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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O(You Only Live Once).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인삿말이다. 한 번뿐인 인생, 낭비하지 말고 스스로의 삶을 살자는 뜻에서 나온 단어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 동영상에서 “Yolo, Man!”이라고 외침으로서 이 운동을 지지했다.



이 멋진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실천하는 가족이 있다. 영화 <캡틴 판타스틱>의 벤(비고 모르텐슨)과 여섯 아이들이다. 이들은 야생에서 동물을 사냥하고, 체력을 단련하고, 언어와 사상을 배우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산다. 벤과 그의 아내는 이 과정을 홈스쿨링이라 부른다.


벤의 목적은 체력과 지성을 단련시켜 아이들을 플라톤이 말한 완벽한 철인으로 키우는 것이다. 체력은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강인하게 만들기 위해 칼과 화살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훈련을 한다. 지성은 인류가 지금껏 발전시켜온 사상을 학습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아이들은 책 한 권을 읽어도 단순히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은 것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리타’를 읽고 나선 단지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말해선 안 되고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권리장전’에 대해선 그 법조항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현대의 법과 어떻게 다른지를 자신의 관점에서 설명해야 한다.



홈스쿨링의 수업 방식은 자연친화형이고 토론 위주다. 벤은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제시한 뒤 설득해서 따라오게 만든다. 만약 아이들 중 누군가가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그 아이디어를 아이들끼리 토론하게 한다. 결국 토론에서 이긴 쪽으로 방향이 결정된다.


이런 교육 방식은 기존 학교의 방식을 전복시키는 것이다. 질서를 강요해 사고의 확장을 막는 시스템 교육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산문 [코이너 씨의 이야기]에서 교육을 상어와 물고기에 비유하며 학교란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에게 질서정연하게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라고 비꼰 적 있는데, 벤은 이런 시스템 교육을 완전히 거부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순종적인 물고기가 아니라 파닥파닥 뛰어오르는 상어가 되어간다.


브레히트가 비판한 상어의 물고기 교육을 풍자한 만화.


그렇게 10여년이 흐른다. 아이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순종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늘 진실하게 살라는 벤의 가르침으로 아이들은 누구보다 박식하고, 누구보다 강인하며, 누구보다 삶의 방식에 통달한 상태가 되어 있다.


어떤 시스템에도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들에게 종교는 허구의 동화에 불과하고, 자본주의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학교는 식민교육의 산실, 사람들은 해방시켜야 할 피지배자들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찾은 이상적인 사회는 공산주의다. 이들의 구호는 “민중에게 권력을(Power to the people)”, "그들에게 저항해(Stick it to the man)"이고, 이들의 기념일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사상가 노암 촘스키의 생일이다.


미국의 몇 안되는 진보주의자 노암 촘스키의 생일은 12월 7일이다.


여기서 교육철학자이기도 한 노암 촘스키가 교육에 대해 남긴 말을 한 번 살펴보자. 그는 저서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에서 기존 교육을 이렇게 비판했다. “식민 교육의 목표는 교사와 학생을 일종의 기계로 만들어 복잡한 절차와 기법으로 뒤엉킨 미로 속을 아무런 생각 없이 걷도록 만드는데 있다.”


이어 그는 진정한 교육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학습은 진실의 발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대외적으로 진실이라 발표된 것을 암기한다고 해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는 없다. 교사의 의무는 학생들이 진실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촘스키의 조언처럼 벤은 학생인 아이들이 진실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에 머물렀다. 그 결과 아이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영화는 야생 교육의 찬양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산속에서만 살아왔다. 책으로 세상을 공부했다. 이론은 빠삭하지만 실제 세상이 어떤 곳인지는 모른다. 큰아들 보(조지 맥케이)는 벤 몰래 본 대입 시험에서 아이비리그의 모든 대학에 합격하지만 정작 그는 대학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여자를 만나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현실이라는 실재는 이론과 천양지차다.


벤은 고민에 빠진다. 그는 플라톤식 철인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그가 만든 세계는 어쩌면 플라톤식 이데아의 그림자일 뿐일지도 모른다고 뒤늦게 의심한다. 그는 세상의 지배자들에게 저항한다고 생각했지만 남들이 보기에 그것은 은둔이었다.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가는데 과연 모든 사회 시스템을 거부한 채 숲속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길인지 그는 고민한다.


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교육, 가족,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이 가득 담긴 영화다. 그 통찰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신선한 영화다. <문라이즈 킹덤> <프랭크> <남쪽으로 튀어> 등 문명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철학이 담긴 다른 영화들에 비해 더 메시지가 분명하고 일관성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한 큰아들 보에게 벤이 하는 조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자.


“인생은 짧아. 용기 있고 패기 있게 살아라. 늘 진실만 말하고 비굴해지지 마. 매일매일을 네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 그리고 죽지 마.”


결국 YOLO! 인생은 한 번 뿐이다. 말 잘 듣는 물고기가 될지 상어가 될지는 '결심'이 아닌 '행동'에 달렸다.


감독은 배우로 더 유명한 매트 로스. <캡틴 판타스틱>에서 그는 숨겨온 연출 실력을 뽐낸다. 2016년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 수상작이다.


캡틴 판타스틱 ★★★★☆

백마디 말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한 번의 행동.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댓글
  • 프로필사진 piakim btv에서 무료영화, 재밌는 포스터라 코믹한 영화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나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어요.
    책과, 아빠에게서 배우는 모든 것이 전부인 순수한 아이들과 비교가 되지만
    그렇다고 '세계'에서 다르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틀린 것도 아니란 걸.
    교육은 손등, 손바닥처럼 나누어지는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이 있고 그걸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요.
    마지막에 아빠가 아들 보에게 말한 것을 정리하신 걸 보니 다시 울컥해집니다.
    "I know"라고 다 대답하다가 '죽지 마'라는 아빠의 말에
    "I know"가 아닌 "I won't"라고 대답한 그 말은
    자식의 존재 자체,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전부였고 감사했던 탄생의 순간을
    부모는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2019.03.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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