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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 다가오고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자학개그를 선보인다. 과연 톱스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수준 낮은 질펀한 파티 뒤에 인간관계는 산산히 깨져버린다. 영화 <디스 이즈 디 엔드>의 줄거리다.


<인터뷰>는 2013년 <디스 이즈 디 엔드>로 감독 데뷔한 세스 로건과 에반 골드버그의 두 번째 영화다. 두 사람은 총각딱지를 떼려 하는 고등학생 이야기 <수퍼배드>, 마리화나를 피우고 살인사건을 목격한 두 남자를 다룬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철없는 머저리 백만장자 히어로가 등장하는 <그린호넷>, 네 남자가 외계인을 발견했다며 떠들어대는 <왓치> 등의 각본을 공동 집필해온 콤비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모두 성기와 욕설이 난무하는 미국식 저질 개그를 구사한다는 것. 한 마디로 소파에 앉아 추리닝 바지 속에 손 집어넣고 낄낄거리며 보는 팬들을 위한 영화다. 그중 <파인애플 익스프레스>와 <디스 이즈 디 엔드>는 <더 인터뷰>처럼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이 공동 주연을 맡았다. 위 나열한 영화들 중 본 영화가 없다면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덤 앤 더머>로 화장실 유머를 개척한 패럴리 형제의 영화나 혹은 남자들이 '꽐랄라'하는 '병맛' 우정 영화의 결정판 <행오버> 시리즈를 떠올리면 된다. 물론 에반 골드버그와 세스 로건의 솜씨는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말이다. 세스 로건은 제2의 케빈 스미스가 되고 싶은가 본데 아쉽게도 아직까진 <우리도 사랑일까> <쿵푸팬더>처럼 그가 제작에 관여하지 않고 출연만 한 영화에서 그는 더 빛난다.


<인터뷰>의 줄거리는 미국 연예 토크쇼의 진행자와 PD가 어느날 김정은이 자신들 쇼의 팬이라는 기사를 보고 그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는데 CIA가 개입해 김정은의 암살을 의뢰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영화 속 김정은은 실제 김정은과 별로 닮지 않았다. 유일하게 닮은 건 똥배와 헤어스타일 뿐이다. 게다가 한국말도 어눌하다. 그냥 김정은이라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고 농구를 좋아해 데니스 로드먼과 친해졌다는 것이 이 영화의 모티프인데 그 외 모든 이야기는 미국식 저질 성기 유머가 전부다. 소니 해킹 사태가 없었다면 아마도 <디스 이즈 디 엔드>처럼 조용히 묻혔을 영화고 필자를 포함해 누구도 이렇게 많은 리뷰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속 난교 파티 장면에서 윤미래의 노래를 몰래 가져다 쓸 정도로 저작권 개념도 없는 제작진이 만든 북한의 김정은 저택은 히틀러의 저택을 연상시킨다. 연회 장면도 독일식이다. 나치 문장 대신 북한 국기가 걸려 있고, 독일군이 앉았던 자리에 북한군이 있을 뿐이다. 제작진이 조금만 더 찾아봤다면 남북 정상회담 때 평양의 만찬 화면을 참조할 수도 있었을텐데 영화는 고증엔 관심 없어 보인다. 그저 쉽게 '김정은=히틀러'로 등치시켰다.


미국식 영웅주의는 그동안 히틀러부터 오사마 빈 라덴, 사담 후세인까지 세계의 독재자들을 처단하면서 세계 질서를 수호한다고 자처해왔다. 그런데 만약 그 미국식 영웅이 한 저질 연예 방송의 진행자라면? 영화는 이런 상상력에서 비롯됐다. 얼떨결에 영웅으로 등극할 두 주인공의 천진난만하고 어리숙한 모습이 컨셉트다. 영화의 배경이 북한이어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이 영화의 만듦새는 굳이 언급할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실망스럽다. 북한 여군이 미국인과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007 영화의 본드걸을 패러디한 듯한데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못해 어안이 벙벙하고, 이들의 인터뷰가 미국 전역 뿐만 아니라 북한 인민들의 가정에도 생중계돼 혁명이 일어난다는 설정은 미국인이니까 생각할 수 있는 발상의 한계다. 실컷 웃을 수 있을 만큼의 유머라도 있기를 바랬지만 이들의 대사는 의외성도 없고 날카롭지도 않다. 김정은이 아빠 콤플렉스에 울고, 실컷 울다가 똥싸는 장면 같은 것이 더 부각되려면 김정은의 아우라가 살아야 되는데 앞서 지적했다시피 이 영화는 고증을 포기했었다.


제목이 '인터뷰'로 너무 심플해서 영화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두 배우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이 지저분한 영화를 몇 편 만들긴 했지만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들은 영화의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제임스 프랭코를 <혹성탈출>의 시저 아빠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 어리둥절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 세스 로건이 말하는 것처럼 차라리 제목에 물음표와 느낌표를 넣어 <인터뷰?!>로 하는 것이 어땠을까?


미국 입장에서 표현의 자유의 투사 영화처럼 되어버린 <인터뷰>는 한마디로 시종일관 섹스만 생각하는 두 남자의 나르시스틱한 영웅담이다. 정작 영화 자체는 별로 웃기지 않은데 이런 시시껄렁한 유머를 지켜내야 할 자유라며 온갖 수사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 더 웃긴다. 만약 배경이 북한과 김정은이 아니라 중국의 시진핑이었어도 오바마는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또 북한은 무슨 영화인지 알기나 하고 반발한걸까? 가만 놔두면 알아서 평가받고 사라질 영화를 북한과 미국이 나서는 바람에 괜히 별로 재능 없는 제작진만 띄워준 꼴이 됐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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