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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 맞아? 인터뷰를 하면서 몇 번이나 의아했다. 진선규 배우에게도 물어봤다. “원래 성격이 이래요? 도대체 어떻게 ‘범죄도시’ 위성락 연기를 하신 거예요?” 그는 대답했다. “사람이 이름 따라 간다고 제가 착할 ‘선’ 자를 쓰거든요. 너무 착해서 주위에서 ('범죄도시'를 보고) 다들 놀랐다고 해요.”


‘저 멀리 우주에 있는 배우’를 꿈꾸는 연기자 진선규를 지난 15일 만났다.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일약 ‘우주대스타’로 떠오른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그는 최근 ‘무한도전’이 꼽은 ‘올해를 빛낸 5인’에 선정되며 2017년이 그의 해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Youchang


Q. 청룡영화상 수상소감으로 일약 스타가 됐습니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A. 제 이름이 호명된 게 어렴풋이 저 멀리서 들리기에 나갔는데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아무 생각도 안 나고. 40년 동안 저 도와준 사람들 계속 생각해내야 되고 빨리 얘기해야 하는데, 눈물은 나고 생각은 안 나고 뭐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고... 나중에 남우주연상 받으신 송강호 선배가 “어, 그래. 야, 너 근데. 야, 너 울면서 할 얘긴 끝까지 다 하더라? 음 좋아 좋아”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웃음)


제3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수상 후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진선규


Q. ‘저 멀리 우주에 있는 좋은 배우’는 무슨 뜻인가요?

A. 남들에 저에게 “목표가 뭐냐?”라고 했을 때 제가 늘 생각하고 있던 말이에요. 저 멀리 우주에 제가 바라는 어떤 멋진 배우의 상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 곳에 가기 위한 과정을 잘 견뎌나가면 마지막에 어느 누군가가 얘기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좋은 배우였다고.



Q. 수상 후 가족 반응은 어땠나요?

A. 저보다 더 들뜨지 않더라고요. “진선규라는 배우가 이제 알려지게 된 거니까 이제부터가 따지고 보면 진짜 시작이고 앞으로 진짜로 더 눈여겨 볼 거다” 이런 말씀 해주셨어요. 어머니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된다. 겸손하고 그렇게 하라”고 당부하시고요.


Q. 아파트 통장이 걸어준 현수막이 화제였습니다.

A. 남우조연상 수상하고 이틀인가 사흘 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 왔어요. “아유, 너무 축하드립니다. 저 3단지 통장인데요.” 전화 받고 저도 깜짝 놀라서 “어, 네?” 그랬더니 “저 통장인데 저희가 너무 기뻐서 여기 배우님 플래카드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거를 저희가 걸어도 될지 허락을 받고 싶어서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어휴, 무슨 소리세요. 저 한 번도 플래카드 걸려본 적이 없는데 걸어주시면 저야 너무 영광이죠.” 그래서 그날 저녁에 바로 플래카드가 걸려서 셀카도 찍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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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상소감에서 화제가 된 말 중 하나가 “경상남도 남해에 있는 친구들이 코가 낮아서 못 뜨는 거 아니냐며 계까지 붓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 친구들 여전히 계 붓고 있나요?

A. 제가 가끔 가끔 드라마를 찍었잖아요. 드라마 찍고 영화도 잠깐 단역으로 찍고 하고 있는데 친구들은 그게 성에 안 찼던지 계속 “야, 또 드라마 안 찍나?” 보채는 거죠. 그러면 저는 “에이, 드라마를 그렇게 쉽게 찍는 줄 아나. 난 또 연극한다.” 이러죠. 그랬더니 “아니, 왜 선규는 잘 안 될까? 선규는 지금 코가 문제다. 선규의 옆모습을 보면 이건 사람 옆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선규 코 세우는 계’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못하죠. 코를 세울 수가 없죠. 많은 사람들이 제 코를 봤으니까(웃음).


Q. 수상 후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 많아졌나요?

A. 많은 분들이 진짜 알아보세요. 대중교통을 매일 이용했는데 불과 한 달도 안 돼 이용할 수 없을 정도가 됐어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주위에 피해를 줄까봐 일부러 안타요. 그런 것만 따져도 어마어마하게 달라진 거죠.


영화 '범죄도시'의 진선규(왼쪽)


Q. ‘범죄도시’에서 진짜 조선족이라고 오해 받을 만큼 리얼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지금 성격을 보면 상상이 잘 안 갑니다.

A. 정말 오해받은 적 많습니다. 촬영 때문에 호텔이나 숙소에 묵을 때 직원 분이 저한테 “check out?” 이렇게 영어로 되게 유창하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네? 네! 오늘 나갈 거예요.” 이렇게 우리말로 답하죠. 외국 사람인 줄 알고 진짜 동남아 쪽이나 중국에서 오시는 분인 줄 알고 그랬던 적이 있었어요.


Q. 강렬한 민머리 때문에 더 오해받았을 것 같습니다. 원래 헤어스타일인가요?

A. 아닙니다. 처음으로 밀어봤어요. 조폭 이미지가 계속 안 나와서 마지막 결정으로 머리를 깎았어요.


Q. 진짜 성격은 어떤 편인가요?

A. 원래 진짜 성격은 잘 웃고 약간 차분하게 얘기하고. 지금 이런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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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릴 적 어떤 아이였나요?

A. 예전에 저를 알던 분들이 지금 저를 보면 “아휴, 선규는 어떻게 그렇게 조용하고 착한 애가 저렇게 무대에서 소리치고 이렇게 해?” 많이들 말씀을 하시거든요. 조용했었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끼가 있었고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Q. 연기할 때 어떻게 그렇게 돌변할 수 있나요?

A. 너무 착하다는 말만 들으니까 오기가 생겼어요. 강해지고 싶어서 무술을 배웠죠. 태권도, 합기도, 검도, 절권도 등 닥치는대로 했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보면 권상우 씨가 싸움 잘 하려고 절권도를 연습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저도 똑같이 했어요. 형광등에 종이 달아놓고 팍! 끊기, 탁! 끊기, 그런 거 맨날 연습하고 그랬죠.



Q. 차기작은 어떤 영화인가요?

A. ‘검은 사제들’을 만든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라는 작품을 찍고 있어요. 종교 색채가 강한 영화인데요. 새로운 종파나 새로운 부류가 생기면 이게 이단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불교 쪽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는 스님 역할입니다. 지적이고 아주 착한 스님 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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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A. 저에게 배우란 천직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직업을 갖고 있는 게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앞으로 무한하게 보여줄 게 너무 많고요. 저의 한계를 한정 짓지 않게 되는 직업이기도 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저 멀리 우주를 향해서 계속 나아가야죠.


진선규(40) 주요 출연작

영화: 꾼, 범죄도시, 남한산성,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사냥, 특별시민, 관능의 법칙, 아부의 왕, 마마, 풍산개

드라마: 닥터스, 여자를 울려, 육룡이 나르샤, 오만과 편견, 무신, 결혼해주세요, 로드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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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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