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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아닌 세바스찬과 미아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그 영화가 과연 '라라랜드'이긴 할까요?



하지만 이 조합은 감독의 최초 구상은 아니었습니다. ‘라라랜드’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위플래쉬’를 찍기 전부터 생각해온 아이디어였고 그때 이미 ‘위플래쉬’ 주인공인 마일스 텔러와 이 영화도 함께 하자고 의기투합 했었습니다. 여주인공은 엠마 왓슨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요.


그러니까 원래는 마일스 텔러와 엠마 왓슨이 세바스찬과 미아를 맡기로 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여주인공이 먼저 바뀝니다. 엠마 왓슨이 디즈니의 실사판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를 선택하면서 빠지게 된 거죠. 마음이 급해진 감독은 우디 앨런 영화에 출연 중이던 엠마 스톤을 만났고 그녀는 처음엔 뮤지컬이 부담스럽다며 반대했으나 감독의 열정에 결국 오케이 사인을 보냅니다.


엠마 왓슨



‘라라랜드’ 미아의 대사 중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끌리잖아.”


당시 엠마 스톤이 그랬습니다. 그녀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감독의 열정 때문이었으니까요.


마일스 텔러


그렇다면 마일스 텔러는 왜 바뀌게 된 걸까요? 사실 그는 이 배역을 위해 피아노를 맹연습하고 다른 대작 영화 출연 제의도 거절할 만큼 의욕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감독은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와의 약속은 ‘위플래쉬’가 이렇게 뜰 줄 모를 적에 한 약속이었던 거죠.


감독의 눈에 더 그림이 되는 남자 주인공이 들어왔고 그가 바로 라이언 고슬링이었습니다. 마일스 텔러는 제임스 딘을 닮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동화 속 신사처럼 보이는 외모라기보다는 조금 억울해 보이는 마스크라고 할까요?


마침 고슬링도 ‘라라랜드’에 의욕을 보였고 그래서 감독은 마일스 텔러를 차버립니다. 그때까지 하염없이 제작에 들어가기를 기다려오던 텔러는 억울한 나머지 감독에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며 욕을 퍼붓고 ‘워 독'과 계약합니다. 그가 선택한 ‘워 독’도 참 좋은 영화입니다. 꼭 보세요. 그나저나 두 사람이 언젠가 화해할 날이 올까요?



엠마 스톤


엠마 스톤은 1988년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원래 이름은 에밀리 스톤인데 동명의 다른 배우가 있어서 이름을 엠마로 바꾸었습니다.


‘좀비랜드’에서 자매 사기꾼으로 얼굴을 알렸고, ‘이지 A’에서 유명해지려고 루머를 만들어내는 고등학생 역으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엠마 스톤


엠마 스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단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죠. 이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의 첫 사랑 그웬 스테이시 역으로 출연했는데 앤드류 가필드와는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죠. 하지만 두 사람은 작년 가을에 헤어졌다고 하네요.


우디 앨런 감독과는 ‘매직 인 더 문라이트’ ‘이레셔널 맨’ 두 작품을 함께 했는데요. ‘매직 인 더 문라이트’에서 천연덕스런 마술사로 분한 모습이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버드맨’에서 리건의 딸 샘도 엠마 스톤입니다. 김치 논란 때문에 조금 묻힌 감이 있지만 연기가 정말 훌륭했죠. 에드워드 노턴과 옥상에서 말로 거의 펀치를 주고받는 것처럼 치고받는 모습이 강렬했습니다.


엠마 스톤은 엄마와의 관계가 정말 좋아서 엄마가 유방암에서 완치된 것을 기념해 새 발 모양의 문신을 손목에 새겼다고 합니다. 화장품회사 레블론의 유방암 캠페인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고요.



라이언 고슬링


라이언 고슬링은 1980년 캐나다 출생이에요. 13살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약해 스타로 성장했습니다.


‘라라랜드’에서 그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실제 연주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셨던 분이 계실 텐데 그는 배우이면서 뮤지션이기도 하죠. ‘데드 맨스 본즈(Dead Man’s Bones)’라는 록 밴드를 2009년 결성해 북미 투어도 합니다. 밴드 멤버는 친구 잭과 함께 단 2명. 밴드에서 그의 활동명은 ‘베이비 구스’라고 하네요.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이름을 알린 영화는 ‘노트북’입니다. 열렬히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 섹시가이라는 별칭을 얻었죠. ‘하프 넬슨’에선 마약 중독자인 교사를 연기했는데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고요.


라이언 고슬링


‘프랙처’ ‘블루 발렌타인’ 등으로 경력을 쌓던 고슬링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작품은 영화 ‘드라이브’입니다. 차가운 스릴러인 이 영화는 아마도 고슬링 필모그래피의 분기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마초적인 액션 스타로서도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이후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서 고슬링은 부성애 강한 은행강도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때 만난 에바 멘데스와 2011년 결혼해 두 딸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엠마 스톤과 실제 연인이기를 기대했던 분들은 아쉽겠지만 말이죠.


‘빅쇼트’의 은행 트레이더, ‘나이스 가이즈’의 사기꾼에 이어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엠마 스톤 & 라이언 고슬링


‘라라랜드’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마법 같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요.


두 사람은 이전에도 두 편의 영화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더구나 두 영화에서 모두 달콤한 연인으로 나옵니다. 어쩌면 ‘라라랜드’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호흡은 이미 영화를 두 편이나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같은 배우가 세 번이나 연인 연기를 하는 것도 정말 드문 경우인데요. 지금부터 두 사람의 기존 출연작 두 편을 살펴보겠습니다. 두 편 모두 한국에서는 아직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2011)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연인으로 출연한 첫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라라랜드’와 전혀 다릅니다. ‘라라랜드’가 12세 관람가 같은 만남이라면 이 영화에선 청소년관람불가 같은 만남이랄까요? 아, 그렇다고 므흣한 상상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베드신이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베드’ 위에 누워 있는 장면일 뿐이거든요.


라이언 고슬링이 분한 제이콥은 소문난 바람둥이입니다. 바에서 작업 걸 여자를 탐색하다가 꽂히는 여자에게 다가가는데 백발백중 다 넘어옵니다. 그렇게 작업한 여자 중에 엠마 스톤이 연기한 해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잘 나가던 제이콥에게도 실패 사례가 생기니 바로 해나입니다. 유독 해나에게는 그의 기술이 통하지 않는 겁니다. 해나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만 하는 여자거든요. 해나의 친구가 외모가 아깝다며 킹카(?) 제이콥을 만나라고 부추기지만 해나는 꿈쩍도 안 하죠.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영화는 제목처럼 정말 다양한 종류의 미친 사랑을 보여주는데 17세 소녀의 중년 남자를 향한 사랑, 교사와 학부형의 진솔한(?) 만남, 오피스 와이프와 오피스 허스번드의 로맨스, 13세 소년의 진지한 순애보 등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마지막에 이들이 한데 모여서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이 가관이죠.


제이콥과 해나는 어떻게 되냐고요? 해나는 멕시칸 식당에서 남자 친구에게 청혼받기를 기대하다가 일이 이상하게 꼬이자 식당을 나와 무작정 제이콥을 찾아갑니다. 사실 이 장면은 ‘라라랜드’와 비슷해요. ‘라라랜드’의 미아도 남자친구 그렉과 이상한 중국말 하는 그렉의 형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불현듯 음악 소리를 듣고 세바스찬을 찾아가잖아요.


해나는 바람둥이 제이콥에게 찾아가 키스를 퍼붓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도 내가 매력 있어요? 그럼 당장 당신 집으로 가요. 여자들이 가장 잘 넘어오는 기술이 뭐죠? 나한테도 그거 해줘요.”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그러나 막상 두 사람은 침대에서 하라는 짓(?)은 안 하고 대화만 나누는데요. 영화는 그래서 바람둥이가 건실한(?) 청년으로 거듭난다나 뭐라나 하는 뻔한 스토리로 흐르긴 하는데 라이언 고슬링의 포토샵 같은 몸매를 볼 수 있으니 챙겨볼 사람은 챙겨들 보세요. 캐스팅은 두 사람 외에도 스티브 카렐, 줄리안 무어, 케빈 베이컨, 마리사 토메이 등 화려합니다.



갱스터 스쿼드 (2013)


‘좀비랜드’ 감독 루벤 플레이셔가 만든 갱스터 영화입니다. ‘언터처블’의 LA 버전이죠.


숀 펜이 LA의 마지막 마피아 두목 미키 코헨 역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데 엠마 스톤은 보스의 여자이자 에티켓 담당 그레이스 역으로 등장합니다. 엠마 스톤의 첫 주연작이 ‘좀비랜드’인데 아마도 이때 감독과의 인연으로 인해 이 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나 싶네요.


'갱스터 스쿼드'


라이언 고슬링은 막무가내 경찰 제리 역인데요.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레이스를 보고 첫 눈에 반합니다. 그래서 보스의 여자를 건드리지 말라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찾아가죠.


제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 당신 타입 아닌 것 같은데 왜 거기 있어요?”


그레이스가 대답하네요.

“맞아요. 내 타입 아니에요. 그런데 내가 그 사람 타입이죠. 그게 문제에요.”


제리와 그레이스는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갱스터 스쿼드'


‘갱스터 스쿼드’의 시대 배경은 1949년인데요. ‘라라랜드’처럼 LA의 명소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비슷하네요. 하지만 금지된 사랑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영화는 ‘언터처블’처럼 돈으로 매수당하지 않는 경찰들이 한데 모여서 미키 코헨을 잡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존 오마라(조쉬 브롤린)가 대장이고요. 여기에 제리도 함께 합니다. 제리는 싸우는 와중에도 그레이스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갱스터 영화이고 보스의 여자 역할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엠마 스톤은 수동적입니다. 반면 라이언 고슬링은 담배를 입에 물고 총질을 해대면서 있는대로 폼을 잡는데 ‘언터처블’의 케빈 코스트너 필이 조금 묻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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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코미디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갱스터 액션 ‘갱스터 스쿼드’ 두 편 모두 상당한 수작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완성도는 갖춘 영화들이니 ‘라라랜드’ 이전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 커플의 케미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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