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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허트 로커> <킹스 스피치>...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들이다. 골든 글로브를 받은 영화가 아카데미를 동시에 가져간다는 공식을 깬 영화들이기도 하다. 골든 글로브는 <아티스트> 대신 <디센던트>, <허트 로커> 대신 <아바타>, <킹스 스피치> 대신 <소셜 네트워크>를 선택했었다.


2009년부터 오스카는 작품상 후보에 다섯 작품을 올리던 관례를 깨고 10편 혹은 9편을 올려놓았다.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데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좋은 작품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겠고 한편으론 오스카 후보라는 타이틀로 영화의 흥행을 북돋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아마도 오스카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아서 오스카 스스로 권위를 되찾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였을 것이다.


먼 옛날에도 오스카 작품상 후보가 10편이던 시절이 있었다. 1929년 첫 오스카 시상식이 열렸을 때는 다섯 작품이 후보였지만 대공황 이후 아이러니컬하게도 영화산업이 활황을 보이면서(불황에 값싼 라면과 자극적인 빨간 립스틱이 많이 팔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까)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었다. 이에 1932년부터 작품상의 명칭이 Outstanding Picture에서 Outstanding Production 상으로 바뀌면서 후보작도 8~10편으로 늘었다. 실제로 1941년의 작품상 후보 목록을 살펴보면 <레베카> <독재자> <분노의 포도> <해외특파원> <필라델피아 스토리> 등 모두 쟁쟁한 작품들일 만큼 영화의 질이 높았다. 이후 2차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부터는 Best Motion Picture로 명칭을 바꾸고 후보 작품도 다섯 편으로 줄였는데 이는 TV에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는 헐리우드가 상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이전까지 시상식이 주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위주의 스타들을 배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때부터 작품상의 권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본격적으로 시상식의 얼굴 역할을 하게 됐다. 1963년에는 상의 명칭을 Best Picture로 다시 바꾸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40년대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레베카> <카사블랑카>

1950년대의 <이브의 모든것> <지상에서 영원으로> <워터프론트>

1960년대의 <벤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라비아의 로렌스> <톰 존스> <마이 페어 레이디> <사운드 오브 뮤직> <밤의 열기 속으로> <올리버!>

1970년대의 <미드나잇 카우보이> <패튼> <프렌치 커넥션> <대부> <스팅> <대부2>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록키> <애니홀> <디어 헌터>

1980년대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보통사람들> <불의 전차> <간디> <애정의 조건> <아마데우스> <아웃 오브 아프리카> <플래툰> <마지막 황제> <레인맨>

1990년대의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늑대와 춤을> <양들의 침묵> <용서받지 못한 자> <쉰들러 리스트> <포레스트 검프> <브레이브하트> <잉글리시 페이션트> <타이타닉> <셰익스피어 인 러브>

2000년대의 <아메리칸 뷰티> <글래디에이터> <뷰티풀 마인드> <시카고>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크래쉬> <디파티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역대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들이다. 목록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2000년대 들어서 수상작들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예전에는 아카데미 수상작들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흥행에 큰 메리트로 작용했는데 2000년대 이후로는 그런 경향성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면서 헐리우드 영화의 시대 역시 저물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건 아닌 것 같다. 헐리우드 영화의 흥행 수입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으며 역대 박스오피스에서도 2009년작 <아바타>와 2012년작 <어벤져스>, 2008년작 <다크 나이트>가 1,3,4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하다.


오스카의 권위가 약해진 것은 인터넷의 발달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이 없을 때는 영화정보를 얻는 창구가 신문, 잡지, TV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오스카 수상작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기에 자연스럽게 권위가 확보되었지만, 인터넷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시대에는 오스카상을 받았다는 것이 그 영화를 보아야 할 이유가 아니라 그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점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즉 오스카상은 더이상 빅 뉴스가 아니고, 그 영화에 대한 평가 역시 기자나 평론가가 아닌 유저들이 직접 한다. 또 카메라가 소형화되고 디지털화되면서 수없이 많은 작은 영화들과 UCC들이 만들어졌고, 이에 크고 거룩한 한 편의 영화보다는 각자 취향에 맞춘 영화들에서 문화적 자산을 찾고 감수성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정보가 평등하게 망 위를 떠다니는 시대에 아마도 영화는 가장 먼저 민주화된 문화매체가 아닌가 싶다. 오스카 뿐만 아니라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전세계의 가장 핫한 영화들을 처음 볼 수 있는 유럽의 권위 있는 영화제들도 점점 그 위상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어쨌든 오스카는 오스카다. 오스카는 여전히 미국을 대표하는 상품이고, 헐리우드 최대의 쇼다. 매년 2월 넷째주 일요일. 이날 밤의 쇼를 위해 스타들은 자발적으로 스케줄을 조정하고 도박사들은 수상작을 놓고 배당률을 매긴다. 스타들의 패션, 수상소감 멘트, 사회자 선정과정, 축하무대 등을 놓고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오가고, 수상자들이나 후보에 오른 사람들은 (비록 예전 같진 않아도) 'Academy Award Winner' 혹은 'Oscar Nominee' 같은 수식어를 자신의 이름 앞에 쓸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런 오스카의 기능에 대해 프랭크 카프라 감독은 "오스카는 전산업을 통털어 전세계에 가장 가치 있고 가장 돈이 덜드는 홍보방식"이라고 말했고, 배우 캐시 베이츠는 "오스카는 에이전트에게 날개를 달아준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독립영화 감독 제시카 유는 1997년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에서 "놀랐어요! 내 영화 예산보다 비싼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기 즐비하다니"라며 오스카 쇼를 비꼬기도 했다.


올해 제85회를 맞는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은 24일 저녁(현지시간) 헐리우드 돌비극장에서 TV스타 세스 맥파란의 사회로 진행된다. 아카데미는 예나 지금이나 협회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5856명의 회원에게 투표권이 있는데 이들의 평균 나이는 62세로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어서 과연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아마도 최근 골든 글러브와 수상작이 계속 어긋나는 이유도 이들의 나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2월 19일까지 22개 부문별로 한 표씩을 행사해야 한다. 올해부터 온라인 투표가 도입됐고 투표는 국제회계법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에서 검증한다. 한국의 영화상들이 심사위원 선정과 수상작 선정에서의 불협화음으로 계속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오스카의 심사 방식을 걱정하는 것이 쓸데없는 기우처럼 느껴지기는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를 볼 사람들을 위해 한 마디. 점점 더 시상식보다 '백스테이지 패스'가 중요한 이벤트가 되어가고 있다. 레드 카펫을 밟은 스타들, 무대 뒤에서 만난 스타들을 카메라가 졸졸 쫓아다니면서 취재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쇼의 흥행을 좌우한다. 요즘처럼 소셜 미디어에서 반응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시대에는 이런 쇼의 뒷이야기들이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간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파급력 있는 많은 뉴스들도 여기에서 만들어진다. 오스카 홈페이지에 따르면 레드 카펫 등 극장 구석구석에 20개의 카메라가 설치돼 시상식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백스테이지 패스'는 셰리 셰퍼드(코미디언), 카메론 마티슨(TV MC), 리코 로드리게즈(모던 패밀리의 악동), 제스 케이글(ET Weekly 에디터), 피터 카스트로(피플 에디터)가 진행한다.


오스카 85년의 수상작들을 트로피로 형상화한 포스터


본격적으로 올해 오스카 후보와 수상작들에 대한 예측으로 넘어가보자. 개인적으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9편의 작품들 중 <제로 다크 서티>를 제외한 8편을 보았는데 실망했던 작품은 없었다. 예년에 비해 고른 완성도를 보여준 영화들이 선정되었다. IMDB 평점을 찾아봐도 7.4에서 8.6까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해 있다. 한마디로 "이 영화가 왜 올라왔지" 하고 수군댈 만한 후보작은 없는 셈이다. 한 편씩 살펴보자.


<아르고 Argo>

1979년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나 호메이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곤경에 처한 미국 CIA가 어떻게 자국 대사관 직원 6명을 이란에서 탈출시켰는지 실화를 담은 무용담이다. 우리는 흔히 현실에서 극적인 사건을 볼 때 영화같다고 말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영화같다는 말이 함부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극적인 구성에 서스펜스가 살아 있다. 최근 좀처럼 중동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미국이 과거에 실제로 중동에서 성공한 작전을 영화로 만들어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고 할까. 그러나 감독인 벤 애플렉은 정작 감독상 후보에 들지 못했다. 개인적인 평점은 


<링컨 Lincoln>

공화당 대통령 링컨이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안인 수정헌법 제13조를 하원에서 통과시키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의 3주간의 행적을 담은 정치 드라마.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노예폐지 법안의 통과지만 정작 당시에는 법안을 상정한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 민주당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매관매직까지 서슴치 않는 링컨을 볼 수 있다. 다니엘 데이-루이스가 링컨으로 분해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오스카에 어울리는 작품이지만 조금 지루한 것이 흠이랄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괴팍하고 엉뚱한 남녀가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 초반부는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후반부는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제니퍼 로렌스가 식당에서 보여준 분노의 표정연기는 멕 라이언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보여준 오르가즘 연기 만큼이나 놀랍다.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뮤지컬을 이런 식으로 영화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 클로즈업의 사용이 효과적이었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앤 헤서웨이의 연기가 베스트 씬이라는 데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했고 따라서 여우조연상은 99.9% 그녀의 것이다. ★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캐슬린 비글로우가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한 CIA 요원의 작전을 다룬 이 영화는 꼭 보고 싶은 영화 1순위지만 아직 기회가 없었다. <아르고>에 이어 또다른 CIA 소재 영화. 캐슬린 비글로우는 이미 2010년 <허트 로커>로 작품상을 가져간 터라 이번에는 다른 영화에게 양보해야 할 듯하다.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망망대해에 단둘이 남은 호랑이와 나. 스크린에 호랑이를 풀어놓은 듯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꿈꾸는 듯한 바다의 스펙터클이 압도적이다. 상징적인 이야기를 동화처럼 들려준 이안 감독은 모든 장르에서 골고루 잘한다. 오스카에 어울리는 작품이지만 이상하게 오스카는 이안을 피해간다.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 대신 <크래쉬>를 선택했던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르 Amour>

미카엘 하네케가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영화지만 쓸쓸한 노년을 정갈하게 담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오스카는 외국어 영화에 관대하지 않다. <일 포스티노>나 <인생은 아름다워>도 후보에만 올랐을 뿐 찬밥이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후보에 끼워준 것은 유럽영화에 대한 구색맞추기 정도가 아닐까. 


<장고: 분노의 추격자 Django Unchained>

프랑코 네로를 흑인 제이미 폭스로 바꿔 만든 타란티노판 서부극의 테마는 '복수.' 세르지오 레오네의 흔적도 보이지만 무엇보다 타란티노는 타란티노다. 공들인 장면마다 빛이 나고 아드레날린이 샘솟는다. 영화 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Negro'라는 단어가 적절했는가를 놓고 개봉 전부터 논란을 빚은 터라 작품상 수상은 힘들 듯하다. 크리스토프 왈츠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 이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주연급인 그가 왜 조연상 후보에 올랐는 지 이해가 안 된다. 


<비스트 Beasts of the Southern Wild>

선댄스에 나타난 마술같은 영화. 에밀 쿠스트리차와 짐 자무쉬가 동시에 떠오를 만큼 매혹적인 영상시. 욕조에서 아빠와 함께 사는 한 소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동화같은 이야기. 침수가 잦은 루이지애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영화 집단 Court 13가 친 홈런. 촬영 당시 6세 소녀(현재 9세)가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마도 아카데미 협회 회원들은 이 영화를 작품상 후보에 올려준 것만으로도 독립영화계에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할 듯하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을 통계내보면,

미국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링컨> (174만달러)

가장 흥행에 실패한 영화는 <아무르> (3만달러)


IMDB 평점이 가장 높은 영화는 <장고: 분노의 추격자> 8.6

가장 낮은 영화는 <비스트> 7.4


로튼 토마토 유저 평점이 가장 높은 영화는 <장고: 분노의 추격자> 94

가장 낮은 영화는 <비스트> 79


미국 평론가 평점이 가장 높은 영화는 <제로 다크 서티> 95

가장 낮은 영화는 <레 미제라블> 63



골든 글로브의 선택은 <아르고>(드라마 부문)와 <레 미제라블>(뮤지컬/코미디 부문)이었고, 스크린 배우 조합의 선택은 <아르고>, BAFTA(영국 영화&TV 아카데미)상의 선택도 <아르고>, 크리틱스 초이스 역시 <아르고>였다.


미국 내 많은 매체의 평론가들과 전문가들의 예측을 찾아봤다. 아래에 목록을 정리했으니 재미로 읽어보시라. 한국 매체 중엔 씨네21이 오스카 예측을 했길래 함께 묶었다. 통계를 내보자면,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오스카에서 <아르고>의 작품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아르고>와 <링컨>의 2파전 양상인데 <아르고>의 수상을 예측한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남우주연상은 <링컨>의 다니엘 데이-루이스를 예측한 사람이 많았는데 그는 이미 1989년 <나의 왼발>, 2007년 <데어 윌비 블러드>로 남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적이 있다. 만약 이번에 수상한다면 세 번째 남우주연상이 되는데 지금까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배우는 없었다. 참고로 캐서린 헵번이 무려 네 개의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갔었고, 잭 니콜슨이 2개의 남우주연상과 1개의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잉그리드 버그만이 2개의 여우주연상과 1개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받았고, 월터 브레넌은 남우조연상을 세 번 받은 적 있다. <레 미제라블>의 휴 잭맨과 <플라이트>의 덴젤 워싱턴은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링컨'이 워낙 강해서 때를 잘못 만난 불운의 배우들이라는 평이 많았다.


여우주연상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와 <제로 다크 서티>의 제시카 채스테인의 경쟁이다. 제시카 채스테인이 맡은 역할이 훨씬 극적이라서 그녀가 더 우세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오히려 제니퍼 로렌스의 수상을 점쳤다. 몇몇 평론가들은 <아무르>의 엠마뉘엘 리바를 지목하기도 했다. <히로시마 내사랑>의 예쁜 여배우였던 그녀가 할머니가 되어 돌아온 것이 아카데미 회원들의 오랜 순정을 자극할 지도 모르겠다. <노마 레이>와 <마음의 고향>으로 이미 두 번이나 여우주연상을 받은 샐리 필드도 후보에 올랐지만 <링컨>에선 큰 임팩트는 없었다.


남우조연상은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로버트 드 니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알란 아킨 등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이름들이어서 누가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이 되었다. 사실 조연상은 모험을 해도 좋을 상인데 아카데미는 너무 안전지향적으로 후보를 올려놓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링컨>에서 흑인 여성과 결혼한 급진 공화파인 펜실베니아의 실존 하원의원 타데우스 스티븐스를 연기한 토미 리 존스를 뽑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장고: 분노의 추격자>의 크리스토프 왈츠에게 주고 싶다. 여우조연상 부문은 <레 미제라블>의 앤 해서웨이가 받는다는 데에 어느 한 사람도 이견이 없었다.


감독상의 경우, 지금까지 오스카는 대부분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감독상도 가져갔다. 물론 예외가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중 2003년 작품상 <시카고>, 감독상 <피아니스트>의 로만 폴란스키, 2006년 작품상 <크래쉬>, 감독상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으로 나뉜 적이 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같았다. 그런데 이번엔 공교롭게도 <아르고>의 벤 애플렉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작품상 <아르고>, 감독상 <링컨>의 스티븐 스필버그로 7년 만에 두 영화가 두 상을 나눠갖게 될 지 궁금해진다. 혹은 상이 두 영화에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안이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영화는 이번에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영진위는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작 <피에타>를 출품했지만 탈락했다.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무르>가 외국어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후보에 오른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배우 험프리 보가트는 "최고의 연기를 찾을 유일한 방법은 모든 배우가 햄릿을 연기하고 제일 잘한 사람이 상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누가 수상을 하든 작품이나 연기의 질에서 우열을 가리는 방식에서 공정함이라는 건 사기일 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오스카에 참석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우디 앨런은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처음으로 등장해 "후보에 하나도 못올랐는데 아카데미가 나를 찾길래 그들이 내 트로피를 뺏어가려고 전화한 줄 알았다"라고 농담했고, 극작가 데이빗 마멧은 "오스카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앞서간 누군가를 조종하고 심판하고 싶은 의지를 전시한다. 요즘엔 선거가 그걸 한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 이게 쇼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어차피 처음부터 끝까지 쇼다. 그것도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어 친숙한 쇼다. 무비스타는 대중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죽는다. 그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가 탄생하고 돈이 돌면서 산업이 일어난다. 쇼를 만들고 즐길 권리마저 사라진다면 영화 역시 죽을 것이다.



아래는 영화 관련 매체와 평론가들이 공개한 오스카 수상 예측 목록을 정리한 것이다.


1. 작품상

2. 남우주연상
3. 여우주연상
4. 남우조연상
5. 여우조연상
6. 감독상


로튼 토마토 Rotten Tomatoes (Matt Atchity)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엠마뉘엘 리바 <아무르>

4. 토미 리 존스 <링컨>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IMDB (Keith Simanton)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로버트 드 니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야후 Yahoo (Thelma Adams)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로버트 드 니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데이빗 O. 러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허핑턴 포스트 Huffington Post (30년간 후보작을 DB화해 예측시스템을 만들었다고)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토미 리 존스 <링컨>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타임 TIME

1. <링컨>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시카 채스테인 <제로 다크 서티>

4. 토미 리 존스 <링컨>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ET Weekly (Tom Geier)

1. <링컨>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로버트 드 니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판당고 Fandango (Dave Karger)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로버트 드 니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빌리지 보이스 Village Voice (Michael Musto)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크리스토프 왈츠 <장고: 분노의 추격자>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골드 더비 Gold Derby (Tom O'Neil)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크리스토프 왈츠 <장고: 분노의 추격자>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무비폰 Moviefone (Alex Suskind)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토미 리 존스 <링컨>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E! Online

1. <링컨>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토미 리 존스 <링컨>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롤링스톤 Rolling Stone (Peter Travers)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엠마뉘엘 리바 <아무르>

4. 토미 리 존스 <링컨>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USA Today (Susan Wloszczyna)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로버트 드 니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LA Times (Glenn Whipp)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토미 리 존스 <링컨>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스티븐 스필버그 <링컨>


Fox News (Tariq Khan)

1. <아르고>

2.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3. 엠마뉘엘 리바 <아무르>

4. 로버트 드 니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이안 <라이프 오브 파이>


씨네21

1. <라이프 오브 파이>

2. 덴젤 워싱턴 <플라이트>

3. 제니퍼 로렌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4.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더 마스터>

5. 앤 헤서웨이 <레 미제라블>

6. 이안 <라이프 오브 파이>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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