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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를 보고 조금 놀랐다.
이렇게 직선적인 고발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니.
사람들이 부정부패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이 영화의 원작자인 공지영은 한 인터뷰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은 영화나 책에서 다뤄진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고 밝혔는데,
예를 들어 아이들을 성폭행한 뒤 그대로 묶어놓고 퇴근해버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과연 인간인지 아니면 인간의 탈을 쓴 발정난 망아지인지 모를 일이다.

영화에서 구분짓는 선과 악은 단순하다.
교장, 선생, 장로, 기독교 사학, 검찰, 경찰, 판사가 악이고
이에 맞서는 장애인 아이들과 강인 선생, 그리고 인권단체가 선이다.

혹자는 무모한 구분이라고 억울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
불행하게도 일부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깊이 썩어 있다.

이 구도를 보면서 현재 2011년의 한국사회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화려한 전과 경력을 발판삼아 더 많은 사익 추구를 위해
버라이어티한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자가 대통령이고,
그가 길들여놓은 검찰, 경찰, 법원, 언론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만 기능하며,
또 그가 장로로 있는 기독교 교회는 돈과 권력을 위해 기도한다.
이쯤되면 지금 <도가니>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사람들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누가 MB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했는지는 모르겠는데
MB에게 이 영화를 보여준 것은 참 기막힌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그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평생 기득권에 가해자로만 살아본 사람이 약자의 삶을 어찌 이해할 것인가.
이 영화를 보고나서 MB가 한마디 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의식개혁이 절실하다" 라고.
법적, 제도적 장치가 후진국 수준으로 미흡해서 벌어진 사건을 두고
의식개혁 운운하면서 인간 개인들의 문제로 돌려버리는 뻔뻔함이라니.
아마도 이는 이번 도가니 열풍이 사학법 개정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꼼수를 쓴 것이 아닐까.


2007년의 시대정신이 "능력있는 부자가 되고 싶다, 설령 부패하더라도" 였다면
2011년 <도가니>를 통해 표출된 지금의 시대정신은 "더러운 세상, 못참겠다" 이다.

그동안 생업 때문에 먹고살기 바빠서 눈감고 귀막았던 사람들.
하지만 계속해서 들리는 뉴스들은 지저분하고 자극적이고 더러운 것들 뿐이다.
게다가 이런 뉴스들은 억지로 만들어낸 찬반논란으로 희석되고 있으며
돈으로 산 알바부대, 철없는 노인들이 전면에 서서 방어해내고 있다.

<도가니>의 분노는 장애 아동 성폭력이라는 원초적인 소재에서 점화되었지만
결국 그 분노는 전관예우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버린 변호사-판사-검찰,

돈으로 합의서를 강요한 기독교 사학,
그리고 그런적 없다고 발뺌하는 부패한 종교사학의 교장에게로 향하고 있다.
이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들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은 돈과 권력만 좇는 위선자들에 실망하지만
선량한 아이들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호밀밭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로 했었다.
이에 반해 <도가니>의 강인은 충격적인 진실을 조용히 바라보면서도
천식으로 아파하는 딸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기 위해
기꺼이 장애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기득권 세력에 맞선다.

<도가니>는 2011년의 시대정신을 보여주었고,
관객들은 부패한 현실에 당혹해하면서 분노했다.
이제 이 뜨거워진 분노들을 한데 뭉쳐서 부패한 세력에 맞서야 할 때이다.
그래서 극장에서 뜨거워진 분노가 쉽게 식어버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부정부패가 제대로 처벌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범한 시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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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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