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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는 3개의 시즌, 총 1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영국 드라마입니다.


2011년 채널4에서 3개의 에피소드가 담긴 시즌 1이 방영된 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이듬해 시즌 2까지 만들어졌습니다. 2015년 넷플릭스는 이 영국 드라마를 키우기로 결정하고 시즌 3을 만들었습니다.



<블랙미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신기술로 인해 펼쳐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담은 드라마입니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성이 마치 <환상특급>을 떠오르게 합니다. 배경은 미래사회지만 지금 우리 시대를 담은 '자화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증강현실, 드론, 인공지능, 소셜미디어 등등 테크놀로지 시대의 통찰이 담겨 있어 강력추천합니다.


이 드라마의 제작자인 찰리 브루커에 따르면 ‘블랙미러’란 차갑고 번쩍거리는 TV 스크린, 모니터, 스마트폰을 통칭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화려해 보이는 모니터가 꺼진 상태의 화면은 차갑고 어둡게만 보인다는 것이죠.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미래가 결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임을 보여주는 작명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할 시리즈는 넷플릭스가 만든 <블랙미러> 시즌 3입니다. 총 6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실 때는 빈지워칭(몰아보기)보다는 마치 단편소설을 읽듯 하루에 한 편씩 나눠서 볼 것을 추천합니다. 완성도는 에피소드마다 다르긴 하지만 편마다 여운이 꽤 오래 가거든요.



에피소드 1. 추락 (Nosedive)


소셜미디어를 통한 별점평가가 일상이 된 미래를 그립니다. 사람들이 서로서로 평점을 매기는 이 미래 사회는 평점에 따라 계층화되어 있습니다. 더 높은 평점을 받기 위해 사람들은 가식적인 친절을 베풀면서 살아갑니다.


주인공 레이시는 5점 만점에 평점 4.3으로 평균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4.5 이상만 구입할 수 있는 럭셔리한 집에 입주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합니다. 4.5 이상의 사람들만 모이는 옛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 들러리가 되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먼 길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계속 발생하고 결국 그녀의 평점은 계속해서 추락하기만 합니다.


별점평가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시대를 비꼰 작품으로 <블랙미러>로 들어가기 위한 가벼운 출입문 역할을 합니다. 드라마 속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디자인도 상당히 직관적이고 예뻐서 탐이 날 정도입니다.



에피소드 2. 게임 테스터 (Playtest)


증강현실을 뇌의 신경망과 결합한 게임의 부작용을 그렸습니다. 세계 각지로 배낭여행을 하던 쿠퍼는 런던에서 돈이 떨어져 이 게임의 베타 테스터가 됩니다.


오래된 저택을 유령의 집처럼 꾸며놓고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두려운 대상을 끄집어내 증강현실로 구현하는데요. 쿠퍼는 떠올리고 싶지 않던 악몽과 마주합니다.


이 드라마의 엔딩은 상당히 도발적이죠.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적기는 힘들지만, 어떤 신제품이든 깨알같은 글씨의 사용약관은 항상 사용자를 볼모로 잡는 것 같아 기분 좋지 않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 만큼이나 파괴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에피소드 3. 닥치고 춤 춰 (Shut Up and Dance)


컴퓨터 해킹으로 인한 상상력을 극한으로 밀어부친 에피소드입니다. ‘보이스피싱’의 끝판왕이라고 할까요?


케니는 노트북에서 야한 사진을 보며 자위행위를 한 뒤 낯선 메일을 한 통 받습니다. 메일엔 노트북을 해킹해 방금 자신의 행동을 웹캠으로 촬영한 동영상이 첨부돼 있습니다. 메일 발송자는 케니에게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동영상을 케니의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사람들 모두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합니다. 요즘 큰 문제가 되는 '리벤지 포르노'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엄마와 여동생이 그 동영상을 보게 될까봐 겁난 케니는 울면서 그 메시지가 시키는대로 합니다. 어떤 물건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끝날 줄 알았지만 케니는 비슷한 처지에 몰린 또 한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되고 메시지를 보내는 자의 요구는 점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 갑니다.


이 에피소드는 테크놀로지가 일상이 된 시대 개인의 사생활은 언제든 해킹으로 인해 협박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합니다. 그런데 스토리 상으로는 중간의 진행과정에서 무리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다 보고 나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시즌 3를 통틀어 가장 아쉬운 작품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 4. 샌 주니페로 (San Junipero)


시즌 3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에피소드이자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만큼의 수작입니다.


이야기는 1987년의 클럽에서 시작합니다. 내성적인 요키는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과 외모를 지닌 켈리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테크놀로지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 같지만 곧이어 반전이 펼쳐집니다. 요키는 사라진 켈리를 찾아 시간을 넘나드는데 1995년, 2002년으로 이동해 그녀를 찾아다니는 것이죠.


이처럼 두 사람이 시대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샌 주니페로’라는 시스템에 접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스템은 과거 시대를 가상현실로 구현해 마치 실제처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치로 현실에선 늙고 초라한 모습인 요키와 켈리는 과거를 추억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살고 있습니다. 실버 세대의 정신적 복지를 위한 <매트릭스>라고 할까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테크놀로지 상상력과 결합한 데다 인간의 육체가 죽더라도 영혼은 영원할 수 있다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에피소드입니다. <블랙미러> 시리즈 중 드물게도 해피엔딩이라 반갑습니다.



에피소드 5. 인간과 학살 (Men Against Fire)


뇌를 통해 시신경을 장악해 감정을 통제하는 증강현실을 그린 에피소드입니다. 대상은 무시무시하게도 군인입니다. 군인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 군인은 살인병기로 전락할 일만 남았습니다.


신참 병사 스트라이프의 임무는 ‘벌레(roach)’라 불리는 좀비형 인간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는 적진에 침투해 벌레 둘을 살해하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신경망 교란 신호로 인해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상사들이 벌레라고 부르는 좀비들이 더 이상 벌레가 아닌 진짜 인간으로 보이게 된 것이죠. 이 세계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누군가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다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을 무조건 벌레로 보이게 해 죽이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미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인간은 ‘두려움’으로 인해 그 명령에 무조건 복종할 정도로 나약하고 어리석습니다. 생각할수록 아찔한 에피소드입니다.



에피소드 6. 미움받는 자 (Hated in the Nation)


소셜미디어에서 누군가를 함부로 비방하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꼭 보면 좋을 에피소드입니다. 해킹이 무시무시한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경고합니다.


드론을 아주 작은 크기로 만든 친환경 테크기업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 라스무스는 드론이 멸종 위기에 처한 벌을 대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술만능론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가 만든 드론 벌은 누군가에 의해 해킹돼 살인 무기로 변합니다. 해커는 소셜미디어에 #DeathTo 해시태그를 달아 누군가를 비방하는 게임을 만들고 여기서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자는 매일 오후 5시 드론 벌에 의해 살해됩니다. 경찰이 동원되지만 죽음을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크기가 작은 벌은 어디든 뚫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이야기의 전반적인 구상은 <데스노트>를 떠오르게 하지만 훨씬 더 과학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무시무시합니다. 마지막엔 반전도 기다리고 있으니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벌들의 인간 학살 과정은 꽤 살벌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비방할 땐 그 공격이 언젠가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하는, 나름 인과응보식 교훈도 주는 에피소드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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