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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감독 데뷔하는 회사원

<자니 익스프레스> 우경민 감독



<백 투더 퓨처>처럼 아기자기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던 소년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에 부딪쳤던 그는 감독의 길을 택하는 대신 회사원이 됐다. 당신 이야기라고? 그럴지도. 그러나 그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홀로 3D 소프트웨어를 독파하고 자신이 다니는 모션그래픽 회사에서 기술과 연출을 배웠다.


그렇게 만든 5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자니 익스프레스>는 작년 5월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공개되자마자 5일만에 조회수 200만회를 기록하며 한바탕 난리가 났다. 지구인 택배 배달기사 자니가 크기가 너무 작아 보이지 않는 외계인과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인데 댓글엔 픽사의 작품인 줄 알고 봤다가 한국인이 만든 걸 알고 다시 보게 됐다는 평이 많았다.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워너브라더스, 소니픽처스, 파라마운트 등 내로라하는 스튜디오들이 연락했다. 그중 우 감독이 선택한 파트너는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슈퍼배드>, <미니언즈>를 히트시킨 제작사다. 지난 5월엔 크리스 멜라단드리 회장이 내한해 직접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아직 감독 칭호가 어색한 회사원, 그러나 할리우드 합작 장편 애니메이션의 감독으로 당당하게 작품 세계를 펼치게 된 31살의 젊은 감독 우경민을 지난 11일 서울 강남의 그가 다니는 회사 모팩&알프레드 사옥에서 만났다.



“갑자기 큰 프로젝트를 하게돼 부담이 크지만 사실 부담보다는 기쁨이 더 큽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앳된 얼굴의 우 감독은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웃는 얼굴이 더 매력적인 청년이다. 그에게 장편 프로젝트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다.


“한창 스토리 개발중입니다. 한국에서 전문가들이 도와주고 있고 미국에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와 수시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단편을 만들때 도움을 주었던 회사에서도 여전히 저를 믿고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단편 <자니 익스프레스>는 알프레드 이미지웍스의 로고로 시작한다. 지금은 모팩&알프레드로 회사 이름이 바뀌었는데 사실 이 작품은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광고와 게임 트레일러 제작을 하던 그는 어느날 어린 시절 꿈인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회사는 그를 붙잡았다.


“사표를 제출하려 했습니다.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던 회사에서 지원해 줄 테니 사내에서 해보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풀타임으로 단편 작업에 매달릴 수 있었습니다.”


회사가 직원 한 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직원은 어린 시절 꿈에 한 발 다가섰고, 회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 장편 프로젝트에도 모팩&알프레드는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공동 제작사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놀라운 것은 우 감독이 <자니 익스프레스>를 만들기 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본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회사에 입사할 때 포트폴리오 삼아 <종이인간과 벽>이라는 제목의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본 게 전부다.


“필요한 기술은 독학으로 터득했습니다. 인터넷 강의로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공부했습니다. 5개월간 기획해서 3개월 동안 제작한 작품이 지금의 단편 <자니 익스프레스>입니다.”


그래서일까? <자니 익스프레스>는 기존 애니메이션들과 다른 면이 있다. 마치 카툰을 보는 것처럼 색감이 분명하고, 아이디어가 경계를 넘나든다. 단 5분의 시간이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잠시도 한눈 팔지 못하도록 시선을 잡아 끈다.


“누구든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3D 애니메이션도 결코 어렵지 않아요. 요즘 게임들은 조작이 복잡하고 어렵잖아요. 게임 기술 연마하는 정도의 정성이면 3D 애니메이션 제작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애니메이션 감독의 꿈을 꾸는 도전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터. 하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이야기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애초에는 주인공이 우주 택배기사가 아니었습니다. 평범했어요. 그런데 거의 완성해갈 무렵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 버리고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남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비결로 지금까지 했던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꼽았다. 아무리 공들여 작업했더라도 그 길이 틀렸다면 재빨리 인정하고 과감하게 돌아설 수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 요즘 시대엔 특히 이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에게 장편 애니메이션은 어떤 이야기일지 살짝 귀띰해달라고 부탁했다.



“단편에서 더 나아간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택배기사 자니가 여전히 주인공이되 크고 작은 다양한 우주가 영화 속에 담길 겁니다.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작품이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했던 질문, <자니 익스프레스> 속 외계인이 주문한 택배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이 뭔지 물었다. 뭘 주문했길래 극중에서 동족을 멸망시키는 화를 불렀을까? 그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건 극장판에서 확인해주세요. 이르면 2년 후 전 세계 극장에서 자니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자니 익스프레스>를 아직 못 보셨다면...




>> 창작의 비밀 인터뷰 동영상 제3탄 : 우경민 감독편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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