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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3박4일 동안 삿포로, 비에이, 오타루를 들렀는데요. 3월초임에도 홋카이도는 여전히 눈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가만히 눈 내리는 삿포로 시내 풍경, 비에이 가는 길에 본 예쁜 자작나무들, 영화 <러브레터>의 도시 오타루에서 본 공예품, 그리고 무엇보다 물맛이 좋은 이 지방에서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은 맛있는 음식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출발해볼까요?



홋카이도 옛 청사 건물입니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두번째로 큰 섬입니다. 한반도와 비교하면 남한 면적 대비 90% 정도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큽니다. 아일랜드, 중미 지방의 히스파니올라섬과 크기가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광활한 땅에 인구는 550만명 정도밖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아일랜드와 시실리섬의 인구와 비슷합니다. 남한과 비교하면 1/9 정도인데요. 그만큼 땅은 크고 사람은 귀합니다. 홋카이도는 도쿄에서처럼 좁은 아파트에 다닥다닥 붙어 살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홋카이도 옛 청사 건물 위에 쌓인 눈이 얼어붙었다가 바람에 떨어져 내리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카이'는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아이누족이 이 섬을 부르던 명칭이었다고 합니다. 약 150년 전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이 홋카이도를 복속시킬 때 이 음운을 차용해 홋카이도라고 부르기로 결정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홋카이도 최대 도시는 인구 200만명이 살고 있는 삿포로입니다. 삿포로 역시 아이누어로 '건조하고 넓은 땅'이라는 뜻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평지에 일본인들이 계획도시를 건설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자대고 그은 것처럼 반듯하게 구획되어 있습니다. 거리 이름도 '북1서1' 이렇게 단순하게 되어 있네요.



일본의 열차 JR라인은 편리하지만 참 복잡하죠. 도쿄에서 아무리 꼼꼼하게 봐도 자꾸만 다른 방향의 열차를 타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인 삿포로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다양한 종류의 열차가 있습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지정석과 자유석의 존재였는데요. 아무도 지정석 티켓을 끊지 않으면서 지정석 좌석에 앉는 것 같았어요. 홋카이도에서 메인랜드인 혼슈로 연결되는 터널을 1988년에 뚫어 철도로 홋카이도 남단 하코다테에서 혼슈 북단 아오야마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삿포로에 도착했을 때 마침 신칸센 개통을 앞두고 있더라고요. 3월 26일 드디어 신칸센이 혼슈에서 삿포로까지 운행되나봅니다.



일교차가 크고 눈이 많이 내리는 삿포로에는 바람이 세지 않아 이렇게 눈이 슬로모션으로 내립니다. 가만히 눈 내리는 거리를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판타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입니다.



삿포로는 홋카이도에서 그나마 눈이 덜 오는 곳입니다만 그래도 눈에 파묻힌 도시입니다. 많이 올 땐 5~7m까지 쌓인다고 하니 엄청나죠. 이곳 주민들은 겨울엔 눈 치우기 위해 아침 1시간씩 일찍 일어나는 게 일상이라고 합니다.



삿포로에는 아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마치 북유럽 어느 도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삿포로역에는 스텔라 플레이스, 다이마루, 파세오 등 쇼핑몰이 여러곳 있는데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는 컴플렉스형 쇼핑몰입니다. 셋 중 어딘가를 지나가다가 마주친 조형물입니다. 조명과 종이 모형 하나로 이렇게 근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잡화 천국 일본의 명성은 삿포로에도 계속됩니다. 생활용품 및 가구 전문 상점 '유니코'입니다. 별 모양 전구와 의자들이 탐났지만 눈으로만 담아왔습니다.




삿포로에는 트램이 있습니다. 이곳에선 트램을 시영전차라고 하는데요. 지하철이 닿지 않는 주택가를 운행합니다. 코스가 하나이고 원형이라서 40분 정도만에 한 바퀴를 돌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옵니다. 트램 마니아인 저는 마지막날 트램을 타고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곳 트램 내부는 지하철처럼 양쪽에 자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원래 유럽에선 줄을 당겨서 승객이 하차할 곳을 알리는데 여기선 버튼을 누릅니다. 그런데 버튼을 누르면 마치 유럽에서 줄 내릴 때처럼 띠링하는 소리가 납니다. 일본인들 특유의 깨알 디테일이라고 할까요?




주택가로 들어서니 트램에 승객이 꽤 많이 탔습니다. 사람들을 밀치고 겨우 내렸습니다. 미술관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미술관 두곳이 나란히 붙어 있는데요. 한 곳은 근대미술관, 그리고 제가 간 곳은 미기시 고타로 미술관입니다. 미기시 고타로는 삿포로 태생의 서양화가로 1920~30년대 활동했습니다. 저로서는 생소한 이름의 화가였는데요. 인상파에서 야수파, 초현실주의까지 다양한 서양화풍을 받아들였더군요. 종이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해서 종이 한 장에 그림을 덧칠해 그리기까지 한 작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기시 고타로의 대표작인 마리오네트입니다. 선이 굵고 어둡죠? 내성적이고 끊임없이 자아성찰하는 화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삿포로 근대 미술관 외관입니다. 피라미드 형태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여긴 들어가보지는 못하고 밖에서만 둘러봤습니다.




삿포로 최대 번화가 스스키노 야경입니다. 오사카의 명물 글리코맨 전광판처럼 이곳도 오른쪽 닛카 위스키 아저씨가 그려진 표지판이 유명합니다. 또 전광판 중에 니혼햄 파이터스가 있는데 이 야구팀은 2003년 연고지를 도쿄에서 삿포로로 옮겼죠. 곳곳에서 니혼햄 파이터스의 기념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삿포로 TV 타워가 있는 이곳은 오도리 공원입니다. 해마다 2월이 되면 눈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죠. 삿포로 눈 축제는 중국 하얼빈의 빙등 축제,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과 함께 세계 3대 겨울 축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가 갔을 때는 눈 축제가 끝나고 아이들만 눈사람을 만들며 놀고 있더군요. 삿포로에는 거의 매일 눈이 내리고 쌓이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눈 축제로 사람들 발자국이 어지럽게 남아도 다음날이면 다시 깨끗한 눈으로 돌아옵니다.


>> 홋카이도 여행 (1) 눈의 도시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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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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