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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돌아보며 한국영화계 10대 뉴스를 정리해 봤습니다.




1. 중박이 사라지다 - 스크린 양극화
대박과 소박 사이 중박 영화가 퇴보해 스크린이 양극화됐다. 2012년과 2013년 관객 5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각각 16편, 19편이었는데 올해는 12편으로 줄었다. 1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32편, 31편에서 올해 24편으로 급감했고, 50만 명으로 기준을 낮춰도 43편, 39편에서 올해 33편으로 줄었다. 개봉한 한국영화 편수가 재작년과 작년에 각각 175편, 183편에서 올해 222편으로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영화들이 50만 명 미만의 관객을 모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천만 관객 한국영화가 2편이나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크린이 양극화된 것이다.

2. 한중FTA로 중국 자본이 밀려오다
올해 9월 한중 영화공동제작협정이 발효됐고 이것이 11월 타결된 한중FTA에 포함되면서 영화산업에서도 한국과 중국 간 교류가 활발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중국 자본의 잔치였다. 한중합작영화는 중국에서 자국 영화로 받아들여지게 됐기에 중국 자본은 한국의 제작사와 배급사, 극장에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배급사 NEW에 중국의 화책미디어가 535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고 메가박스는 중국계 컨소시엄에 매각을 앞두고 있다.

3.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독립영화 최고 기록 임박
갑자기 툭 튀어나온 다큐멘터리 한 편이 연말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워낭소리>가 가진 독립영화 최고 기록을 깰 기세인데 <워낭소리>가 블랙스완이었다면 6년만에 두번째 블랙스완이 나왔다는 점에서 더 이상 블랙스완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될 현상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이는 독립영화 시장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청신호다.

4. 흥행세 이끈 에듀테인먼트 효과
<명량>의 1700만 관객과 <인터스텔라>의 1000만 관객의 뒤에는 교육 효과가 있었다. <명량>의 꼼꼼한 전투 장면 고증은 충무공을 통해 역사 교육을 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충분했고 실제로 역사 교사들이 발빠르게 강의자료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인터스텔라>는 과학 교육의 보고였다. 물리학자 킵 손이 제작에 참여해 가장 사실에 부합한 SF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고, 중력과 블랙홀 등 영화 속 과학 해제를 위해 이번엔 과학 교사들이 움직였다.

5. 외국영화 급성장 - 한국영화 흥행 부진
한국영화의 관객 수는 3년 연속 1억 명을 달성하긴 했지만 작년에 비해 2700만 명이나 줄었다. 한국영화 관객 수가 2010년 이래로 꾸준하게 증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4년만에 증가세가 꺽인 셈이다. 매출액도 1500억 줄어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한국영화 점유율은 작년 59%에서 올해 49%로 10%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렇다고 영화시장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가 부진한 그 자리를 외국영화들이 채웠다. 외국영화 관객 수는 작년에 비해 1900만 명 늘어 사상 처음으로 1억 명을 돌파했다. 이는 2007년 이래 무려 7년간 7천~8천만 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급성장한 것이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올해 8200억원을 벌어들여 작년에 비해 1800억원 급증했다.

6. 천만 관객 영화 4편 탄생
<변호인> <겨울왕국> <명량> <인터스텔라> 한 해 동안 무려 4편의 천만 관객 영화가 탄생했다. 지금껏 연간 기준으로 천만 관객 영화가 2편 이상 탄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영화를 봤다. 여기엔 스크린 독과점 현상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7. 아트버스터의 역습
<비긴 어게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 퀄리티 높은 소규모 영화들이 소위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다양성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엇비슷한 상업영화에 질린 관객들은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찾았고 CGV 아트하우스(구 무비콜라쥬)는 최대 관객을 동원했다.

8. 모델테이너의 스크린 진출
<기술자들>의 김우빈, <패션왕>의 안재현, <마담 뺑덕>의 이솜 등 모델들의 영화계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모델 출신 배우들은 우월한 기럭지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영화 연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TV에서도 <피노키오>의 이종석, <연애의 발견>의 성준, <마마>의 홍종현 등 모델 출신 배우들이 거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9. 8월 스크린 빅매치
최대 성수기로 급부상한 8월 시장을 두고 사상 최대 600억 대전이 벌어졌다. CJ, 롯데, 쇼박스, NEW의 사활을 건 승부에서 승자는 CJ의 <명량>과 롯데의 <해적>이었고 패자는 NEW의 <해무>였다. 작년 기세등등했던 NEW가 쓴 잔을 마셨고 CJ는 웃었다.

10. 해외 영화제서 외면받은 한국영화
홍상수, 김기덕 등 해외의 국제영화제 단골 초청 감독들의 영화가 공개됐지만 정작 그곳에서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외의 한국영화들 역시 해외 영화제와 거리가 멀었다. <한공주>가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한 것이 거의 유일한 쾌거다. 이는 몇 년 전부터 대기업의 기획영화 위주로 제작되는 한국영화가 더 이상 해외 영화제에 신선하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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