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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멜 깁슨이 돌아왔다. <아포칼립토>(2006) 이후 10년 만이다. <브레이브하트>(1995)의 동성애 혐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의 반유대주의, <아포칼립토>의 원초적 폭력 등 마초 기질이 다분한 영화들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온 그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국인 전쟁영웅이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종교적 신념에도 불구하고 '일본놈'에 침략당하는 미국을 두고 볼 수 없어 자원해 참전한 데스먼드 도스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가히 트럼프식 ‘아메리카 퍼스트’ 시대에 걸맞는 전쟁영화 <핵소 고지>를 살펴보자.



영화는 데스먼드 도스(앤드류 가필드)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으로 인해 그는 집총을 거부하는 종교적 신념을 갖게 된다. 첫 눈에 반한 여자친구 도로시(테레사 팔머)와 결혼을 약속한 뒤 그는 홀연히 군대에 자원 입대한다. 하지만 집총을 거부하면서도 참전하겠다는 병사는 펜 없이 글 쓰겠다는 작가만큼이나 돌아이 취급을 당한다. 데스먼드는 군법 위반으로 재판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하는데 뺏고 뺏기기를 반복하던 핵소 고지 전투에서 홀로 75명을 구해 영웅으로 떠오른다.



일단 영화의 제목에 주목해보자. 제목이 ‘데스먼드 도스’가 아닌 ‘핵소 고지’인 이유는 이 영화에서 장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핵소 고지는 1945년 오키나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미군 입장에선 난공불락의 요새였고, 일본군 입장에선 배수의 진을 친 장소였다. 당시 오키나와는 미군 4만6000명, 일본군 11만명, 오키나와 주민 12만명의 사망자를 낼 만큼 피비린내가 진동했던 전장이다. 핵소 고지에서 미군이 승리함으로써 일본군은 백기 투항했고, 남은 일본군은 주민들에게 할복을 강요해 오키나와는 시체들로 즐비했다.



멜 깁슨이 치열한 전장에서 주목한 인물은 기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데스먼드 도스다. 그는 온갖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지켜 참전하고 끝내 자신을 무시했던 동료들마저 구출해낸다. 이런 행위를 보고 연상되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예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군은 로마군이고 그를 무시한 동료들은 유대인이다. <핵소 고지>는 전형적인 전쟁 영화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론 논란이 될 만한 상징을 바탕에 깔고 있는 종교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데스먼드 혹은 예수에게 바치는 헌사인데 한때 그를 무시하던 전우들이 일렬로 서서 데스먼드를 맞이한다. 데스먼드는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처럼 군인들을 사열한다. 데스먼드는 최후의 전투가 끝나기 전 동료에게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성경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성경 속에는 여자친구 도로시의 사진이 들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도로시 역을 맡은 테레사 팔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와 닮았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멜 깁슨에게 성경은 영감의 원천인가보다.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는 종교와 연관되어 있으니 말이다. 전쟁영화인 <핵소 고지>에서조차 영웅 서사에 접목한 예수를 만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영화의 전반적인 감성은 옛날 영화를 보는 느낌이 강하다. 군인들의 대사나 국가를 위한 사명감을 강조할 때 흐르는 장중한 음악은 <진주만>(2001) <영광의 깃발>(1989) 같은 애국주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영화 속 오키나와 전투는 다분히 미군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인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기가 무척 불편할 것이다.



영화의 최대 장점은 실감나는 전투 장면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가 전쟁영화의 한 획을 그은 이후 긴박감을 강조하는 방식은 대부분 그 영화의 모방처럼 보였는데 <핵소 고지>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리지널리티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간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 과정에서 누가 총에 맞을지 모를 만큼 긴장감을 느낀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멜 깁슨 감독은 10년만에 선보인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건재를 과시했다. <브레이브하트>로 오스카 석권한 이후 21년 만이다.


데스먼드 도스 역을 맡은 앤드류 가필드는 <스파이더맨> 이미지에서 탈피해 비폭력 군인에 걸맞게 살을 빼고 신념에 찬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핵소 고지 ★★★

전쟁영화도 종교영화처럼 만든 멜 깁슨의 뚝심.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댓글
  • 프로필사진 김기현 안녕하세요,
    티스토리를 이용하여 개인적인 생각이나, 하루 일기개념으로 운영을 해볼까합니다.
    제 이메일 주소는 mosaic90@daum.net 이며 초대장 받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2.19 10:50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7.02.21 14:09
  • 프로필사진 나대용 배수의 진이 아니라 배수진입니다. '의'를 과용 사용하는 건 일본어 어법이어서 의를 쓰는건 유정물 소유격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2017.02.24 09:34
  • 프로필사진 자주포조종수 일본이 불편할게 뭐가있나요,,,나찌의 만행을 널리 알리는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역사가 불편한 이유가... 2017.02.24 10:37
  • 프로필사진 나나나 정말 보고 싶네요!! 우리나라도 대체복무제도의 제도혁신이 시급한데...... 그리고 글 입력하려는데 그림문자꼬라지를 알아볼수가 없네요 ㅋㅋ 2017.02.24 11:49
  • 프로필사진 무슨 대체복무 이놈의 대체복무는...휴..정말 이나라가 어찌되려는지..그렇게 다들 대체복무로 빠져나가면 나라는 누가 지키는지..종교적 신념이라 하는데, 사실 성경에서 침략도 아닌 자국방어를 위해 총칼을 들지말라한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걸 자기들 교리적으로 그렇게 만들어내는거죠. 여호와의 증인처럼요!! 그렇다면 다윗이 총칼든건 뭔데요! 말도 않되는 것갖고 대체복무라는 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은 없어져야합니다. 아니면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를 뜨던가! 2017.02.24 16:56
  • 프로필사진 예비역 참나 총들고 제 나라 지키고자 싸운 사람들은 영웅이 아니고 총들지 않고 싸운 사람은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니...... 그럼 다들 군대가지 말고 군대가도 총들지 말고 온 국민이 대체복무하면 되것네요.....아님 총들일 없는 나라에 이민들 가시든지.....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 전쟁나면 누가 싸우나 총들사람 없어서 ....... 2017.02.24 18:57
  • 프로필사진 유성호 총 안 들었어도 의무병으로 근무했으면 군 기피한 것 아니네요~!
    더군다나 의무병이 총 안들고도 홀로 동료75명을 구했으면 대단한거지요~!
    동료들이 인정했는데 우리가 뭐라 할말 없지요~!
    2017.02.25 07:58
  • 프로필사진 내다보는창 저도 이영화 봤습니다만 아무생각 없이 그저 전쟁 영화려니 하고 보다간 감동먹은 ....
    정말 전쟁과 사람에 대한 그리고 진정한 용기는 무었인가 에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
    2017.02.25 09:33 신고
  • 프로필사진 ㅁㄴㅇㄹ 마리아가 예수의 신부라는것은 진짜로 그렇다는것이 아니라 비유적 표현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결혼이 있을때 신랑이 신부 몰래 밤에 오는데 그때 신부가 깨어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고 안깨어있으면 결혼을 못하는 풍습이 있는데 막달리 마리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 모두가 예수님은 언제 올지 모르는 신랑이니 (결혼..비유적표현으로 구원) 우리는 신부처럼 잠<죄(비유적표현)>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그대로 해석해서 마리아가 진짜로 예수의 신부라고 해석하면 안되는것입니다. 2017.03.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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