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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5년부터 시작된 대항해시대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일부를 지배했던 나라. 한국, 중국, 일본과도 가장 먼저 교류했던 서양. 하지만 16세기 이후 몰락해 지금은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 어떻게 보면 포르투갈은 그리스와 비슷합니다.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포르투갈은 유럽의 왼쪽 끝, 그리스는 오른쪽 끝에 있어 위치상으로 외진 것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는 영광의 역사가 너무 오래돼 유물이 잘 보존되어 있지 않은 반면 포르투갈은 고작(?) 500년 전이어서 영광의 시대 유산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포르투 거리

포르투 도루강변 주택가

포르투 도루강 전경


유럽 많은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뒤 복원되는 과정을 겪었지만 포르투갈은 독재자 살라자르가 옆나라 스페인의 프랑코에 맞먹는 폭정을 펼쳤음에도 열강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덕분인지 큰 피해 없이 지나갔습니다(살라자르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타구스강에 살라자르 다리를 세웠고, 이 다리는 카네이션 혁명 이후 4월 25일 다리로 이름을 바꿔 여전히 리스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합니다). 더딘 발전과 외진 위치가 지금의 포르투갈을 만들었습니다. 포르투갈만의 바닥 자갈 무늬, 아줄레주 타일 벽 등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다른 부유한 유럽 도시와는 또다른 고풍스런 매력이 느껴집니다.


유럽을 찾는 여행객들은 중심부와 멀다는 이유로 포르투갈을 그냥 지나치곤 합니다. 저도 지금까지 그랬는데요. 이번에 일주일 휴가를 내서 포르투갈만 다녀왔습니다. 가보니 ‘비긴 어게인 2’ 같은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겠지만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포르투는 한국인이 고작 10명 밖에 살지 않는 작은 도시인데 도루강변에서 사진 찍는 한국 관광객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포르투갈에서 6박 8일 동안 머무는 일정이었는데 포르투 4박, 리스본 2박으로 잡았습니다. 리스본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큰 도시로 인구 50만명입니다. 포르투는 두번째 큰 도시로 인구는 22만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두 도시 모두 사람들이 많게 느껴지는데 이는 관광객이 시민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지나다니는 사람의 90%는 관광객인 듯합니다.


트리니다드 교회

상벤투역의 아줄레주 벽화

밤에는 불야성을 이루는 젊음의 거리인 갈레리아 데 파리

해리포터에 영감을 준 렐루서점 앞의 긴 줄

포르투갈만의 독특한 아줄레주 타일 바닥

시청사 앞 포르투 글자모형 앞은 기념촬영 명소


포르투 시내는 걸어서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습니다. 트리니다드 교회에서 도루강까지 내려가는 길 오른쪽에 렐루 서점, 왼쪽에 볼량시장(내년 말까지 공사중ㅠ)이 명소입니다. 도루강 건너편엔 와이너리가 있는데 다른 도시의 와이너리는 차를 타고 한참 가야하지만 여기선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포르투에서 5일을 머문 이유는 이 도시의 사랑스런 매력 때문입니다. 도루강에 노을이 지는 모습은 제가 지금까지 본 야경 중에 가장 예뻐서 저는 매일 저녁 야경을 보러 도루강으로 갔습니다.


야경은 도루강 건너편에서 포르투를 바라볼 때 예쁩니다. 야경을 보기 좋은 장소는 세 곳입니다. 와이너리 앞 거리(디고오 레이테 아베뉴), 돔 루이스 다리를 2층으로 건너자마자 나오는 모로 정원, 정원 건너편의 세라도필라 전망대 등입니다. 세 곳 모두 정말 다 좋습니다. 제가 도착한 첫째 날 천둥 번개가 심하게 쳤는데 먹구름 위에 노을이 지니까 그것도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날씨가 궂어도 맑아도 야경이 동화처럼 아름다운 곳이 포르투 도루강입니다.


돔 루이스 다리 위를 지나는 트램

모로 정원에서 노을이 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와이너리 앞 디에고 레이테 거리에서 바라본 노을

모로 정원에서 일몰을 지켜보는 사람들

세라도필라 전망대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

태양을 바라보며 아페롤 스프리츠 칵테일 한잔도루강의 일몰

돔 루이스 다리로 내려가는 길

도루강변의 마술사

저녁 도루강변에 나온 사람들의 즐거운 시간

밤의 포르투 거리




도루강은 대서양과 만나는데 시내에서 트램을 타거나 500번 버스를 타면 강변을 따라 바다까지 갈 수 있습니다. 바다에는 해수욕장이 늘어서 있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잉글레스 해수욕장

잉글레스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대서양


포르투갈은 과거엔 로마제국의 일부였고, 711년부터 이슬람교도의 지배를 받다가 1179년 엔리케 왕국을 이루며 독립하게 됩니다. 포르투갈 국기에서 가운데 문양은 15세기 대항해시대 때 전세계를 호령했던 아비스 왕조의 문장을 상징하는 것이고 붉은색은 피, 녹색은 자유를 뜻합니다.


포르투갈의 전성기는 대항해시대죠. 유럽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어 자연스럽게 바다로 눈을 돌렸고, 지구는 평평하다는 고정관념을 뒤로 하고 모험가 기질을 발휘해 블루오션에 뛰어들었습니다. 대항해시대 출발지였던 리스본 발견탑에 가면 아프리카 서쪽부터 시작해 아프리카 동쪽, 인도, 아메리카 대륙, 말레이반도, 일본으로 이어지는 포르투갈의 탐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발견탑'은 대항해시대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탑인데(우리 입장에선 무슨 발견이냐 하겠지만 뭐 어쨌든 그들은 발견이라고 주장하니까 일단 그렇게 써줍니다) 엔리케 왕자,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 마누엘 1세 등 개척가들이 부조로 새겨져 있습니다. 리스본 시내에서 트램을 타고 30분 정도 가면 벨렝 지역이 나오는데 이곳에 벨렝탑, 발견탑, 제로니모 수도원 등이 몰려 있습니다. 타구스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4월 25일 다리도 여기서 비교적 가깝습니다.


4월25일 다리가 보이는 타구스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발견탑 맨 앞에 선 바스코 다 가마(맨 처음 인도 간 사람)

벨렝탑

제로니모 수도원

제로니모 수도원 내부


대항해시대 이후 포르투갈의 역사는 참담한데 스페인에 굴복당했다가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처들어오는 바람에 왕실이 브라질로 망명하는 굴욕을 겪기도 합니다. 1821년 왕실이 돌아온 후엔 내란이 벌어졌고 정치 불안이 계속 되다가 1926년 군사 쿠데타로 재무장관이던 살라자르가 정권을 장악합니다. 살라자르는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무사히 넘겼지만 1945년 이후에도 식민지 정책을 고집하며 아프리카에서 전쟁을 계속 벌이는 바람에 재정 불안을 야기하다가 1970년 사망했습니다. 1974년 무혈 카네이션 혁명으로 군부 정권이 막을 내리고 1982년 민정이양이 완료되면서 지금의 민주정 형태가 되었습니다.


살라자르 시대에 3F 정책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독재자가 국민들의 관심사를 정치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3F 즉, Futbol(축구), Fado(전통음악), Fatima(종교의식)을 강화한 것이죠. 한국에서도 전두환 정권이 이를 모방해 3S(Sports, Sex, Screen) 정책을 편 적 있었는데 그 원조입니다.


리스본 Cafe Luso의 파두 공연


시간이 흘러 지금 포르투갈을 찾는 관광객에게 파두 공연은 필수 코스 중 하나죠. 리스본에서 시작됐기에 리스본에 파두 공연 잘 하는 카페나 식당이 많습니다.


리스본 시내에선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파두 공연을 보거나,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대서양을 바라보거나,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 혹은 상 조르제 성에서 야경을 감상하거나, 아우구스타 거리에서 쇼핑을 할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나타(에그타르트)도 리스본이 발상지이니까 여기서 즐겨보는 것이 좋습니다.


리스본 거리

상 조르제 성에서 본 리스본. 멀리 타구스강이 보입니다.

상 조르제 성에서 본 리스본 야경

상 조르제 성

페드로4세 광장

코르메시우 광장

리스본을 엽서 속 도시로 만들어 주는 트램

걸을 때마다 새로운 타일 바닥


리스본은 근교에 가볼 만한 곳이 많습니다. 여름궁전이 있는 신트라, 유럽대륙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로카 곶(카보 다 로카), 왕실의 고급 휴양지 카스카이스 등입니다. 신트라는 리스본에서 기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신트라에서 버스 타고 30분 가면 카보 다 로카가 나오고, 카보 다 로카에서 버스로 30분 더 가면 카스카이스입니다. 보통 이렇게 하루종일 세 곳을 투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르투갈의 치안은 꽤 좋은 편입니다. 포르투나 리스본의 밤거리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저는 한밤중에 비행기가 도착해 걱정했는데 12시가 넘어서 트리니다드 역에서 숙소까지 10분여를 캐리어 끌고 걸어가는데 별다른 상황을 겪지 않았습니다. 혼자 다니다 보면 가끔 마약 판매상이 접근하기도 합니다만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 포르투갈 포르투 리스본 여행기 (2)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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