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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동화 같은 이야기. 세상에 이런 일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두 장의 음반을 낸 무명가수인 로드리게즈는 공사판을 전전하며 임금노동자로 살아왔다. 음반 제작자들은 도대체 그토록 멋진 음반이 고작 6장 밖에 팔리지 않았다는 것을 미스테리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라면 그저 한 재능있는 사람의 불운한 스토리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작은 지금부터다. 어느날 우연히 남아공에 그의 노래를 담은 카세트 테이프가 흘러들어간다. 그의 노래가 입에서 입으로 퍼지더니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그 노래에는 사회에 저항하라는 메시지가 있었고 인종차별 폐지의 도화선이 된다. 로드리게즈의 [COLD FACT] 레코드는 남아공에서 수십 만 장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러나 아무도 로드리게즈라는 가수의 정체를 몰랐다. 당시 폐쇄적인 사회였던 남아공은 그의 노래 일부를 금지곡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그를 찾으려 하지 않았고 또 로드리게즈 주변에는 아무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 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간 두 명의 '음악탐정'이 로드리게즈를 찾아다녔고 결국 찾아냈다.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천연덕스럽게 그러나 아주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죽었을거라고 생각했을 때 등장하는 나이 든 로드리게즈. 재미있는 것은 그가 1998년 감격스런 남아공 콘서트를 열었는데,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그 사실을 2006년에야 알게 됐고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 뒤라는 것.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로드리게즈라는 남자의 존재를 알게 됐을 것이다. 남아공이 그만큼 먼 나라인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인지. American Zero와 South African Hero의 차이는 바로 밥 딜런과 로드리게즈의 차이 만큼이나 크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네티즌 수사대가 진작에 로드리게즈를 찾아내지 않았을까. 그렇게 본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 마지막 어쿠스틱 탐정수사의 결과물이다. 역시 감동은 어쿠스틱에서 온다. 로드리게즈의 날것 같은 음악처럼. 좋은 음악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 같다. 당시에는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 들어도 무척 좋다. 영화 속에서 밥 딜런과 비교하고 있는데 그만한 완성도와 감동이 분명히 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는 로드리게즈의 가사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의 인생과 잘 어울린다.


Crucify Your Mind (1970)


대가를 치르게 한 건

사냥꾼인가 놀이꾼인가

너의 상실을 팔아

편히 누워 있을까

네가 고통 받았던 건

쾌락에 목말라서였나


넌 호기심 많은 톰

나약한 제임스가 되었어

그래도 넌 네게

뭔가 있다 말하지

너만의 특별함

하지만 난 너의

자기연민을 보았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 때


많은 천재 가수들이 요절한다. 그리고는 전설이 된다. 존 레논, 짐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 커트 코베인, 유재하, 김광석... 그러나 로드리게즈는 정반대로 우리 곁으로 왔다. 그는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블루칼라로 청춘을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그의 노래는 남아공에서 인종차별철폐 투쟁의 BGM이었다. 그의 노래가 남아공의 역사를 바꾸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남아공에서 엘비스 만큼이나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후회하지 않았다. 음악산업이 돈 때문에 그에게 남아공의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에게 돈은 상류층과 하류층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 그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도구일 뿐이었다.


영화는 '서칭 포...'라는 제목에 걸맞게 Sixto Rodriguez라는 이름의 신비의 가수를 찾아나선다. 무대 위에서 자살을 했다고 알려진 그의 흔적을 찾는 기자와 뮤직매니아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뒤에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그러던 영화는 중반부로 들어서며 그 서칭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0.001초 만에 결과물을 표시해주는 구글 서치와 전혀 다른 3년에 걸친 어쿠스틱 서칭이 찾아준 결과물은 그 시간 만큼 놀라움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놀랍고도 감격스런 순간이다. 생명의 감동을 다룬 많은 다큐멘터리나 영화들에서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이 예전엔 그저 의례적인 말로 들렸는데 이 영화에서는 환희 그 자체로 다가왔다. 전설이 살아 있다니.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 있다는 루머가 많았지만 그가 살아 돌아왔다는 증거는 없었다. 이 영화는 아무런 루머나 심지어 기대도 없었던 스토리를 기어이 현실로 만들어낸다. 로드리게즈의 음반 타이틀처럼 Coming from Reality라고 할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도 로드리게즈의 음악을 계속 듣지 않고는 못견딜 것이다.


1998년 3월 6일, 전설이 살아 돌아와 케이프 타운에서 첫 콘서트를 연 날. 그 날 로드리게즈의 딸이 홈비디오로 찍은 장면의 감동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인생에서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한 날짜가 있다는 것. 문득 보상받은 그의 인생은 외롭지만 행복해보였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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