 이후 <공조>에 내주면서 사회비판 극영화에 관객이 싫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13위 더 테이블

- 순제작비 2억원, 매출액 8억3천만원, 관객수 10만3천명, 가성비 4.2배


2030 여성을 겨냥한 예쁜 화면의 작은 로맨스 영화가 적확한 타깃 공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올해 한국영화에 로맨스 영화가 없던 것도 이 영화의 선전을 더 돋보이게 했습니다.



12위 밤의 해변에서 혼자

- 순제작비 1억원, 매출액 4억4천만원, 관객수 5만7천명, 가성비 4.4배


다른 홍상수 영화보다 관객을 두 배가량 더 모은 이유는 다분히 감독과 김민희의 스캔들 덕분일 것입니다. 김민희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1위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 순제작비 1억6천만원, 매출액 8억7천만원, 관객수 12만3천명, 가성비 5.4배


100여년 전 푸른 눈의 선교사 서서평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종교를 뛰어넘는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예상보다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습니다.



10위 재심

- 순제작비 35억원, 매출액 192억원, 관객수 242만명, 가성비 5.4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해사건의 억울한 누명을 쓴 청년 이야기를 재구성한 이 영화는 상영 도중 재심 판결이 나오며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박준영 변호사와 다른 사건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9위 보안관

- 순제작비 35억원, 매출액 208억원, 관객수 258만명, 가성비 6배


홍콩 누아르 느낌으로 만든 한국형 아재 영화가 의외로 선전했습니다. 올해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영화였습니다.




8위 청년경찰

- 순제작비 70억원, 매출액 443억원, 관객수 560만명, 가성비 6.3배


박서준과 강하늘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난 코믹 액션 영화로 20대 초반 경찰대 학생 특유의 풋풋함이 관객에게 제대로 어필했습니다.



7위 택시운전사

- 순제작비 150억원, 매출액 958억원, 관객수 1200만명, 가성비 6.4배


올해 최대 흥행작 <택시운전사>가 가성비 순위로는 7위입니다. 여름 시즌을 노린 대작이니만큼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주 먼저 개봉한 <군함도>는 <택시운전사>가 많이 부러웠겠지요.



6위 아이캔스피크

- 순제작비 39억원, 매출액 254억원, 관객수 327만명, 가성비 6.5배


코미디와 감동과 의미를 갖춘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가성비도 높았습니다. 위안부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소화해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 반응도 좋았습니다.



5위 박열

- 순제작비 26억원, 매출액 180억원, 관객수 235만명, 가성비 6.9배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 이어 이번에도 적은 제작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일제강점기 시대 사극을 만들었고 결과도 좋았습니다. 꽁꽁 숨겨뒀던 최희서 배우를 발견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4위 공조

- 순제작비 78억원, 매출액 637억원, 관객수 780만명, 가성비 8.1배


현빈보다는 유해진에 대한 믿음이 영화의 흥행 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해진은 <럭키>에 이어 관객이 믿고 보는 배우임을 증명했습니다.




3위 범죄도시

- 순제작비 50억원, 매출액 563억원, 관객수 687만명, 가성비 11.3배


원래 추석 시즌에 개봉하려 한 작품이 아니었지만 블라인드 시사에서 관객 반응이 워낙 좋아서 급하게 추석 개봉으로 바꾼 영화입니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죠. 다른 세 편의 경쟁작들을 제치고 추석 시즌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습니다.



2위 공범자들

- 순제작비 1억5천만원, 매출액 20억원, 관객수 26만명, 가성비 13.3배


정권교체 이후 적폐청산에 대한 의지가 이 영화의 흥행 동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신뢰도가 급격하게 추락한 MBC의 내부 사정을 궁금해 한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흥행 성공은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위 노무현입니다

- 순제작비 3억원, 매출액 145억원, 관객수 185만명, 가성비 48.3배


노무현은 한국영화에서 흥행 아이콘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연한 영화 중 흥행이 안 된 영화가 없으니까요. 정권교체 덕분에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진 작품이었습니다. 다큐영화지만 드라마틱한 극영화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관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갔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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