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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바다 이름과 도시 이름이 겹치는 곳이 두 곳 있습니다. 강원도 동해와 경상남도 남해입니다.


동해는 익숙했지만 저는 남해가 어디인지 잘 몰랐습니다. 김두관, 박희태, 최동원... 이런 남해 출신 인사들을 통해 지명만 낯익었을 뿐이죠.


지도를 보다가 남해는 남해도와 창선도를 합한 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시외버스로 4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을 만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더군요. 남해대교와 삼천포대교는 남해로 들어가는 두 개의 입구입니다.


1박 2일 동안 남해를 다녀왔습니다. 원래 여수까지 들릴려고 계획했었습니다. 같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가까울 줄 알았거든요. 남해에서 여수로 가는 배편이 있을 땐 20분이면 갈 수 있었는데 이젠 배편이 없어져서 육지를 돌아돌아 2시간 30분을 달려야 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두번째 목적지는 진주로 바꿨습니다.


보리암, 은모래비치, 독일마을, 진주성... 남해에서 진주로 이어지는 꽉 찬 1박 2일의 여정을 복기해 보겠습니다.



1. 보리암


남해는 꽤 큰 섬이지만 인구 4만 6천명에 불과한 곳이어서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자차를 이용하거나 택시로 다녀야 합니다. 저는 남해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렌트카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목적지로 보리암을 선택했습니다. 보리암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암자입니다. 금산에서 남해를 바라보는 자리에 위치해 경치가 빼어납니다.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창건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를 기리기 위해 현종이 산 이름을 금산, 절 이름을 보리암으로 명명했다고 합니다.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3대 조계종 성지로 꼽힙니다.



보리암 가는 길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5월 14일)을 앞두고 매달아 놓은 연등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멀리 남해 바다 풍경이 수묵화처럼 펼쳐집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산 속에 절이 숨어 있습니다.



조금씩 암자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날 바람은 쌀쌀하고 보슬비가 내렸습니다.



드디어 보리암의 모습입니다. 정말 근사하죠? 지금까지 다녀본 절 중에서 아름답기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관세음보살이 남해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옆에서 보면 이렇게 장엄하고,



앞에서 보면 이렇게 압도됩니다.



이곳의 기이한 암석에는 자철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서 이렇게 동전이 붙습니다. 동전을 붙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는군요.



보리암에 올라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반해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습니다. 암자에서 더 올라가면 금산산장(옛 부산여관)이라는 숙소가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선 이용하지 않았지만 다음에 또 오게 되면 묵어 보고 싶은 곳입니다.



2. 멸치쌈밥



남해의 특산물은 마늘, 시금치, 멸치 등입니다. 너무 흔한 식재료죠. 별다른 맛집도 찾기 힘든 남해에서 그래도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찾아간 곳은 멸치정식을 잘 한다는 사랑채라는 식당이었습니다. 보리암에서 은모래비치 가는 길에 있습니다. 멸치정식 상차림이 꽤 푸짐해 보이죠?



흔히 볼 수 있는 마른 멸치가 아닌 이렇게 토실토실한 멸치 그대로 쌈밥을 먹습니다.



이렇게 멸치 회무침으로 먹기도 합니다.



3. 은모래비치


상주 은모래비치는 백사장 길이 2km의 크지 않은 해수욕장입니다. 은모래는 흡인력이 강해 발바닥에 때가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가 바로 상주 은모래비치입니다.



울창한 소나무숲을 지나가야 해변이 나옵니다. 솔방울이 우수수 떨어져 있네요.



여기 사람들이 북적거리려면 여름을 기다려야겠지요. 멀리 보이는 섬은 세존도라는 섬입니다.



이곳에는 이렇게 벽화마을이 있습니다.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어촌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그려놓은 거라고 하네요. 벽화들을 감상해 볼까요?



고래를 타고 가는 소년도 보이고요.



모래성을 찾아온 문어가 육지에 상륙한 사이 바나나 배를 타고 가는 소녀도 있습니다.



4. 613 여관


은모래비치에 벽화마을을 따라 가면 새로 지은 배 모양의 건물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613 여관입니다.



외관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1층은 주차장, 2층은 객실, 3층은 욕실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총 7개의 객실이 있습니다. 건축가 서승모가 설계한 건물로 오픈한 지 2년 정도 됐습니다.



서체도 직접 만들어서 간판을 달았습니다. 아담한 사이즈여서 더 눈에 띕니다.



613 여관은 생물학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김진욱 대표가 고향인 남해로 귀향해 세운 숙박업소입니다. 그는 남해 출신 부인과 함께 이곳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그는 따뜻한 커피를 내려주며 반갑에 맞아주었습니다. 그는 이곳에 머물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 일의 재미라고 말하네요. 여행을 좋아하고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침에는 직접 전복죽을 끓여 줍니다.



613 여관의 모든 객실은 복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올라가면 전망 좋은 욕실입니다.



건물 설계, 내부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갖춰놓은 소품, 수건 하나까지 정성이 눈에 띄는 곳입니다.



테이블에 앉아 라면 야식을 먹으며 여행지에서의 밤을 즐깁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푹 잠들었습니다.



>> 남해~진주 1박 2일 (2) 독일마을에서 진주성까지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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