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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몇 달 전 장자연 사건도 있었지만 요즘들어 유난히 연예계의 숯한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제 정말 갈 때까지 갔나봅니다.

뉴스에 이미 보도되었다시피 동방신기 멤버 3명이 SM을 불공정계약으로
고소하겠다고 했습니다. 동방신기 해체 위기설로 소녀들은 패닉에 빠졌고
심지어 트위터에서도 Trending Topics에 오르는 등 해외팬들의 관심도 지대합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동방신기에게 4년간 110억원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들의 명성에 비해 110억원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 돈입니다.
대략 1년에 1명당 4억원씩 받았다는 말입니다. 세금을 제외하면 2억 얼마쯤일겁니다.
아시아의 한류스타 동방신기가 1년에 4억 연봉이라니요.
1년에 400억 번다고 뉴스에 나올 만한 대스타가 40억도 아니고 고작 4억이라니요.
독립회사로 운영하는 배용준과 비교해보세요.
뭐가 한참 잘못되도 잘못 되었군요.

더구나 13년 노예계약! 노예계약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일까요?
아마도 많은 소녀팬들이 '노예'라는 말에 발끈해 오빠들을 구해내자고
궐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갑자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자신은 "맨유의 노예다"라고 했다가 조롱당했던
일화가 떠오르는데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이건 사실 너무 심각한
한국 연예계의 고질병입니다.

듣자하니 음반이 50만장 팔리면 멤버당 1천만원씩,
또 0.4%~1%의 수익배분을 하겠다는 조항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듣도보도 못한 대단한 착취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불공정이라는 소리를 듣는 음원제작자-이통사 거래에서도
음원제작자에 30%는 주는데 동방신기에게 고작 0.4%라니요...

이번에 소송을 낸 3명은 독자적으로 화장품 사업을 하려고 했다고 하죠.
무슨 사연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 궁금한 것은
"도대체 이들이 벌어들인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이수만이 악덕 기업주여서 이들의 돈을 다 가로챈 건가요?

그런데 SM엔터테인먼트는 2006년 2007년 연속으로 적자를 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흑자전환했고 2009년에는 90억 정도의 이익을 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기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방신기가 인기를 얻은 것이 대략 2005년경부터이니
SM엔터테인먼트는 동방신기로 인해 겨우 적자에서 벗어났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번 사건 이전에 H.O.T가 해체될 때도 SM과의 불화로 소동이 빚어졌었습니다.
한 멤버가 자신이 받은 돈을 공개하기도 했었죠.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SM의 다른 그룹들, SS501이나 소녀시대 등도
아마 동방신기와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이들은 멤버가 더 많기 때문에 수익을 머릿수로 나누려면
훨씬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할 겁니다.

그런데 SM 입장에서는 이런 아이돌 그룹을 키우려면 몇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만들어야 합니다.
외모, 춤, 노래, 예절, 외국어, 인터뷰방법, 무대매너, 성형수술 등등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키기도 하겠지만
회사 차원에서 투자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아마 지금도 SM 연습실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동방신기나 소녀시대가 되고 싶어서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겠죠.

SM의 수익원은 대성공을 거둔 프랜차이즈 스타들이고
이들은 H.O.T와 S.E.S처럼 대략 5년을 주기로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결국 동방신기는 H.O.T를 성공시켜 SM이 벌어놓은 돈으로 키워졌고
또 동방신기로 인해 SM이 번 돈은 지금 연습실의 수많은 아이들에게
재투자되고 있을 것입니다.

자, 이쯤에서 정리를 해봅시다.
동방신기는 대단한 인기를 얻었지만 소속사와의 계약에 묶여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SM은 동방신기를 키워냈지만 투자에 쓰느라 결국 큰 돈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뭐가 문제인 것인지 이제 정리가 되시나요?

결국 문제는 한국의 연예산업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SM이 동방신기 같은 대형스타로도 돈을 많이 못벌었다면
이 땅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돈 벌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SM이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한 것처럼 7년 표준계약을 채택하는 문제나
연예인들에게 과도하게 옥죄어진 족쇄를 푸는 것은 연예인 인권을 위해
꼭 필요한 문제이고 또 노력해서 인기를 얻은 만큼 보상도 뒤따르는 것이
자본주의 연예인의 특권일 것입니다. (그래서 다들 그들을 부러워했던 것 아닌가요.)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돈을 못버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져봤더니 아무도 돈 번 사람이 없는데 누가 그 돈을 줄 수 있단 말입니까?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빌붙어 피 빨아먹는 흡혈귀들이 너무 많습니다.
예컨대, 조폭들, 이동통신사들, 에이전시들, 각종 브로커들,
그리고 저작권에 둔감한 네티즌들까지... (저를 포함해서)

이 땅에서 연예권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대형스타들이 돈 벌 만한 채널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CF에 출연하려고 눈에 불을 켜지 않습니까.
심지어 광고주에게 밉보일까 입방아에 오를 만한 행동은 아예 자제하기도 합니다.

연예인과 소속사의 갈등이 갈때까지 간 지금이 바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를 바꿔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특히 SM 같은 거대 기획사의 운영방식 자체가 변해야합니다.

한국 연예계는 점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연예인들이 나오고 있고
지상파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케이블이나 IPTV, 블로그 같은 다양한 채널이 나오면서
대형스타가 모든 채널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스타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뽐내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폭이 점점 좁아지고 다양화해가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토양과
SM이나 JYP의 대형스타 키우기식의 방식은 슬슬 부조화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연예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면 연예인이나 기획사도 바뀌어야 합니다.
무조건 규모 위주로 대형스타를 키우려는 전략은
또다른 H.O.T와 동방신기만을 양산할 뿐입니다.

지금은 누가 아이돌스타가 되든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인기는 인기대로 얻지만 그에 반해 수익은 가질 수 없는 구조.
소년소녀봉사직이 아니라면 누가 반쪽짜리 명예만을 원할까요?

영화에도 블록버스터와 달리 규모가 작은 영화가 대박을 터뜨린 예가 있듯이
아이돌 스타들도 대형기획사가 만들어내는 완성된 스타가 아니라
대중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좀더 참신한 스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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